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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1년 11월 12일,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 경관에 선정되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TV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스물아홉 인생을 살아오고도 가보지는 못했다. 제주도에 대해서는 물과 여자와 돌이 많은 곳, 돌 하르방, 감귤 초콜릿, 해녀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주도에 가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제주 걷기 여행]은 제주도가 고향인 작가가 올레길을 만들고, 제주도에 귀향해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왜 올레길이라 이름 지었을까? 제주 ‘올레’는 제주도 말로 자기 집 마당에서 마을의 거리 길로 가는 진입로, 밀실에서 광장으로 확장되는 변곡점, 소우주인 자기 집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최초의 통로를 이야기 한다. 또한 제주도에 올래? 라는 말도 되므로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작가가 이 올레길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작가의 산티아고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의 대화로 얻은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참 행복했고 많은 것을 얻었어. 그러니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누구나 우리처럼 산티아고에 오는 행운을 누릴 순 없잖아. 우리,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각자의 까미노를 만드는 게 어때?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p.236)
작가는 그 이후로 제주도에 내려가서 올레길 만드는 작업을 한다. 고향인 제주도에 와서 길을 만들면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게 된다. 특히 예전에 말썽꾸러기였던 동생과 길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화해를 하고, 다시 형제애를 깨닫게 된다. 올레길을 만들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찾고 치유되는 과정은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길을 만드는 의미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한다.
제주 올레 여행은 슬로우 여행, 느림의 미학이다. 간세다리 여행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간세라는 말은 제주도 말로 게으름 피운다는 말이라고 한다. 단지 게으름을 뜻하는 것일까? 걸으면서 우리가 지나칠 수 있던 경치도 볼 수 있고, 도시 생활에 지친 영혼을 달랠 수도 있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함께 걷는 사람들과 더욱더 관계가 돈독해 질 수 있고, 행복해 지는 길이 바로 올레길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도에 다시 내려와서 만난 주변 사람들, 제주도 음식, 제주도 설화 이야기는 제주도가 추억이나 환상이 아닌 현재 진행형, 살아 숨쉬는 오늘의 모습인 것 같다. 올레길을 만들고 다시 제주도에 사는 것은 작가가 만든 인생의 길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제주도방언이 나오는데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 같은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싶을 정도의 말도 많았다. 밑에 해설이 나와있어서 다행이지, 아마 제주도 방언으로만 이야기를 들으면 대화가 안 통했을 것이다. 중간중간에 제주도 방언을 넣은 것도, 아마 제주도 여행을 더 제주도답게 느끼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마치 나도 제주도에 작가와 같이 있는 느낌을 들게 했다. 살아 숨쉬는, 파릇파릇한 제주도를 느끼는 것 같아 좋았다.
책을 통해 올레길을 접하고 보니, 나도 기회가 되면 내년이라도 꼭 가보고 싶다. 올레길을 간세다리로 걸어 다니며 그 동안 회사 생활하며 지친 마음을 누이고 싶고, 시장에 가서 갈칫국을 한 숟갈 크게 떠서 먹어보고 싶다. 유채꽃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손잡고 걸어 다니는 길.. 생각만해도 웃음이 난다. 올레 길을 걸어가며 나도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