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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부터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과 함께 표지의 노란 색은 어디선가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할 것만 같았다. 제목때문이었는지 표지 때문이었는지 무언가에 이끌려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글의 분위기는 대체로 무겁고 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인 정윤이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크나큰 상처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이 학생운동과 최루탄 범벅으로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시대인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책의 초반에는 정윤이의 우울한 심리상태가 잘 나타나 있다. 엄마의 죽음을 그녀만의 방법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매일매일 서울을 2시간 이상씩 걸어다니는 것이다. 혼자 걷다보면, 음악을 듣거나 하지 않고 걸어가는 것은, 나 혼자 무언가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정윤은 엄마의 부재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걷기로 채워나갔던 것이다.
그러던 정윤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미루와 명서를 만나게 되고 이 셋은 잘 어울리곤 했다. 여기에서 미루의 손에 있는 화상자국이 왜 생기게 되었는지는 하나하나 정윤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눈앞에서에 언니의 죽음,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의 극단적 죽음은 언니의 앞길을 막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던 미루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상처를 가진 주인공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같은 종류의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의 우정과 사랑이 뒤얽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정윤의 고향친구 단이의 정윤에 대한사랑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었을 때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엄마에 이어 혈육과도 같았던 단이의 죽음이 정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를 생각하면 그 절절한 슬픔이 독자에게까지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뒷내용이 궁금하게 만드는 작가의 전개방식에 정말 놀라움을 느꼈다. 잔잔한 전개속에 실제 앞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듯한 생생한 묘사와 감정의 극적 전달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