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들어간 성당’이라고 말하고 넘어가지만, 그곳에서 내가 경험한 세계는 그 정도로 말할 수 없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순간순간의 경험이 오롯이 살아서, 각자의 이름표를 달고 내게로 다가왔다. ‘버스표를 찾아 헤매던 순간’, ‘베르니니를 처음 만난 순간’, ‘인생 파스타를 만난 순간’, ‘맛있는 아이스크림 찾기에 또 실패한 순간’, ‘시차 적응이 안 돼서 버스 안에서 졸던 순간’ 등. 이름표를 붙일 수 없는 순간이 조금도 없었다. 그러니 하루가 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