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 :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 옛글의 향기 4
노자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과이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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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이 대세인 때이고 그리스 로마시대의 사상이 현대사를 구성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동양철학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한자번역서를 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정작 공자의 논어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깔끔한 원서와 번역본을 읽지는 못했다. 아니 읽으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매력적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지겨울 듯 했고 내가 포기할 것이 두려웠다. 해설서도 좋은 것들이 많아서 발취되어 있는 좋은 구절 한 몇 개만 읽어도 나의 알량한 지적호기심과 교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노자와 장자가 궁금했다. 나름 꽤 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며 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공자의 말씀은 생활속에서 받아들이고 사는데 어렵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렵진 않다. 노자와 공자의 사상은 매번 자유롭고 가볍고 유연한데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사상을 배우고 싶고 체득하고 싶었다. 나의 성향과 다른 부럽고 따라가고 싶은 모습이 그들의 이야기에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내 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은 원본에 충실하고 담백하게 번역만 하려고 노력한 책이다. 정확하게 자신이 직접 쓴 책이 한권도 없고, 그럴듯한 명맥이 이어지는 제자도 없는 노자는 주나라를 떠나는 도중 만난 관문지기에게 그의 요청에 의해 2권의 짧은 책을 주는데, 속설에 따르면 그것도 그가 직접 쓴 것은 아닐지도 모르고 구전된 것을 누군가 집필했다는 말도 있다. '도'에 대한 '도경'과 '덕'에 대한 '덕경' 총 81편의 짧은 글이 전부이다. 한자어의 글만 모은다면 몇 장 되지 않은 이 짧은 글은 후세까지 이어지고 인류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정치, 문학, 종교, 경영 등 많은 분야에 흔적을 남긴다. 이 도덕경의 주석서 중 가장 최초이자 온전한 것인 '하상공장구'를 번역하여 옮긴 것이 이 책이다.

제대로 도덕경의 원문을 읽고자 한 나에게는 너무 감사하고 필요한 책이었다. 총 4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권마다 앞 장에 그 권의 대표적인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연생태적인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이자 나에게 가장 와닿는, 필요한 말은 물에 비유한 우리네의 모습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습니다. 
물은 만물을 아주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기도 하며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습니다.
머물면서 땅을 기름지게 하고/마음은 깊은 연못 같으며
줄 때는 매우 어질고/말할 때는 매우 믿음직스러우며
정직하여 다스림을 잘하고/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잘하며
그 움직임은 때를 잘 맞츱니다./오직 다투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허물이 없습니다.

너무 익숙하지만 읽을수록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부끄럽고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다. 최근 만난 직장동료 중에 나이는 어린데 심성이 곱고 일할 때 좋은 자료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본래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니니 기꺼이 나눌수 있어 기쁘다고 한 이가 있다. 내가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 내팽게친 일을 본인이 하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이 떼어버린 일들까지도 본인이 떠맡아하면서도 다음 후임자가 힘들어할까 걱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일을 잘 해내고 곤란할 때는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그이가 볼수록 존경스럽고 본받을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위 구절을 읽으며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물의 이치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부족한 나에게 12장의 욕망을 단속해야 하는 이유나 23장은 텅 비워 무위로 함 34장의 이루어짐에 맡김, 41장의 같음과 다름의 이야기들은 읽고 책에 표시해두고 다시 읽을 만큼 생각하고 반성할 꺼리를 많이 주었다. 물론 24장의 괴롭지만 은혜로운 충고와 같이 잘난척하기 일쑤인 나에게 제대로 된 날카로운 이야기도 있다.

공자의 논어를 읽을 때도 쉽지 않았다. 엄격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노자의 도덕경은 쉽게 읽히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자유롭지만 단단해서 뿌리가 잘 받쳐주고 있어 믿음직스럽다. 그의 말처럼 자연이 진리라 흔들리지 않지만 세상 만물 연결시키며 생각하다보니 나의 모습이 자꾸만 비춰지면서 부끄러움도 반발도 간혹 생긴다. 하지만 자꾸 부끄러운 모습을 돌아보는 내 자신이 싫지 않다. 이 또한 자연의 한 모습이니. 더 인위적이지 않고 흐름에 맡길 수 있게 나를 갈고  닦을 수 있길 바라며 매일 조금씩 도덕경을 꾸준히 보고 싶다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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