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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강영숙 외 지음, 이혜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평점 :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나는 임용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몸이 근질근질한 임고생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공부방 내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놓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세상에 빠져들던 날이었다. 여기저기서 진도 부근에서 배 한 척이 침몰되고 있고,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라는 기사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떨리는 손으로 매시간 계속해서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던 날이었다. 나 그리고 우리 가족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그 때 나의 부모님 중 한 분도 교직에 계셨고, 막둥이 동생도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몸담고 싶은 곳이 교직이었기 때문에 탑승자의 상당수가 학생이라는 것에 마음이 쓰였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며, 희생자들의 마지막 연락을 모은 글을 보며 마치 내 학생 같아서, 내 가족 같아서 쉽게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괜시리 구조 진행 기사에 더 집착하고 몇 날 며칠을 저린 마음을 안고 지냈었다.
그러다 현실에 치여 그때의 그 마음을 잊고 점점 매너리즘에 빠졌고, 교사라는 직업에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하던 찰나, <기억하는 소설>이라는 책을 만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기억하는 소설>은 8명의 작가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그리고 일어날 수 있는 재해와 재난을 소재로 만들었던 이야기들을 4명의 국어 선생님들이 사람들이 그 일들을 기억하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하나로 모아 만든 단편소설집이다.
- 허리케인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흑인 기사가 운전하는 재해지역투어버스를 타고 당시의 상황을 듣는 '재해지역투어버스(강영숙)'에서부터
-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 구덩이를 파는 굴착기 노동자의 혼란스러운 시선에서 바라본 '구덩이(김숨)'
- 생계와 등록금 마련를 위해 뛰어든 일이 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희생자를 찾는 일이었던 갓 군대를 제대한 한 청년이 느낀 죄책감을 담은 이야기 '몰:mall:沒(임성순)'
- 미카엘라라는 세례명을 가진 딸과 그의 어머니의 서사,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인 또다른 미카엘라와 광화문 광장의 목소리들을 담은 '미카엘라(최은영)'
- 특성화고 산업체 실습 학생을 지켜주지, 아니 지켜줄 수 없었던 기간제 교사의 이야기 '하나의 숨(조해진)'
-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 하기 위해 했던 일이 사실은 재난복구 지역의 오염물질로 가득한, 결국 비극으로 이끌고 가버린 일이었던 '방(강화길)'
- 기원전 17,000년, 눈보라와 굶주림 속에서 가족의 생존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던 우의 이야기 '슬(膝)(박민규)'
- 우주에서 날아오는 운석과의 충돌로 다가올 멸망 앞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과 여전한 일상을 유지하던 나와 엄마의 모습을 담은 '어느 날(feat. 돌멩이)(최진영)'까지...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대부분이기에 가볍게 생각하고 볼 책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평소라면 빠르게 몰입해 훌훌 읽어 나갔을테지만 이 책은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마음과 머리 속 어느 깊숙한 곳을 둥..둥...울리며 다가와 도저히 중간중간 끊어가지 않고서는 읽어나가기가 어려웠다. 왠지 나의 기억과 양심 한 구석을 자극하는 기분이었달까?(그래서 가급적이면 감성이 흘러넘치는 밤 시간보단 밝은 낮에 읽었으면 한다...)
책을 읽고 난 뒤로 내가 어느 샌가 잊고 있던 세월호 참사 당시의 나의 마음, 그리고 나의 어릴 적 기억에 담겨있던 씨랜드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뿐만 아니라 포항 지진으로 여전히 임시대피소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의 모습, 이번 광주 재건축 건물 붕괴 사건까지도 계속 떠올려 보게 된다. 어쩌면 이런 기억을 떠올리고 이런 기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편집에 참여한 선생님들이 노렸던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말미의 엮은이의 말에서 교실에서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읽힐지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모으셨다고 하는데, 염려되는 점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바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의 평균적인 수준에서는 몇몇 작품은 분명 왜 자꾸 화자가 바뀌냐느니, 이 말은 무슨 뜻이냐느니 물어볼 것이 눈 앞에 그려진다... 감정소모가 필요한 내용이 있기도 하고.. 나는 평가와 연관되지 않기 때문에 문학작품은 아이들 각자가 받아들이는 대로 음미할 수 있도록 두는 편인데 왠지 이 작품들을 소개한다면 이야기들의 배경이 된 재난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미디어자료와 함께 이야기의 해석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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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 잊어버린다고. 봐라, 또 무너진다. 분명히 또 무너진다고."
(중략)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 <기억하는 소설>, '몰:mall:沒'(p. 104)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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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겪어보지 않으면 한철 이슈로만 지나가게 된다.
재난을 겪는 일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일은 아니기에 겪어보지 않은 우리는 쉽게 왈가왈부하고 그러면서 또 쉽게 잊는다. 역지사지까지는 어렵더라도, 매일같이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잠깐이나마 기억하고, 미래를 그려보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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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이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 다친 마음을 마음껏 짓밟고도 태연한 이 세상에서 그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원했다.
- <기억하는 소설>, '미카엘라'(p. 138)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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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단에 지원하여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기록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