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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 - 낯익은 낯섦에 관한 철학 에세이
서동수 지음 / 엠더블유북스(MWBooks) / 2025년 7월
평점 :
서동수의 『언캐니한 것들의 목소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명하다'고 여기는 개념들—히어로, 빌런, 괴물, 신, 재난—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낯익은 것들 속의 낯섦을 추적하는 깊이 있는 에세이다. 저자는 정신분석과 철학, 신학을 넘나들며 기존의 이분법적 세계관에 균열을 내고, 우리가 억압하거나 외면해 온 '언캐니(uncanny)'한 것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히어로와 빌런의 서사를 통해 정의와 악의 경계를 문제삼고, 좀비와 같은 괴물을 통해 인간 존재의 또 다른 윤리를 모색하며, 현대 기독교의 권력화된 신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재난 속에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적 기제를 해부한다. 낯선 것을 마주하는 용기와 성찰의 깊이가 돋보이며, 각 장은 독자에게 도전적인 사유를 요구한다.
이 책은 사유를 자극하고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독자에게 권할 만한, 섬세하고도 대담한 철학적 탐구이다.
고담의 외부를 욕망하는 조커에게 고담은 환멸 그 자체일 뿐이다. 전혀 다른 욕망을 지닌 조커야말로 진정 두려운 존재이다. 조커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커에게 중요한 것은 메시지, 즉 물질이 아닌 새로운 욕망이며, 그 욕망을 전파하기 위한 외로운 전도사가 바로 조커의 본질이다. - P40
괴물들이 두려움과 매혹의 대상인 이유는 위반에 있다. 위반은 그들은 괴물로 만들면서 동시에 숭배의 대상으로 전환시킨다. 충동의 금지는 인간만의 법이다. 인간만이 예민하게 충동을 의식하며 금지의 법을 준수한다. 고대의 동물숭배 사상도 여기에 기인한다. 동물들이야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의 법을 무시하면서 자유롭게 충동을 향유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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