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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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식객은 우리의 맛을 찾는 긴 여정이었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오랜 전통을 이어 내려온 식당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노하우를 통해 우리의 맛을 그려낸 허영만 작가의 노력이 담겨 있기에 더 맛있게 읽었던 것 같다. 전국의 맛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주인공인 성찬 캐릭터는 트럭에 각종 재료를 싣고 다니며 파는 장사꾼으로 그렸다. 넉살좋은 붙임성과 정직함을 지닌 성찬은 이런 사람만 있다면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지 않고 살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할만큼 멋진 캐릭터였다. 그리고 성찬의 파트너인 진수라는 여성은 맛집을 취재하는 기자로 그려내 찰떡궁합 커플로 만들었다.

 

진수성찬 커플의 알콜달콩 사랑이야기와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 속 에피소드가 재미있게 그려지면서도 가장 중요한 우리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대한민국 사람들의 주식인 쌀이 그 첫번째 였다. 소박하지만 우리 밥상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들을 통해 옛날 이야기도 꺼내 놓고, 음식의 유래에 대해서도 알려주니 하나의 음식 주제를 밀도 있게 알게 됐다.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음식인데, 음식을 보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를 조금은 알수있다. 어떤 기후인지에 따라 음식 재료가 달라질 것이고, 같은 음식이라도 지방에 따라 다른 맛이 전해진다.

 

그런데 아쉬운 건 몸에도 좋고 맛있는 음식이 많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 식품업계에서 만들어 낸 식재료들과 값싼 외국의 농산물이 우리 식탁을 가득 채우는데 있다. 무조건 우리 음식을 고집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편리하고 싸다는 이유로 맛을 포기하는 것 같아 아쉽다. 더 이상 고추장과 된장을 집에서 만드는 집이 없고, 달달한 포장 고추장,된장을 먹으며 그 맛에 길들여진 우리이다. 진짜 맛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건 아닐까, 식객을 보면서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들다보니 "옛날엔 진짜 맛있었는데, 요즘엔 이 맛이 안나네"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콩나물도, 두부도 참 맛있었는데 요즘엔 그 맛을 도통 느낄수가 없다. 이런 말을 하면 딸은 "그땐 살기 어려웠고 맛있는게 별로 없었으니까 그렇게 느낀거 아니야?"라며 핀잔을 주지만, 아무리 그래도 옛날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내 입맛이 둔해진건지, 천편일률적인 맛에 길들여진게 싫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식객을 보면서 입에 침이 고이다보니 한께 떼우는 음식이 아니라 진짜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27권까지 보면서 우리나라 음식임에도 먹어보지 못한 것도 많고, 옛날엔 자주 먹었지만 지금 사는 곳에선 찾기도 힘든게 많은데 언제 한번 발품 팔아서 찾아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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