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는 이렇듯 언제나 크고 작고 견고한 간극이 놓여 있다. 잠입자의 고슴도치 일화‘는 우리에게 내가 의식적으로 꾸는 꿈과 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실질적 내용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렇게 의식적 꿈과 무의식적 욕망이 불일치한다면, 이것은 마치 다른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와 같다. 쉽게 그 목표가 성취될리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수시로 자기 자신이 의식적으로 표방하는 꿈과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실질적 내용이 같은지 다른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속고 속이는 기만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여기며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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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겉모양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는 내적인 실질적 상태가 중요하다. 겉으로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하는 듯하지만, 그것이 결코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한 것이 아닌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열심히 읽은 것이 아니라 조급하게 읽었거나,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방만하게읽었거나, 성의껏 쓴 것이 아니라 욕심껏 쓴 것이거나, 자기 도약을 추구한 것이 아리라 자기 도취에 빠져 쓴 것이거나,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치졸하게 고민한 것이나, 다양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산만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아니라 혼자뿐인 시간을 가진 경우, 그러한 노력은 허사다.
>> 책을 읽다보면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내가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림책 만들기 동아리 첫 수업에 참여했다가 애아빠에게 시간을 내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치졸한 자존심과 내 능력의 위치를 알고 포기해버리고, 1일 1그림 온라인 동아리에 신청했다가 괜히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닌가 싶어 시작조차 않고, 조만간 있을 이만교의 글쓰기 연수때문에 두꺼운 책을 들여다보는데 글자만 스칠 뿐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남들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조급한 마음에 부동산책도 들여보는데 읽어야할 목록이 산더미다.
내가 뭘 하는지 모르고 삽질만 해대는 것 같다.
헛된 노력만 하는 것 같다 - P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