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기준에서 언니는 ‘초보’였고, 수축률이 다른 두 나무를 붙여 테이블을 만드는 실수를 해버렸다. 그리하여 여름이 되면 안쪽 나무의 팽창을 바깥쪽 나무가 견디지 못해 테이블의 모서리들은 무기력하게 벌어졌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말끔해졌다. 언니는 그 부분을 볼 때마다 부끄러워했지만, 나는 그 부분을 볼 때마다 내 테이블에도 다리미 자국이 생긴 것 같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덧대어지는 것 같아 유쾌해졌다.
ttt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우리가 가진 것들과 사이좋게 늙어가고 싶었다. 미니멀리스트에 관한 책들이 판을 치고 있었지만, 나는 우리를 잘 알았다. 죽었다 깨나도 우리는 미니멀리스트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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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국 아주머니가 자신의 식탁을 소개하면서 삼각형으로 움푹 파인 곳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자신의 어머니가 평생 이 식탁에서 다림질을 했다고. 평생 이 자리에 뜨거운 다리미를 올렸기 때문에 이렇게 푹 파인 거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나도 결심했다. 나도 그런 테이블을 가지겠다고. 오래도록 나와 함께 늙어갈 테이블 하나. 그 앞에 앉아 글을 쓰는, 밥을 먹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술을 마시는, 커피를 마시는, 일을 하는 나를 기억해줄 테이블 하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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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실패 끝에, 나는 오늘도 나밖에 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어쩌면 다행스럽게도.
ttt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음은 매일 흔들리며 어딘가에 닿고, 우리는 그것에 지갑을 열거나 시간을 쏟는다. 그 끝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때론 절망, 때론 후회다. 하지만 운 좋게도 몇은 나에게 남는다. 나에게 꼭 어울리는 형태로. 나에게만 꼭 어울리는 색깔로. ‘나의 취향’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마침내 생긴 것이다. 반갑게도, 기쁘게도. 그렇다면 나에겐 그 취향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유행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 취향을 기준점으로 삼아 하루를 꾸려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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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매혹과 표절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내게 남은 건 결국 나의 글씨체뿐이다. 누구와도 다른, 오직 나를 닮은 글씨체.
ttt이런 과정이 비단 글씨체에만 일어나는 일일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의 문체를 닮고 싶어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개성을 훔치고 싶어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안목을 가지고 싶어 했는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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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밖으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착하고 바지런하고 헌신적인, 상냥함 그 자체였다. 그녀는 모종의 침묵 속에 살아갔고, 외부 세계에서 그 침묵을 깨뜨린 것은 오직 문학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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