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마침내 여행지에서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별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서의 시간과 달리, 별의별 게 다 별일인 여행에서의 시간. 어제의 모양과 오늘의 모양은 완전히 다르다. 내일의 모양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또 다를 것이다. 일상에서는 아무 고민 없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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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들어간 성당’이라고 말하고 넘어가지만, 그곳에서 내가 경험한 세계는 그 정도로 말할 수 없다는 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순간순간의 경험이 오롯이 살아서, 각자의 이름표를 달고 내게로 다가왔다. ‘버스표를 찾아 헤매던 순간’, ‘베르니니를 처음 만난 순간’, ‘인생 파스타를 만난 순간’, ‘맛있는 아이스크림 찾기에 또 실패한 순간’, ‘시차 적응이 안 돼서 버스 안에서 졸던 순간’ 등. 이름표를 붙일 수 없는 순간이 조금도 없었다. 그러니 하루가 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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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거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멀리하고 싶다. 자신의 존재를 과장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부풀리는 것에 그들은 익숙하고, 상대에게도 자신의 왜곡된 존재를 강요하니까. 깨진 거울만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아무리 너는 괜찮다고 말을 해도 그들은 그 말도 다시 자신의 깨진 거울에 비춰서 받아들이니까.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의 깨진 모습만 애처롭게 바라보니까. 돋보기 같은 거울을 가지고 작은 흠결에 집착하는 사람도, 커다란 거울을 가지고 늘 자신만 들여다보는 사람도, 돈이라는 거울로 세상 전부를 해석하는 사람도 꺼려지는 건 매한가지다. 심지어 거울이 아예 없는 사람을 보면 이런 말까지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ttt"저기요, 거울 하나 빌려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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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앞에서 완전 자기가 무능하다고 다 이야기해버린 셈이잖아."
ttt"아예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는 사람일걸?"
ttt아예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한다라. 그건 정말 생각해본 적도 없는 옵션이었다. 나의 거울에 대한 믿음은 조금씩 금가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게도, 거울이 아예 없는 사람들이 간혹 내 앞에 나타나기도 했던 것이다. 명백한 자기 잘못 앞에서, 자신을 가장 불쌍히 여기는 사람을 보면서는 인간의 자기방어 기제에 대해 탄복했다. 저 상황에서도 자신을 가장 먼저 보호하다니. 인간이란. 권력을 남발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자신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도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렇게까지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다면 그건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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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늘 가로늦게 그 난리였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나 혼자 가로늦게. 좀 진즉에 알았더라면 그 모든 시간이며 그 모든 돈이며 그렇게까지 허비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꼭 머리를 세게 박고 나서야, 아, 여기 벽이 있었군, 돌아가야 하는 거였군, 이라며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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