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기 - 나의 1950년
유종호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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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호교수의 『회상기--나의 1950년』을 관심 있게 읽었다. 이전의 『그 겨울 그리고 가을』과 비교할 때 확실히 무대가 제한돼있고 일어나는 사건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사소한 얘기가 섬세하고 오밀조밀하게 전개되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만큼 생생하다. 그래서 더 읽을 맛이 나는 책이다.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약한 민초들이 겪는 불안감과 방황이 눈에 선하고 여실하다. 중공군이 대만을 점령하고 일본 구주에 상륙했다는 뜬소문, 묵은 좁쌀 되가웃을 남겨놓고 피란 간 교사, 세상에 맞추어서 성서를 불태우는 미망인, 탄광에서 일하다가 가족을 찾아 쌀가마니를 등에 지고 서울로 간다는 위장 국군장교(?), 그 까짓 석 달을 못 참아 부역을 하느냐고 동료에게 호통 치는 선생, 전쟁이 끝나간다는 소문에 고개를 젓는 인민군 군관, 암굴 속에서 숨어 있다가 도리어 죽을 뻔한 동급생, 안약 한 방울 넣지 못하고 끝난 결막염, 무고하게 죽은 아들의 원수를 갚으려고 애쓰는 무녀, 죽은 남편과 합장을 말아달라는 할머니 등 많은 장면과 얘기와 인물이 당시의 사회상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게 한다. 이것은 지방의 한 소읍(小邑)의 축도요 사회사이기도 하다.

에세이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가, 그 차이는 무엇인가?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굳이 그것을 구별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모두 우리에게 문학으로서 호소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뛰어난 문학이다. 편벽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록하겠다는 자세 역시도 존경스럽다. 책에 나오는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마련이다>란 말을 다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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