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몸 - 정신분석과 예술
리오 버사니 지음, 윤조원 옮김 / 필로소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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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Paperback)
Upton Sinclair 지음 / Penguin Group USA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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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턴 싱클레어의 소설 『Oil!』을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어떤 작가적 의도를 갖고 개작했을까?
PTA는 자본가 개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업튼 싱클레어와 특히 상이하다. 싱클레어의 세계에서 자본가는 모순적이고 복잡하지만 앤더슨의 세계에서 자본가는 일관적이고 단순하다. 모순이 변화의 가능성을 잉태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앤더슨은 ‘자본가 개인으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없다’. 자본가 개인을 바라보는 싱클레어의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며 낭만적인 시각과 앤더슨의 비관적이며 냉소적인 시각의 차이는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세계사적 배경, 그리고 경제 호황에서 침체라는 미국의 경제사적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색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각색의 과정에서 버니 내면의 윤리적 전쟁(ethical war)이 종식하고, 모순적인 존재로서의 대드가 수축한다. 우선 앤더슨은 자식 자본가의 의식에는 카메라를 거의 투입하려 하지 않는다. 버니는 자본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사회주의적 이상에 알게 모르게 끌리는 복잡한 인물인 반면에, H.W.는 멕시코에 회사를 차리려는 단순한 자본가가 되어있다. 또한 대드와 다니엘은 공통적으로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계층 이동을 하면서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이론을 철저히 체득한 인물들이지만, 대드와는 달리 다니엘의 노동자 혹은 타자를 향한 연민의 감정은 제로에 수렴한다.
영화는 다니엘을 중심으로 다니엘과 H.W. 사이의 갈등, 그리고 다니엘과 엘라이의 사이의 갈등을 한 없이 증폭시킨다. 다니엘의 혈연관계는 그 블러드가 오일이 될 때에만 지속된다. 다니엘이 H.W.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그것이 가정적인 자본가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석유 사업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H.W.의 사용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자 다니엘은 그를 노동력까지 갖춘 헨리라는 이름의 (가짜)이복동생으로 대체한다.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에 헨리를 죽이고 나서야 다니엘은 그 빈자리에 H.W.를 복귀시킬 뿐이다. H.W.와 경쟁 관계에 놓인 다니엘은 결국 그에게 심각한 수준의 언어적 폭력을 가한다.
다니엘과 엘라이는 계속 경쟁 관계에 있다. 리틀 보스턴에서의 다니엘의 연설 이후 엘라이는 그에게 새 도로가 교회로 통하느냐고 묻는다. 둘 사이의 전쟁은 여기서 공식적으로 선포된 셈이다. 둘은 각각 유정과 교회라는 서로 다른 권력 수단을 가지고서 자본을 두고 경쟁한다. 다니엘과 엘라이는 각자의 권력 현장에서 자본의 욕망에 의해 촉발되는 물리적 폭력을 번갈아 주고받는다. 이후 경제 불황으로 인해 엘라이의 “밀크셰이크”가 바닥나자 종교적 신념이 자본에 완전히 굴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God)의 자리에 자본이 앉는다. 다니엘의 살인으로 둘 사이의 전쟁은 패자만 남은 채 끝이 난다.
다니엘은 유정(油井)만 가진 무정(無情)한 인물이 되어 경쟁심을 연료로 광기와 파멸을 향해 가속한다. 그런데 영화가 다니엘을 구제 불가능한 절대적 악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앤더슨의 카메라는 헨리를 죽인 후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다니엘을 보여준다. 또한 대저택에서 H.W.에게 폭언을 쏟은 직후 카메라는 다니엘의 스쳐가는 의식 속에 침투하는 것만 같은데, 여기서 다니엘과 H.W.는 서로에게 장난을 치며 웃고 있다. 이를 통해 앤더슨은 다니엘의 광기와 파멸의 기원적 책임을 다니엘이라는 자본가 개인이 아니라 경쟁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자본주의 구조로 돌리고 있다. 또한 영화는 자신이 다루고 있는 가족의 문제, 종교적 신념의 문제, 폭력의 문제의 기저에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자본주의 구조를 수술대 위에 올려놓을 필요성이 심각하게 대두된다. 영화의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수술의 과정에 피가 있을 거라는 의미인가? 수술대 위에 올려놓지 않으면 피가 있을 거라는 말인가? 제목의 함의가 무엇이든 이 영화가 소설보다 자본주의 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혁명적인 비판을 더 농축적으로 담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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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모 2024-02-08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많이 배워갑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