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새싹동화 1
고정욱 글, 박은영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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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는 뇌성마비 일급 장애아이다.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해 항상 휠체어에 앉아있어야 한다. 말도 더듬고 웃을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손도 마음먹은대로 움직이지 않고 경련까지 일어난다. 지영이가 뇌성마비가 된데는 태어날때 엄마 뱃속에 오랫동안 있느라 뇌에 산소 공급이 안됐기 때문이었다. 안타까운 일 이었지만 그래도 귀한 생명이고 살아준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지영이의 엄마는 매일 술만 먹는 남편과, 지영이의 치료에 몸과 마음이 지쳐 결국 집을 나갔다. 그래서 지영이는 아빠와 할아버지와 셋이서 산다. 그래도 지영이는 행복한 편이다. 하루종일 일하는 아빠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부모가 되고 친구가 되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지영이의 손과 발이 되어준다. 작가 고정욱 씨에게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듯이, 지영이에겐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영이에게 취학 통지서가 날아오게 된다. 장애인인 지영이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닐수 있을까. 아직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만약 지영이가 일반학교에 다닌다면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높은 층은 안고 가야 할테고, 장애인 화장실이 없으니 용변보는것도 쉽지 않다. 또 장애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선생님들은 난처할게 분명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단호했다. 자신이 하는데까지 노력해볼테니 지영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자고 아빠를 설득한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께 간절히 부탁한다. 부디 이 아이에게 기회를 달라고 말이다. 지영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할아버지를 가진것 같다. 이런 할아버지가 있다면 든든하고 기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영이는 할아버지의 행동을 못마땅해한다. 율동시간에 춤을 추지 못하는 지영이를 위해 할아버지가 대신 따라해하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이 웃자 부끄럽게 생각한다. 휠체어 때문에 학교 책상을 사용하기 힘들자 할아버지가 직접 책상을 만들어주는데도 고맙다고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게 다 싫었다.  일어나서 잠들때가지 자신을 위해 모든것을 해주는 할아버지가 귀찮았고 짜증났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은 커녕 신경질만 부리기 일쑤였다.

그런 지영이를 버릇없는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영이는 '장애'라는 말이 너무도 듣기 싫었고 할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싫었을 것이다. 소풍날 친구들과 함께 뛰놀수 없고, 친구들이 자신의 휠체어를 미는것도 싫었다. 특히 독후감을 써 상을 받은 지영이에게 "글을 잘 썼구나" 라는 말 대신 장애를 극복했다며 칭찬해주는 말은 기분 나쁘게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쓰러져버렸다. 지영이는 할아버지가 미리 써놓은 유서를 읽고 자신의 잘못을 늬우치게 된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의 깜짝 선물은 지영이로 하여금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 나갈수 있는 행복을 선사해주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지영이가 학교에 갈수 있도록 노인정 할아버지들께 부탁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영이는 노인정 할아버지들에 의해 학교에 출석할수 있었고 할아버지의 큰 사랑을 느낄수 있었다. 이젠 투정부리는 지영이가 아닌 "고맙습니다" 하며 밝게 웃는 지영이가 된 것이다.

TV를 보면 이런 이야기를 심심치않게 볼수있다. 그때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봐도 그분들이 참 대단해보인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위해 매일 학교에 데려다주고 수업이 끝나면 마중나가는 어머니. 아이를 업고 높은 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혹시 수업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밖에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걸 몇년동안 계속 한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작가 고정욱 씨 또한 그런 어머니 덕분에 대학원까지 갈수있었고 지금은 훌륭한 작가가 되었다.

장애우와 일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사이좋은 친구가 될수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장애우에 대한 교육과 책임을 장애우 가정에게만 지우지 않았으면 한다. 혼자서 안전하게 통학을 할수있고, 층계를 오르내릴수 있으며, 아이를 많이 도와줄수 있는 인력도 생겨야 할것이다. 그래서 장애로 인해 학업을 포기하고 중단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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