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ㅣ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평점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일까요? 가만가만 불러보면 왠지 가슴이 찡해 오는 그 말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태어나기 전부터 가까이 있지만 영원히 곁에 남아 줄 수는 없는 그 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부모이지요. 함께 지낼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소중함을 더 많이 깨닫게 되는 게 부모랍니다. 이 집에도 있고 저 집에도 있고 숲에도 있고 강물에도 바다에도 있습니다. 온 세상에 너무나 많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부모입니다.
그러면서도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는 부모는 정해져 있지요. 부모와 자식이 영원한 짝꿍이 되어 언제까지나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모와 자식은 영원히 함께 살 수 없습니다. 자식이 자라 어른이 되면 부모는 늙어서 다른 세상으로 갈 차비를 하니까요. 그리고는 운동회에서 계주할 때 바통을 이어받듯이, 자식이 새로 태어난 아이의 부모가 됩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로버트 먼치/B·B아이들)는 이런 부모(엄마)와 자식의 이야기를 아주 짧으면서도 정확하게 펼쳐 줍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내가 살아 있는 한/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라는 노랫말이 두어 장에 한 번씩 등장합니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부모의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가 낮동안 말썽을 피우고 속을 썩이지만, 아이가 천사처럼 잠든 밤 엄마는 아이 곁에서 이 노래를 불러 줍니다. 아이가 나이 들어 집을 떠나도 엄마는 몰래 찾아가 잠든 얼굴을 보며 이 노래를 부릅니다. 엄마가 늙어서 더 이상 이 노래를 불러 줄 수 없을 때 어른이 된 아이는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내가 살아 있는 한/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라고 노래합니다. 그리고는 엄마가 들려주던 그 노래를 자신의 갓난아기에게 들려주지요.
어쩌면 부모는 자식에게 부모가 되는 길을 밝혀주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부모는 동시에 자식이기도 하니까요. 자식이 되는 것에는 공부가 필요 없지만, 부모가 되는 것에는 아주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되기 위한 공부는 부모의 하염없는 자식 사랑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이 책은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엄마의 사랑만이 부모 사랑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현덕/길벗어린이)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을 대신해서 마름(남의 땅을 빌려서 다른 사람이 그 땅에서 농사짓도록 해 주고 관리하는 사람) 집 아들에게 바칠 나비를 잡으러 뛰어 다닙니다. 마름 집 아들은 아들과 동창이라 자식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아들의 자존심에 상처라도 입힐까 봐 아버지는 아들 몰래 직접 나섭니다. 겉으로 요란하게 표현하지는 않아도 자식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겹습니다.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작품도 있지요.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과나무는 소년에게 평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줍니다. 사과나무를 그저 인간이 막무가내로 파헤치고 베어내는 자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조차 책을 덮고 나서 부모를 떠올릴 정도로 사과나무는 부모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부모의 사랑이 나오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식의 이기적인 모습이 나옵니다. 뭔가 얻어 가려 할 때에만 사과나무를 찾아오고 필요 없을 때에는 가까이 오지도 않는 소년은 영락없이 철부지 자식의 모습입니다.
엄마의 변함 없는 사랑, 아빠의 보이지 않는 사랑, 그리고 희생적인 부모의 사랑. 가만 보면 책 속에서의 부모는 서로 다른 사람인데도 모두 같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마음을 갖고 있는 쪽은 자식이군요. 엄마의 마음을 그대로 이어받아 멋진 부모가 되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뒤늦게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가슴아파하는 자식이 있고(<나비를 잡는 아버지>), 너무하다 싶을 만큼 부모에게서 빼앗기만 하는 자식이 있습니다(<아낌없이 주는 나무>). 우리는 부모 앞에 어떤 자식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