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평가들이 뽑은 2006 최고의영화, 총 40편의 리스트다. 혹시 못보고 지나친 영화는 없는지 살펴보고 감상하자.
나로선 리스트의 대부분의 영화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방학을 맞아 영화를 줄기차게 보고 있다. 구할 수 없는것은 빼고 대부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씨네21(2006.12.29)<괴물>, <필름 코멘트> 선정 ‘2006년 미개봉작’ 2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미국의 영화 비평지 <필름 코멘트>의 ‘2006년 미국 미개봉작’ 2위로 꼽혔다. <괴물>은 짐 호버만, 개빈 스미스, 조너선 로젠봄, 켄트 존스, 케네스 튜란 등 미국의 권위있는 평론가 80여명의 연말 투표에서 139점을 얻어 2위로 기록됐다. <괴물>은 지난 9월의 뉴욕영화제 등을 통해 미국에 소개된 바 있다. 또 <해변의 여인>(홍상수)과 <방황의 날들>(김소영)도 미개봉작 순위에서 각각 6위와 15위에 올랐다.

한편, <필름 코멘트>의 미국 개봉작 중 1위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디파티드>였다. 2위는 루마니아 크리스티 푸이우 감독의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이, 3위는 장 피에르 멜빌의 1969년작 <그림자 군단>이었다. <보랏>은 6위였고,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플라이트 93>은 8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은 9위,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는 11위였다. <판의 미로>는 15위, <007 카지노 로얄>은 20위였다. 미개봉작 중 1위는 타이 감독 아피차퐁 위라세타쿤의 <징후와 세기>였다. 상세한 결과는 곧 출간되는 <필름 코멘트> 1, 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다음은 투표 결과.

디파티드

2006년 최고의 영화들- 미국 극장 개봉작
1. 디파티드 (마틴 스코시즈, 미국) 779점
2. 라자레스쿠씨의 죽음 (크리스티 푸이우, 루마니아) 740점
3. 그림자 군단 (장 피에르 멜빌, 프랑스/이탈리아) 657점
4. 아들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벨기에/프랑스) 611점
5. 여왕 (스티븐 프리어스, 영국/프랑스/이탈리아) 587점
6. 보랏 (래리 찰스, 미국) 455점
7. 하프 넬슨 (라이언 플렉, 미국) 474점
8. 플라이트 93 (폴 그린그래스, 프랑스/영국/미국) 432점
9. 귀향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429점
10. 인랜드 엠파이어 (데이빗 린치, 미국/프랑스/폴란드) 414점
11. 쓰리 타임스 (허우샤오시엔, 타이완) 379점
12. 스캐너 다클리 (리처드 링클레이터) 363점
13. 올드 조이(켈리 레이차르트, 미국) 352점(동점)
13. 아버지의 깃발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국) 352점(동점)
14. 트리스트럼 섄디 (마이클 윈터보텀, 영국) 333점
15. 판의 미로 (기예르모 델 토로, 멕시코/스페인/미국) 322점
16.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국) 318점
17. 상호 존중 (앤드루 부잘스키, 미국) 223점
18. 프레리 홈 컴패니언 (로버트 알트만, 미국) 246점
19. 인간의 자식들 (알퐁소 쿠아론, 영국/미국) 244점
20. 007 카지노 로얄 (마틴 캠벨, 영국/체코/독일/미국) 228점

징후와 세기

2006년 미개봉 베스트 영화들- 미국에서 극장 개봉하지 않은 작품
1. 징후와 세기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타이/프랑스/오스트리아) 253점

2. 괴물 (봉준호, 한국/일본) 139점
2. The Host (Bong Joon-ho, South Korea/Japan) 139

*일본이 표기 되어있다. 원본이 잘못표기 되어있는걸 기자가 그대로 번역한듯 싶다. 왜 일본이 적혀있나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야후닷컴에 영화 괴물 제작국가로 일본이 표기되어 있더라' 한다. 아마도 이게 이유가 아닐지..

3. 대단한 젊음 (페드로 코스타, 포르투갈/프랑스/스위스) 127점
4. 혼자 잠들고 싶지 않아 (차이밍량, 타이완/프랑스/오스트리아) 111점
5. 블랙 북 (폴 버호벤, 네덜란드/영국/독일/벨기에) 108점
6. 스틸 라이프 (지아장커, 홍콩/중국) 107점(동점)
6. 해변의 여인 (홍상수, 한국) 107점(동점)
7. 공공장소에서의 사적인 두려움 (알랭 레네, 프랑스/이탈리아) 104점
8. 세브린느, 38년 후 (마뇰 드 올리베이라, 포르투갈/프랑스) 84점
9. 오프사이드 (자파르 파나히, 이란) 76점
10.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켄 로치, 아일랜드/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70점
11. 브랜드 어폰 브레인! (가이 매딘, 캐나다/미국) 68점
12. 바마코 (압데라흐마네 시사코, 말리/프랑스) 64점
13. 흑사회2 (두기봉, 홍콩) 60점
14. 사우스랜드 테일스 (리처드 켈리, 독일/미국) 53점
15. 방황의 날들 (김소영, 미국/캐나다/한국) 50점
16. 거대한 고요를 향해 (필립 그로닝, 프랑스/스위스/독일) 44점
17. 잎새들이 부서졌을 때 (스파이크 리, 미국) 43점
18. 데이 나이트 데이 나이트 (줄리아 로크테프, 미국) 40점
19. 고 마스터 (티엔 주앙주앙, 일본/중국) 39점
20. 붉은 길 (안드레아 아놀드, 영국/덴마크) 38점

Participants: Sam Adams, Thom Andersen, Melissa Anderson, Dudley Andrew, Steve Anker, David Ansen, Paul Arthur, Michael Atkinson, Saul Austerlitz, Marjorie Baumgarten, Nick Bradshaw, Richard Brody, Michael Chaiken, Chris Chang, Tom Charity, Godfrey Cheshire, Gary Crowdus, Giulia D’Agnolo-Vallan, Mike D’Angelo, Manohla Dargis, Bilge Ebiri, Cheryl Eddy, David Edelstein, Justine Elias, David Fear, F.X. Feeney, Paul Fileri, Scott Foundas, Chris Fujiwara, Graham Fuller, Roger Garcia, Susan Gerhard, Gary Giddins, Jean-Pierre Gorin, Larry Gross, Dennis Harvey, Molly Haskell, Grady Hendrix, Logan Hill, J. Hoberman, Robert Horton, Johnny Ray Huston, Harlan Jacobson, Kent Jones, Kristin M. Jones, Dave Kehr, Lisa Kennedy, Glenn Kenny, Laura Kern, Stuart Klawans, Robert Koehler, Michael Koresky, Nathan Lee, Dennis Lim, Phillip Lopate, Tim Lucas, Cynthia Lucia, Scott Macaulay, Guy Maddin, Maitland McDonagh, Don McMahon, Wesley Morris, Rob Nelson, Chris Norris, Geoffrey O’Brien, Mark Olsen, Mark Peranson, Tony Pipolo, Richard Porton, John Powers, James Quandt, Alissa Quart, Nicolas Rapold, Bérénice Reynaud, Jim Ridley, Jonathan Rosenbaum, Joshua Rothkopf, Andrew Sarris, Richard Schickel, Paul Schrader, Lisa Schwarzbaum, Gavin Smith, Roger Smith, Vivian Sobchack, Chuck Stephens, Bob Strauss, Jim Supanick, Amy Taubin, José Teodoro, Desson Thomson, Kenneth Turan, Michael Wilmington, Donald Wilson

http://www.filmlinc.com/fcm/poll/2006pollcritics.html

 

*몇가지 리스트를 덧붙인다. 롤링스톤즈 베스트10 과 무비스트 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다.

http://blog.naver.com/hello_so?Redirect=Log&logNo=90012576628
롤링스톤즈지 선정 2006 최고/최악의 영화 10편

최고의 영화 TOP 10

1위 디파티드 The Departed
감독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


2위 드림걸즈 Dreamgirls
감독 빌 콘돈 Bill Condon

3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선조들의 깃발 Letters From Iwo Jima/Flags of Our Fathers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4위 귀향 Volver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Pedro Almodovar

5위 바벨 Babel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Alejandro Gonzalez Inarritu

6위 유나이티드 93 United 93
감독 폴 그린그래스 Paul Greengrass

7위 더 퀸 The Queen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Stephen Frears

8위 보랏 Borat
감독 래리 찰스 Larry Charles

9
위 리틀 미스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감독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파리스 Jonathan Dayton and Valerie Faris

10위 프래리 홈 컴페니언 Prairie Home Companion
감독 로버트 알트만 Robert Altman

 

최악의 영화 TOP 10


1위 바비 Bobby
질질짜는 스타 카메오들을 잔뜩 불러다 놓고 휴머니즘을 설파하다

2위 다빈치 코드 The Da Vinci Code

베스트셀러 책이 바보같은 영화가 되다


3위 스네익스 온 어 플레인 Snakes on a Plane

인터넷에선 과대포장하였지만 관객들은 침을 뱉었다

4위 엑스맨 라스트 스탠드 X-Men: The Last Stand

정말 마지막(라스트)이길 빌자

5위 원초적 본능 2 Basic Instinct 2

샤론 스톤이 다리를 벌리지 않길 바랄 정도로 나쁘다

6위 내티비티 스토리 The Nativity Story

처녀가 수태하는 케케묵은 크리스마스 스토리

7위 레이디 인 더 워터 Lady In The Water

샤말란 감독은 자신의 '식스 센스'를 잃은 모양이다

8위 클릭 Click

센티멘탈한 아담 샌들러는 말도 안되는 소리

9위 대통령의 죽음 Death Of A President

부쉬가 죽는 가짜 다큐인데도 지루하다

10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King's Men

숀 펜 조차도 멍청해 보이는 영화

http://www.rollingstone.com/news/story/12842078/the_10_best_movies_of_2006

 

무비스트(2006.6.13) [상반기 결산 특집] 기자들이 뽑은 최고 vs 최악 영화는?

'직업엔 귀천이 없다'라는 옛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편협한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적은 없는지. 직업군중에 유일하게 놈 ‘者’자가 붙는, 그러니까 그렇게 해설될 여지가 있는, 기자처럼 일반인들에게 선망과 멸시를 동시에 받는 직업은 특히 더하다. 목숨을 걸고 뉴스를 전달하는 사명감 있는 지식인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4대 포탈을 중심으로 인터넷 뉴스가 범람한 이후 같은 소재와 뻔한 이야기를 부풀려서 써대는 한심한 ‘찌질이’로 격하되기도 했다.

그러나 기자 계에서도 나름의 종류가 있는 법. 의학기자와 군사기자처럼 이제는 어느 분야든지 ‘전문’으로 세세하게 나뉘는 현실에서도 유독 영화기자와 연예기자가 똑같이 인식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무비스트는 ‘기자들이 본 2006년 상반기 영화 최고 vs 최악’을 뽑아 봤다. 여기서 ‘기자’라 함은 다양한 매체 중에서 ‘영화’만을 전담하거나 전문으로 다루는 곳에 적을 둔 사람들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2006년 1월부터 6월말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180여 편의 영화 중에서 관객수 25만 명에 그친 <가족의 탄생 (제작:블루스톰)>이 기자들이 가장 많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꼽혔다는 사실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연출한 김태용 감독과 고두심, 문소리, 엄태웅, 공효진 봉태규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이 영화는 평단의 호평과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 소문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간판을 내려야 했던 불운의 영화였다.

사실, 기자와 평단의 평가가 대중의 반응과 엇갈린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소수의 관객들에게 극찬을 받은 <가족의 탄생>이 가장 많이 추천됐다는 사실은 기자도 ‘평가단’ 이기 이전에 ‘관객’이기 때문이리라. 최악의 영화에도 재미난 공통점이 발견됐지만 그건 직접 글로써 확인하기 바란다. 다양한 매체만큼 이나 기발한 의견들이 매체성을 숨기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적혀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맞아! 그랬군. 그럼, 그렇지!’ 하는 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주에 많게는 4편, 적게는 1편의 시사회가 열리는 ‘일터’에서 감동으로 다가온 영화와 실망을 금치 못한 영화를 골라 사적인 코멘트를 달아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동료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친분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위치 때문이라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닌데, 매체구분을 떠나 마감 순으로 기사를 올리는 이 발칙함(?)까지 이해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조이씨네 서정환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가족의 탄생>은 신선한 시나리오에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결합된 아름답고 따뜻한 영화다. 세편의 에피소드는 각각 남매, 모녀, 연인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인연과 사랑의 연줄을 직조한다.

가족의 탄생에서 개념적 정의가 ‘피(血)’로 구분된다면 김태용 감독은 이 범위를 ‘정(情)’으로 확장시킨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이 맺는 인연,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애증을 통해 형성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영화의 엔딩 신에서 정유미가 감고 있는 실타래처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며 흩뿌리는 수많은 날실과 씨실은 우연 같은 필연을 통해 하나로 감겨 가족으로 탄생하게 됨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감독의 연출에 대한 능력은 물론이고 진심이 더욱 돋보이는 근래 보기 드문 영화다.

최악의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허무함의 극치를 만끽하고 싶다면 <카리스마 탈출기>를 강추한다. 안재모, 윤은혜가 주연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이정, 정준하, 현영, 천명훈, 박슬기, 윤택 등 조, 단역들도 TV에서 이미 우려먹은 이미지를 남발하며 짜증을 증폭시킨다.

단순 에피소드 위주로 나열 된 짜임새 없는 플롯과 몰개성한 캐릭터 등 영화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카리스마 탈출기>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일조했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작년 여름, 동남아 원주민을 연상시킬 정도로 시커멓게 탄 피부로 촬영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던 권남기 감독의 열정은 대체 어디로 표출된 걸까? <카리스마 탈출기>는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잔혹한(?)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 무비위크 이지영 기자


최고의 영화 <메종드히미코>
<메종드히미코>는 게이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오히려 이누도 잇신 감독 특유의 [강요하지 않음]이 매력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힘껏 바지를 치켜 올려 입은 오다기리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행복했다.

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고개만 돌려도, 하나의 의미가 부여되는 듯 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오다기리죠를 가르켜 {가만히 있어도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최악의 영화 <로망스>
이 영화는 예고편이 본편에 비해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예고편만 보고 있자면 한없이 장중하고, 무언가 애틋하다. 게다가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배우들이 연기하기 때문에 [가볍지 않은 성인만의 멜로]라고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은 전적으로 예고편의 능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영화의 분위기를 느껴봤으면 한다는 문승욱 감독의 욕심은 너무 과했다. 음악과 배우, 스토리, 연출 네 박자가 한개도 들어맞지 않은 영화였다. 욕심을 너무 내서 차라리 촌스러워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 헤럴드경제 이형석 기자


최고의 영화 <더 차일드>
때로 좋은 문장은 단순하다. 주어와 동사의 지극히 단순한 결합이 때로 놀라운 설득력과 폭발력을 보여준다. 그것을 우리는 종종 거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이로운 경지’라고 부른다. 내게 ‘더 차일드’는 그랬다. 장식과 수사를 섞지 않은 단순한 이야기와 ‘~체 하지 않는’ 건조한 태도는 오히려, 행간에 무한한 세계와 공간, 풍요로운 감정을 열어줬다.

‘그는 훔친다. 훔친 것을 판다. 아이를 얻었고, 아이를 판다’. 그는 구원 받을 수 있을까 혹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에서 반복되는, 절도의 은밀한 매혹과 ‘무세트’에서 강가를 향해 몸을 굴리는 소녀에게서 얻는 깨달음을 떠올리게 한다. 아름다운 영화.

최악의 영화 <공필두>
재미없고 지리한 영화는 많다. 상반기에도 ‘최악’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많았다. 하필, 이 영화는 졸지 않고 끝까지 봤을 뿐이다.

● 세계일보 정진수 기자


최고의 영화 <브로크백마운틴>
영화 ‘타임 투 킬’에서 최고의 역전을 불러온 대사는 피해를 당한 아이의 인종을 바꿔 생각해 보라는 것. ‘브로크백 마운틴’에도 비슷한 공식이 적용된다.

‘애절한 두 사랑의 주인공들이 모두 남자라고 상상해보라’. 동성애를 특별한 것으로 그리면 그것은 특별한 것이 되지만 이안 감독은 생활 속에서 갑자기 찾아온 사랑의 감정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질투와 그리움 연민을 과장되지 않게 표현해 ‘동성애’라는 규정을 초라하게 만든다.

넓게 펼쳐진 자연 안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사랑이 무엇이 문제가 있냐는 여유는 좁은 세상에 갇힌 이성애자들의 좁은 시선과 대비된다.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하는 ‘게이 카우보이’들의 짧은 추억과 오랜 기억. 사랑 타령만큼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어디 있겠는가.

최악의 영화 <공필두> 생각 없이 웃고 즐기라는 영화에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웃겨줘야 한다는 것은 기본. 그것이 7000원의 대가다. 컷과 컷이 맞지 않는 어수선한 화면 속에서 서사라도 아귀가 맞아야 하겠건만, 당최 주인공이 달려야 하는 이유조차 납득이 안 되면 어쩌겠는가. 영화 마지막에 객석에서 나온 박수는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관객의 인내심에 대한 것이다.

● 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라스트 데이즈' 같은 외화도 좋았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를 꼽아야 할 것 같다. 보통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면 대부분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은데 '가족의 탄생'은 그 반대였다 .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구나" 라는 탄성을 나올 정도로 새롭고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 중에 하나는 말이 될 것 같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정말 근사하게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 . '가족의 탄생'이 바로 그런 영화였다.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이 아닌 사랑으로 뭉친 가족은 혈연 가족 이상의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김태용 감독이 존경스러울 정도. 등장인물을 아버지, 어머니, 내연녀, 전 남편의 자식 등 사회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 자체로 바로보는 감독의 시선은 상업화에만 천착하는 한국영화에 던져진 한 줄기 빛과 같다.

최악의 영화 <공필두> '카리스마 탈출기'도 이 범주에 넣고 싶었지만 공필두를 꼽은 것은 이문식과 같은 좋은 배우를 데리고 그렇게 엉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다. 기자들이 영화 리뷰를 쓰지 않는 것이 영화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문식과 김유미, 박정학, 유태웅이 왜 쫓고 쫓겨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 씨네서울 나하나 기자


최고의 영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영화는 문학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문학을 태생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필자의 개인 사가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상보다 이야기를 상상케 하는 문학은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감각기관을 작동시켜 이야기를 이미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사람들의 상상 속에 만들어진 세계는 그 어떤 영상보다도 매력적이며 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경쾌한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영화다. 유쾌하고 따뜻하며 섬세하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지극히 평범한, 어찌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인물들과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 평범한 일상들이 모여 행을 이루고 연을 이룬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결국 한 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영화가 된다.

구체적이면서 추상적이고, 실험적이면서 평범하며, 허구적이면서 현실적인, 서로 다른 지점의 한 가운데에서 줄타기를 벌이고 있는 영화는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이라는 영화만의 세계를 만들어 놓는다. 오감을 자극하는 문학적인 상상력과 눈으로 보이는 영상, 그리고 현실과 허구, 냉소와 낙관이 나란히 공존하는 세계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원하는 세계일 지도 모른다.

최악의 영화 <공필두>
‘최악’이란 말보다는 ‘안쓰럽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사실 <공필두>는 개인적으로 눈 여겨 보고 있던 남자 배우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영화다.

백 만불 짜리 천진난만한 미소와 냉소 섞인 비웃음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이문식을 주축으로 늘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김뢰하, 부리부리한 눈으로 어린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유태웅, 중견 연기자 중 최고라 말하고 싶은 김갑수, 영원한 휘발유 김상호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배우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문제는 그들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작업이다. 그러나 <공필두>는 그들을 조화시켜 하모니를 이루는 방법을 모르는 듯하다. 저 멋진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참, 속이 쓰릴 따름이다. <짝패>의 대사 한마디가 떠오른다. “열심히고 최선을 다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만 있는 거지”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 프레시안 안재형 기자


최고의 영화 <짝패>
이미 그들의 액션은 정평이 나있었다. 류승완과 정두홍, 두 사람이 다시 의기투합했을땐 드라마보다 액션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그 당연한 기대에 당연하게 반응했다. <짝패>는 감독과 배우가 지닌 한가지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려 단점을 커버한 영화다. 드라마의 짜임새나 연기력보다 액션에 주력했다. 어설프게 이것저것 담아내려고 손을 뻗지 않는다. 시종일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했고 퀄리티에 집중했다. 그들의 액션은 그 어떠한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하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최루성 멜로드라마의 강점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입과 명치 끝이 아련한 여운이다. 물론 그러기위해선 아이스크림마냥 녹아드는 드라마와 달콤한 남녀주인공의 사랑이 필수다. 조한선과 최지우의 조합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어우러짐이 어색한 전개와 연기력이다. 아무리 한류를 겨냥한 기획상품일지라도 안일했다. 10년 전 쯤 보았음직한 이야기와 설정이 난무한다.

● 포커스 곽명동 기자


최고의 영화 <가르시아>
‘폭력의 피카소’로 불리는 샘 페킨파 감독의 ‘가르시아’. 필름포럼에서 개봉한 샘 페키판 회고전을 통해 봤다. 박찬욱 감독이 평론가 시절, ‘미국 B무비 전통의 개가이며, 가장 독창적인 로드무비이자 컬트 중의 컬트, 보기 드물게 순수한 형태의 아트 필름’이라고 극찬한 작품.

호기심이 발동해 봤는데, 과연 ‘명불허전’. ‘와일드 번치’로 정점을 찍은 샘 페킨파가 멕시코에서 저예산으로 찍은 이 영화는 피아니스트 베니가 청부업자의 청부를 받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르시아를, 그것도 죽은 가르시아의 목을 찾아 자신의 애인이자 가르시아의 애인이었던 여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절망과 체념, 분노와 응징,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가 그야말로 ‘폭력적’으로 펼쳐진다. 맨 마지막 총구가 스크린 가득히 빅 클로즈업되는 장면은 아마도 샘 페킨파 본인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최악의 영화 <생, 날선생>
<생, 날선생>은 기자 시사회에서 ‘영상 사고’가 난 줄 알았다. 쇼트와 쇼트를 어떻게 이어 붙인지 모르겠고, 어디서 커트를 해야 할지 몰랐던 영화가 아닐까. 스토리는 뒤죽박죽이고 캐릭터도 설득력이 없다. 감독과 제작사 사이에 관계가 안 좋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유발케 한 영화.

● 필름2.0 허지웅 기자


최고의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콘스탄트 가드너>는 잘 조율된 신파의 힘이 영화로 하여금 어떤 정서적 파괴력을 지니게 하는지 증명하는 최고의 사례다. 우리는 영화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영화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고 등장인물을 처단하더라도 현실에서 변화되는 것은 없다. <콘스탄트 가드너>는 극 중에서 그 무엇도 극복해내거나 해소해주지 않지만, 부조리한 현실의 인과관계를 훌륭히 투영해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로 하여금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의지와 희망을 품게 한다. 이 영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만약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콘스탄트 가드너>야 말로 그런 영화다.

최악의 영화 <포세이돈>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해보고자 하는 성직자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종교적 화두가 더 없이 평범한 재난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걸작의 반열에 올렸다면, <포세이돈>에는 부르주아지들의 삶을 향한 원초적 열망과 시대착오적인 스펙터클 효과만이 무성하다. 단순히 원작의 아우라에 대한 근거 없는 애정이 아니다. 프랭크 신부와 로고 아저씨, 특히 벨르(쉘리 윈터스)가 사라진 <포세이돈>은, 그저 한마디로 정말 재미없고 심심한 블록버스터. 뒤집힌 건 호화여객선인데, 더운 날 속이 더 뒤집힌다.

● 마이데일리 이경호 기자

최고의 영화 <왕의 남자> 원작의 높은 완성도가 빼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합쳐졌다. 원작연극이 갖고 있던 극적 특성에 영화의 강점을 더한 이준익 감독의 연출도 뛰어났다. 그동안 연산군을 소재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제작됐지만 ‘왕의남자’에서 인간 연산군에 대한 내면심리 묘사는 정말 빼어났다. 감우성, 정재영, 강성연 등은 왜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영화가 재미있는지 분명히 알려줬고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왕의남자’가 최고의 영화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지도 않았고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은 거기에 공격적 마케팅도 없었지만 대형 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1200만 관객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최악의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
이 영화에 아무도 작품성을 기대하지 않았다. 얼마나 재미있는 학원 영화가 나올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카리스마 탈출기’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러닝 타임 내내 불편할 뿐이었다. 한창 ‘카리스마 탈출기’가 촬영되던 지난해 촬영 현장을 취재했다. 모든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 조연 연기자들이 촬영 준비를 끝냈지만 주연배우들은 8시간이 넘게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스태프와 보조 출연자들의 얼굴에서 짜증을 읽을 수 있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수 없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좋은 영화가 나올리 없다.

●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


최고의 영화 <박치기>
관객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면서도 배꼽을 자극하는 오묘한 영화. 삶의 출구를 찾지 못해 떠도는 재일동포 청춘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와 서러움을 스크린 밖으로 힘껏 분출 시키는 연출력이 놀랍다. 남한도 북한도 선뜻 조국이라 부르지 못하는 조총련계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최악의 영화 <생, 날선생>
'코미디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아주 심한 착각을 한 듯한 영화. 앞뒤 맥락 없이 이어지는 무의미한 에피소드들의 단순배열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새로운 코믹 아이콘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박건형을 얻은 게 소득이라면 소득.

● 딴지일보 허남웅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영화가 할 수 있는 기능은 단순히 오락에만 있지 않다. 현실을 환기시키고 가치 전복을 이야기하는 것도 영화가 예술로서 해야할 일이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고 더군다나 가부장이 존재하지 않는 모계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에 적합한 형식으로 풀어낸 <가족의 탄생>이 그렇다. 상반기뿐 아니라 올 한해를 넘어 한국 영화사에 길이 기억될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영화가 이제는 기획상품이라는 사실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티를 내야 할까. 한류스타에, 드라마에서 모방한 이야기 구성에, 4천만이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 불치병에, 되도 않는 반전까지. 그렇다고 이를 잘 연출한 것도 아니고. 영화를 만드려면 먼저 영화를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훈아닌 교훈을 일깨워준 영화.

● 프리미어 전종혁 기자


최고의 영화 <매치포인트>
죄와 벌의 테마로 베르히만과 히치콕을 연결시킨 우디 알랜의 수작. 우디 알랜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나이를 더해 갈수록 빛이 나는 혜안에 그저 탄복할뿐.

최악의 영화 <국경의 남쪽>
차승원의 눈물연기와 안판석 PD의 스크린 데뷔로 기대를 모았지만, 드라마의 상실이란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관객을 억지로 울리지 않겠다는 영화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무색무취의 영화로 남았다. 아니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무비스트 서대원 기자


최고의 영화 <미션3>
2천억 원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된 <미션3>는 떼돈 블록버스터의 미덕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네를 위해 피 말리는 여정에 오른 톰 크루즈의 가공할 만한 원맨쇼는 미션3의 최고 구경거리다. 공중부양 후 자동차와 충돌하기! 가파른 경사의 빌딩창 등짝으로 미싱하우스 하며 하강하기! 빌딩 숲 날아다니기! 박진감 넘치는 뜀박질 장면 등 불혹의 톰 아저씨는 대역 없이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시연하는 기염을 토한다. 대중을 상대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톰 크루즈와 J.J 에브람스 감독의 역량이 동반상승을 일으키며 탄생한 <미션 임파서블3>는 올 블록버스터 중 아직까진 동급 최강이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애당초, 장르적 모험보다는 안전빵의 기획력에 기대, 초장부터 끝물까지 최루성 멜로물의 그 얼개를 짤 없이 지키며 과시한 <연리지>! 뭐 그것까지는 이해됐더랬다. 허나, “에이! 설마 그러기야 하려고...”라는 보는 이의 근심이 스크린을 통해 목도된 찰나, 그것도 비장의 막판 반전이라며 영화가 들이대는 순간, 필자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다. 사랑이 제 아무리 남녀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요 결실이라 손치더라도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한자성어를 말 그대로 실현시키는 당 영화의 막판 설정! 아무리 생각해도 감정이 고양돼 슬픔으로 승화되기에는 너무 어거지다. 하나도 지겨워 죽겠는데 연인이 짝패로 더블 불치병이라니...심히 경제적인 마무리 방식이다만 이건 좀 오버다.

● 스크린 인터뷰 장연선 기자

최고의 영화 <가족의 탄생>
김태용 감독은 <가족의 탄생>을 통해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연애에 대한 직관력, 그리고 보기 드물게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울고 웃던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사랑 받고 싶어 하는 두 남녀였다. 공효진과 류승범은 말한다. “너 나한테 왜 그래?” “그러는 넌 나한테 왜 그래?”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의 감정과 상황 외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리고 이기적인, 한 때는 연인이었던 두 남녀에게는.

그 밖에도, 속 썩이는 남자와 그를 사이에 둔 누이와 늙은 애인, 속 썩이는 여자친구와 그래도 그녀가 좋은 한 남자 등 <가족의 탄생>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우리는 이 인간 군상 속에서 나의 모습을, 내가 알던 어떤 남자나 이웃 여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해피엔딩을 제시한다. 저마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가족을 이루어 서로 보듬어줄 수 있게. 가족만큼 좋은 게 없고, 그 가족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역시 난 가족이, <가족의 탄생>이 참 좋다.

최악의 영화 <투사부일체>
내가 조폭 코미디에 특별히 반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조폭이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이 썩었는데 이를 조폭이 바로잡는다는 <투사부일체>의 설정은 도를 넘었다. 설정뿐만이 아니다. <투사부일체>는 디테일에 있어서도 비난할 여지가 살아 있다. 혹시 마지막 신에서 정준호와 그 일당들이 악의 무리와 집단 싸움을 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그것이 마치 조폭 코미디의 모범 답안인양, 전작에서처럼 싸움의 막바지쯤에 학생들이 몰려와 아군이 되어주던 것은 또 어떻고! 특히 조폭들 사이로 주구장창 겉돌던 꽃가루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영상이다. 좌우지간 코미디영화 <투사부일체>의 가장 큰 문제는 웃기지도 않았다는 거다.

웃기는 조폭이 등장해서 “행님 행님”하는데도, 부하가 선생이, 보스가 학생이 된 제법 코믹한 상황이 만들어졌는데도, 연기력 받쳐주는 배우들이 나와줬는데도, 전혀 웃기지 않았다는 거다. 뻔한 스토리에 억지웃음을 끼워 넣어 안일하게 만들어놓고 전작의 후광을 등에 업어 흥행한 이 영화, 제발 3탄만은 만들지 말아주오~!

● 무비스트 최경희 기자


최고의 영화 <짝패 >
버스터 키튼은 정교한 액션 안에서 부서지는 육체로 웃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애잔한 슬픔과 안아주고픈 모성을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키튼의 <카메라>를 보면서 나는 웃으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류승완의 <짝패>는 그 지점에서부터 출발해 전혀 다른 육체적 쾌감을 선사하는 방향까지 진행된다. 멜로가 없는 영화의 스토리는 주인공들을, 우정을 빙자한 동성애적 결탁으로 비치게 한다. 동시에 이 결탁은 감히 범할 수 없는 절대지존 섹시남들로 그들을 ‘둔갑’시키고야 만다. 침대위에 발가벗은 애인을 상상하는 발정 난 암컷마냥 80분간의 짧은 러닝타임 동안 류승완과 정두홍은 피범벅이 된 그들의 하얀 와이셔츠 밑에 숨어있는 살과 땀 그리고 매끄러운 근육을 상상케 만들고 있다. 가질 수 없는 몸뚱이가 섹스가 아닌, 활극으로 스크린을 널뛸 때, (관객의)가학증은 절정에 이른다. 액션 카타르시스를 영화적 오르가즘까지 끌어올린 <짝패>의 성취는 한국영화의 해묵은 ‘틀’을 깼다.

최악의 영화 <구타유발자들>
꺼려주마 탈출기, 뚜껑열리지, 노망스 등등 원제목 밝히기도 민망한 최악의 영화 후보들을 신끼에 가까운 선견지명 덕분에 안 보고 버틸 수 있었다. 하늘이 도운 거다. 반면, 너무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만들어서 관객의 외면을 받는 영화도 있다. 바로 <구타유발자들> 이 경우에 해당된다. 연기 연출 시나리오 등 근래 한국영화 중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이 영화를 난 재미없게 봤다! 이건 내 돈 내고 영화 보는 관객 입장에선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단순히 폭력을 유희가 아닌 잔혹 그 자체로 그려서 ‘구타’가 흥행에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관객의 취향과 원하는 바를 고려하지 않은 대중영화는 자신의 본분을 자만한 거다. 알맹이야 어찌됐든 대중영화의 외피를 썼다면 최소한 관객이 받아들일만한 여지는 줘야 한다. 뜻만 좋으면 뭐 하겠는가? 따라와 주는 이 아무도 없는데................

● 맥스무비 김규한 기자

최고의 영화 <수퍼맨 리턴즈>
영웅담은 언제 들어도 물리지 않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척척 해내는 영웅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이상형이다. 브라이언 싱어가 그려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맨’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타고난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라서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수퍼맨’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다. 브라이언 싱어에 의해 19년 만에 스크린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된 <수퍼맨 리턴즈>는 겉만 요란한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드라마에 충실하다.

이미 <엑스맨> 1,2 편을 통해 재능을 과시한 바 있는 브라이언 싱어의 솜씨 좋은 연출력이 만나 군살 없는 드라마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수퍼맨 리턴즈>의 매력은 거부할 수 없는 볼거리의 위용일 것이다. 단일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 2억 6천만달러(약 2600억원)를 쏟아 부은 대작답게 <수퍼맨 리턴즈>는 액션과 드라마, 멜로 등 갖가지 요소를 골고루 섞은 웅장한 스펙터클로 객석을 압도한다.


최악의 영화 <연리지>
죽어서도 함께 하고 싶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연리지>를 슬픈 멜로 라고 칭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류스타 최지우와 조한선만 가지고 만든 생각 없는 시한부 영화라고는 말할 수 있다. 시한부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성패는 작품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관객들을 울리느냐 안 울리느냐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로 영화의 흥행이 눈물의 양과 비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울고 싶어서 울 수 없는 시한부 영화를 두 시간 동안 극장에서 봐야 하는 것은 고역이나 다름없다. 시한부 영화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단점을 모두 갖춘 <연리지>는 자꾸만 시계를 보게 만드는 영화다. 아무런 감흥도 선사하지 못하는 <연리지>에서 기억나는 것은 신승훈의 주제곡 밖에는 없다. 애절한 분위기가 깃든 영상은 언제나 선수를 치고 나오는 음악 때문에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무비스트 이희승 기자


최고의 영화 <매치 포인트>
보는 내내 ‘바로 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상반기 최고 베스트! 우디 앨런이 심플하기만 한 뉴욕을 버리고, 런던을 택한 것도 반가웠지만 불륜, 사랑, 야망, 혼외정사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맛있게 버무려 결국엔 '천하의 나쁜놈'도 그냥저냥 살아간다는 엔딩씬이 뻔하기만 한 ‘선’의 승리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더욱이 “인생은 ‘노력’도 노력이지만 결국엔 ‘운’이더라”는 불변의 법칙을 황혼의 노장 감독이 들려줘 더 리얼하게 다가왔던것 같다.

최악의 영화 <피터팬의 공식>
‘온주완’이라는 좋은 배우를 왜 그렇게 밖에 못써먹었는지, 또 여성의 시각에서 상당히 불편하다라는 것이 해외 영화제에서 극찬 받은 이 영화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다. 여자라서 그런가? 보는 내내 불쾌할 정도로 ‘한수’의 성장통이 이해되질 않았다. 상을 탔다는 것도 솔직히 의외였다. 분명 심사위원들도 어린 시절 한번쯤은 옆집 유부녀에게 ‘자위’ 당하고(?) 싶은 환상을 가졌던 중년 아저씨들이리라.

 

 



 

무비스트(2006.12.28)기자들이 뽑은 2006 하반기 최고VS최악 영화는?

200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모두 360편으로 이중 한국영화만 100편을 차지한다. 문화는 성장했지만 영화의 위치는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7월1일부터 시행된 스크린쿼터의 축소(연 73일)로 영화인들의 FTA반대 시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며 13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괴물>은 한국식 SF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스크린 독점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고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같은 실험적인 작품이나 퀴어 멜로를 표방한 <후회하지 않아>가 보여준 독립영화의 힘은 앞으로 충무로가 나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역시 평범한 듯 보이지만 독특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대중의 지지는 미약했으나 평단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 영화는 상반기 무비스트에서 진행한 ‘2006년 상반기 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작품으로 지난 21일 진행된 제 2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 하반기를 정리하는 의미로 기자들에게 또다시 물었다. 기자 개인의 취향과 감성이 그대로 반영된 ‘최고 VS 최악 영화’의 2탄인 셈이다.

외화와 한국영화가 뒤엉킨 베스트 리스트에는 <라디오 스타>와 <괴물>, <타짜>가 눈에 띄는가 하면, 최근 개봉한 미셜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과 선댄스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인 <리틀 미스 선샤인>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기자들이 뽑은 하반기 최악은? 너무도 다양하다. 기사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마감 순으로 기재했다.


● 씨네21 김수경기자

최고의 영화 <디파티드>
<디파티드>는 <좋은 친구들>보다 못하다. 하지만 웬만한 감독의 수작은 이 노회한 거장의 범작을 뛰어넘기 어렵다. 영화학교 수업 시간에 어울릴 빛나는 편집, 매니지먼트사에서 소속배우들에게 필히 보여줘야 할 연기가 이 영화에는 넘치도록 담겨있다. <디파티드>가 무간도에 빚진 건 그저 이야기의 얼개뿐이다. 저작권료는 이미 지불됐다. 촬영, 편집, 연기, 미술, 음악, 연출 어느 파트에서도 <디파티드>는 <무간도>를 압도한다. 그것은 자본 규모가 아니라 30년 넘도록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며 함께 작업 한 거장들의 호흡과 우아한 감식안이 빚어낸 결과다. 1970년대 중반부터 갱영화의 신대륙을 개척한 마틴 스콜세지가 한국남성들의 가슴을 두드린 홍콩 느와르의 낭만적 정서에 동의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디파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흥겨운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최양일의 지독한 ‘야수의 역사’와는 또다른 ‘비정한’ 남성 세계에 대한 ‘냉정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최악의 영화 <마음이...>
흥행은 모든 사건의 면죄부일까. 아직도 주인공 달이를 구타하는 장면과 투견을 강요하는 시퀀스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곧 개봉할 조지 밀러의 탁월한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는 동물에 대한 애정을 형상화하는 방법을 <마음이...>에게 가르쳐 줄 만한 근사한 전범이다.

● 프리미어 서동현 기자

최고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소녀로 살고 싶은 사랑스러운 소년 동구의 가슴 뭉클한 성장담. 인생이 거친 씨름판 같아도 멋쟁이 마돈나처럼 살겠다는 우리 동구의 진심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최악의 영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카리스마 우마 서먼이 단 한 순간에 '남자한테 집착하는 무섭고 기운 센 싸이코'가 되었다. 남자보다 능력있는 여자에 대한 재미없는 우화랄까. 그녀를 '수퍼 싸이코'로 변신시킨 이반 라이트만에게 절권도 옆 차기를 선물하고 싶다.

● 무비위크 이원 기자

최고의 영화 <귀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영화다. 자칫 억지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전혀 그런 느낌 없이 감칠맛나게 꾸려나가는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근래의 관객들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한 몇 년 사이의 영화를 보며 동성애나 양성애 코드가 있고, 주제의 진지함 때문에 조금은 무겁거나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귀향>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재기발랄하고, 유머 있는 감독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말은 그의 근래 작품중 가장 대중적인 코드가 많은 영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귀향>을 보고 그의 코미디 감각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나 <키카>(1993)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덤으로 얻었다.

최악의 영화 <원탁의 천사>
함량미달의 배우들이 영화를 찍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일들이 보여진다. 기본적으로 눈높은 관객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문제지만 이민우, 하동훈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니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두 배우 덕분에 나머지 배우들도 어정쩡한 연기로 일관했다. <원탁의 천사>는 부자간의 화해를 잘 살리려면 관객들과 밀고 당기길 잘해야 하는데,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배우들의 연기로는 무리가 따랐다. 이민우의 경우 무대에선 카리스마가 있지만 스크린에서는 어설픈 연기를 보여줘 실망감을 낳았고,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하동훈의 경우 주연보다는 연기의 순발력을 살려 적재적소에 기용될 수 있는 조연배우가 낫겠다는 생각이다.

●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

최고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명장의 혜안은 나이 들수록 더 빛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노라면 번득 드는 생각이다. 켄 로치는 시간 속에 묻힌 역사의 한 단면을 발굴하고, 이를 현재진행형의 시대적 고뇌로까지 연결하는 재능을 다시 한번 발휘한다. 식민 통치와 반목의 세월을 거쳐 분단 고착화 시대를 사는 아일랜드의 아픔이 한반도 현실과 포개진다는 점도 유독 이 작품을 눈 여겨 보게 만든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사. “무엇을 반대하기는 쉽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어렵다.” 역사의 부조리한 반복 속에서 노 대가는 공존공생을 위한 집단적 각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웃기려고 작정했지만 정작 마음 먹은 대로 웃기지 못하는 영화. 여자 교생과 남자 고등학생 세 명 사이의 핑크 빛 염문이라는 선정적 소재가 눈에 거슬린다. <몽정기>와 <색즉시공>을 노골적으로 벤치마킹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어느 학생이 교생과 잤을까’라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반짝이는 반전조차 없다. 박준규 하동훈 이혁재 등 개성파 조연들의 연기조차 무력하게 만드는 '괴력'을 지닌 영화. ‘수능 특수’를 노리고 급조된 듯한 기획영화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 스크린 허남웅기자

최고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세상엔 최고보다 그 밑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고개를 위로 올려 1등의 가치들만 높이 평가해왔다. 그러나 <미스 리틀 선샤인>은 경쟁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가치들을 과감히 놀려먹으며 오히려 루저의 가치가 훨씬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스 리틀 선샤인>은 하나같이 고민을 안고 있는 콩가루 가족을 등장시키면서도 이를 끔찍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웃음이 쏟아질 만큼 유쾌하게 묘사한다. 당연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족 화해의 방식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고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긍정하는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의 삶을 긍정적으로 가치있게, 그러면서 동시에 의미 있게 그린 영화는 우린 사실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미스 리틀 선샤인>은 2006년 하반기, 아니 2006년을 통틀어 <가족의 탄생>과 함께 최고의 영화로 뽑아도 손색이 없다.

최악의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예술성이 있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 역시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관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만을 끌어들인다면, 그리고 그런 부분만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 만들기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까지 무시한다면 그런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 좋다. 웃음의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관객이 시름을 잊을 수만 있다면. 다만 이런 말은 할 수 있겠다. 그럼 영화라도 짜임새 있게 만들어달라고. 영화를 보러온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지 않고 저질웃음, 억지웃음만 보여주면서 이를 가지고 영화 관객 운운하는 건 모순이 아닌가. 웃음 이전에 "영화"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헤럴드 경제 이형석기자

최고의 영화 <수면의 과학>
미셸 공드리의 전작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삭제장치’라는 이상한 기계로 이별을 말하는 멜로영화였다. 분노와 증오, 집착과 질투가 뒤섞인 이별의 시간이 오래된 혹은 옛 연인들에게 가하는 사랑의 복수는 수술대 위 환자의 환부를 가르는 메스 같았다. 단호하고 가차 없었으며 잔인했다. 판타지로 쓴 사랑의 리얼리즘은 폐를 들어내도 다시 담배를 입에 무는 니코틴 중독자처럼 주인공들에게 또다시 결국은 고통으로 끝날 사랑을 반복하게 했다. ‘수면의 과학’에서 미셸 공드리는 사랑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설렘과 떨림이 시작되고 미세한 통증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때. 여전히 꿈과 현실은 경계를 잃지만 사랑의 면면은 그럴수록 또렷해진다. ‘이터널 선샤인’이 사랑의 순환과 숙명론에 대한 다소 잔인한 기술이라면 ‘수면의 과학’은 날카롭고 달콤한 첫사랑에 대한 매우 귀엽고 아름다우며 유머러스한 보고서다. 시각적인 쾌감과 기발한 상상력, 문학적인 활력이 넘치는 최고의 로맨스영화 중 하나. 사족을 붙이자면 이 작품과 함께 ‘괴물’ ‘천하장사 마돈나’ ‘삼거리극장’ 사이에서 ‘최고’를 꼽느라 고심했다.

최악의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백윤식과 봉태규 재능의 소모. 이혜영의 가슴에 꽂힌 카메라, 여성비하적이고 모멸적인 표현들. 재미있는 장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목에서 불쾌했다.

● CBS 노컷뉴스 이찬호 기자/송원대 엔터테인먼트과 겸임교수

최고의 영화 <라디오 스타>
웃으면서 눈물이 나는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될까. ‘라디오 스타’는 거창하지도, 대단할 것도 없는 소재와 배경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다. 안성기와 박중훈이라는 신세대들에게 잊혀져가는 배우들을 다시 전면으로 나서게 해 줌과 동시에 설 자리가 애매해지고 있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영화 관객들에게 과거를 추억하는 훈훈한 재미를 준다. 뻔한 줄거리, 아무것도 아닌 안성기의 김밥 씹는 입과 박중훈의 눈가 주름이 묘한 감동을 안기는 장면들은 대단한 영화를 만들기로 작정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웃음과 눈물로 관객을 영화 속 영월 방송국으로 빨아들인다.

최악의 영화 <다세포 소녀>
영화 속에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것이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시도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특히나 상업 영화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면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걸까. 작품은 뭔가에 도취된 듯 영화적 장치들 속에서 마음껏 표현을 하고 있지만 관객이 편한 마음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인다. 줄거리나 영상, 연기 등 모두 독특하지만 보기에는 불편하다. 김옥빈, 유건 등 신세대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으나 참신함이나 풋풋함으로 영화의 허전한 부분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이들이 영화를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 것에 만족해야 할 듯.

● OSEN 손남원기자

최고의 영화 <타짜>
최동훈 감독은 '타짜' 연출을 처음 부탁받고 많이 망설였다. 베스트셀러 장편만화의 영화화가 얼마나 부담스런 작업인지 잘 알았기 때문. 그러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천재적 이야기 솜씨를 선보였던 그는 짧게 간추린 자신의 '타짜'를 새로 쓰는 것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주인공 고니와 정마담, 평경장 등 기본 축이 될 인물만을 갖고 빠른 전개로 원작 속 기본 에피소드를 이어감으로서 영화는 본격 액션 스릴러로 거듭났다. 일본의 장편 TV 드라마를 영화 러닝타임에 맞춰 무 썰듯 잘라놓기만 했던 '사랑따윈 필요없어'와는 크게 대조를 이룬 수작이다

최악의 영화 <구미호 가족>
출연진은 화려했다. 자연스런 코믹 연기의 달인 주현을 비롯해서 박준규 하정우연 박시연 등. 그러나 인간이 되기 위해 서울 속에서 사람 사냥을 나서는 구미호 가족은 그 황당한 설정 만큼이나 중심을 못잡고 흔들렸다. 빈약한 시나리오를 갖고 거창한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영화를 찍다보니 여기 저기서 삐걱거렸고 출연진들의 연기마저 제 각각으로 놀았다. 102분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흥행에서도 참패를 기록할 밖에. 뮤지컬의 기본은 노래와 춤에 있다는 사실부터 깨우치기를.

● 조이씨네 서정환기자

최고의 영화 <라디오 스타>
올 하반기 개봉작 중 유일하게 두 번 본 영화. 두 번째 볼 때 처음보다 웃음은 덜했으나 감동은 더 크게 다가왔다. <라디오 스타>는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가 없었다면 만들 수도 아니 기획 될 수도 없는 영화다. 실제로도 2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두 배우가 뿜어내는 삶의 페이소스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배우가 있다는 사실이, 그런 배우들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지극히 통속적인 스토리와 설정들은 오히려 <라디오 스타>가 이야기하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맞이하는 순간’, 그리고 ‘잊혀 가는 매체와 잊혀 가는 사람이 전하는 잊을 수 없는 울림’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다. 배우들의 진한 페이소스가 인간의 다양한 감성을 골고루 자극하는,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다.

최악의 영화 <조폭마누라 3>
<조폭마누라>는 조폭코미디 시리즈의 가능성을 연 화려한 시발점이자, 그 이후 명절 시즌마다 조폭코미디 시리즈를 접하게 만든 원흉이기도 하다. <조폭마누라>는 물론이고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등 조폭코미디가 편을 거듭하며 한계를 드러내는 와중에 <조폭마누라 3>의 기획 의도는 너무나 노골적이다. 일단 영화를 보면 (그 노골적인 기획 의도를 제외하고) 왜 새로운 조폭마누라로 서기가 필요했는지 궁금증이 인다. 서기를 캐스팅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이 영화가 왜 <조폭마누라 3>인지 의아하게 만드는 불분명한 시리즈의 개연성이 두 번째 이유다. <조폭마누라 3>는 통역사 현영을 이용한 언어의 유희에 모든 웃음을 기대는 안일한 코미디영화이자, 홍콩의 힘을 빌리고도 만족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액션영화다. 장쯔이가 캐스팅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 마이데일리 이경호 기자

최고의 영화 <괴물>
흥행이 최고라고 최고의 영화는 될 수 없다. 하지만 ‘괴물’은 누구도 하기 싫었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하반기 좋은 영화가 많았지만 ‘괴물’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친다!

최악의 영화 <가문의 부활>
누가 뭐라 해도 개인적으로 조폭 코미디를 즐겨본다. 조폭 코미디는 작품성, 완성도 보다는 관객들에 웃음을 주기 위한 노력이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또 그 노력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돈과 시간을 내서 조폭코미디를 관람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표적인 조폭코미디 ‘가문’시리즈의 3편 ‘가문의 부활’은 뒤풀이 셀프 카메라를 보는 느낌이었다. 전편을 관람한 관객들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기획이 필요했다. ‘재탕’, ‘삼탕’을 했어도 맛있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문의 부활’은 그렇게 웃기지도 못했다.

● 메트로 안은영 기자

최고의 영화 <라디오스타>
가장 성공한 코믹 버디무비였던 ‘투캅스’ 시리즈가 나이를 먹고 세월의 더께를 얹어 ‘라디오 스타’로 돌아왔다. 반짝 빛나던 새콤한 폭소 대신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도 모르고 웃게 되는 시큼한 감동을 달고서. 이준익 감독, 안성기, 박중훈이 지칠 줄 모르고 영화에 대한 송가를 늘어놓는 것이 지겹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짱이 있었다. 공식석상에서 배우는 감독에게, 감독은 배우에게 “아무 상념 없이 놀듯이 찍게 해줘 고맙다”는 아이 같은 감사를 드러낼 수 있는 것도 관객에 대한 믿음과 배짱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물 간 가수와 그의 매니저가 그리는 휴먼드라마와 강원도 영월의 아기자기한 풍경, 굽은 손으로 파리를 쫓는 촌부와 콧물을 닦을 줄 모른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어린아이 등 우리네 골목 곳곳을 담아낸 따뜻한 시선은 작정하고 외면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가슴에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세상과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소통하려는 감독의 겸손한 자세로부터 나온다.

최악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영화가 개봉된 뒤 무수한 패러디 제목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문근영 따윈 필요없어’였다. 일본 드라마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많은 화제를 낳았던 문근영의 ‘포스’가 이렇듯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제작부터 연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문근영 하나로만 버텨왔다는 것을 들켜버린 이 작품은 올 한해 가장 안쓰러운 영화가 됐다. 공감대를 형성할 이야기꾼 기질도, 설득과 강권을 오가는 배우 컨트롤 능력도, 남 얘기에 귀 기울이는 포용력도, 멜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젊은 층 대다수가 알고 있는 일본 원작 드라마를 영화화한 감독의 무대포 정신은 높이 살만 하다.

● 무비스트 서대원 기자

최고의 영화 
세월이 미웠더랬다. 허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어쩌겠는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못하고 기력이 쇠한 것이다. 아크로바틱한 맨몸 향연으로 장인의 반열에 오른 성룡 형님의 숙명이자 비애다. 게다, 할리우드마저 가세해 형님의 장기를 말아먹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음이다. 해서, 큰 기대 아니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로또 당첨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형님의 용감무쌍 수공업적 액션이 다시금 부활해 스크린을 아기자기하게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에어콘 실외기를 계단삼아 고층아파트에서 하강하는 자태와 아기를 구하고자 사력을 다해 폴짝폴짝 뛰 다니며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형님의 가공할 만한 스턴트를 마주한 순간에는, 정말이지 울컥 눈물이 날 만큼 황홀함 그 자체였다. 오십줄을 넘긴 지천명의 나이에 ㅜㅜ 저런 과도한 혹은 무모한 또 혹은 살맛나는 액션을 흩뿌리며 온 누리에 복음의 감격을 전하시는 우리 형님 만세다. 왕년의 스타 원표 형님까지 나오시니 더더욱 만세다.

최악의 영화 <신데렐라>
한때, 필름 위에 흐르는 ‘떡무비’에 경도돼 골방에 파묻혀 산 적이 있었다. 얼마간의 학습기간을 가질 요량이었다. 그런 와중 봉만대 감독과 조우했다. 당시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에로비디오 업계를 구원한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신데렐라>라는 공포영화 한 편을 들고 다시금 충무로에 돌아왔으니 당연지사, 기대가 상당했다. 때문에 그만큼 더 실망스러웠다.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당최 알아먹을 수 없는 부실한 드라마가 결정적 패착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과도하게 꼬아놓은 탓이다. 그걸 또 영화 내내 구구절절 설명조로 썰을 풀고 있다. 보는 이, 참으로 피곤한 경우다. 슬픔과 한으로 점철된 무거운 정서의 비극 그러니까 뭔가 있어 보여야만 한다는 고약한 강박과 안 나오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기필코 한 번씩 꼭 등장하고야 마는 사다코 친구들의 우정출연 등이 대세를 이룬 한국공포영화의 돼먹지 못한 습관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한철 장사로 전락한 기왕의 공포물이 그러했듯, <신데렐라> 역시 감독의 다재다능함이 여름시즌을 겨냥한 영화사의 얄팍한 기획에 묻힌 꼴이다. 그래도 봉감독 재능있는 연출자니만큼 다음 작품 기대해보련다.


*여기저기서 1위를 석권한? 영화 디파티드와 관련해서 로쟈님의 페이퍼에 있던걸 가져온다.



문화일보(06. 12. 05) 오동진의 동시상영관 - 디파티드

마틴 스코세이지가 생애 처음으로 리메이크한 영화 ‘디파티드’를 두고 평단 일부에서는 원작이 되는 홍콩의 ‘무간도’ 시리즈와 비교하며 ‘주인공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연기가 양차오웨이의 눈빛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건 좀 잘못된 비교라는 생각이 든다. 두 영화를 굳이 주연배우의 연기를 기준으로 삼아 비교하는 것도 수준이 좀 뭣하다는 느낌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작품은 아예 비교대상이 되는 영화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리메이크이기는 하지만 ‘디파티드’는 ‘무간도’ 시리즈와 다른 선상에 서있는 작품이다.

‘무간도’ 시리즈는 홍콩 누아르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작품인 만큼 한마디로 비정함과 비장함으로 가득차 있는 영화다. 갱단인 삼합회와 홍콩 경찰조직에서 각각 10년 넘게 언더커버로 살아가고 있는 두 남자 진영인(양차오웨이)과 유건명(유더화)을 중심으로 역시 이들의 존재를 각각 유일하게 알고 있는 갱단 두목 한침(쩡즈웨이)과 경찰국장 황 국장(황추성)의 기묘한 심리전의 파노라마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진영인, 유건명 두 남자 모두 오랜 세월을 나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감으로써 극도의 혼란에 빠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갖가지 비극과 통한의 사정을 감정적으로 교류하며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는 동일시의 관계로 빠져든다. 삼합회 두목과 경착국장은 이들의 정신적 아버지로서 모두의 비극을 조종하고 동참한다. 네 사람은 마치 각각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피할 수 없는 두 가문의 대결을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비정도시’의 이미지를 스타일리시하게 펼쳐 놓았던 ‘무간도’ 시리즈에 비해 마틴 스코세이지의 ‘디파티드’는 비정함이나 비장함 같은 분위기는 거의 삭제해 버렸다. 대신 스코세이지는 자신이 지금껏 만들어 왔던 갱스터 영화들 -‘비열한 거리’나 ‘좋은 친구들’‘카지노’-의 특유함 그대로, 인물 모두에게 ‘비열함’을 가득 부여한다. ‘디파티드’의 모든 캐릭터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각자의 생존만을 유일한 목표로 살아가는, 비열한 거리의 비열한 인물들로 그려질 뿐이다. 삼합회에서 언더커버 생활을 하는 디캐프리오 역시 공황에 가까울 만큼 정신적 공포에 시달리는 캐릭터가 강조되는 쪽으로 묘사되고 있다. 경찰조직에 들어 간 갱단원 맷 데이먼의 비열함은 ‘무간도’의 유더화와 가장 확실한 차별성을 보인다.

디캐프리오를 사지로 내몬 경찰국장 마틴 쉰이나 맷 데이먼을 조종하는 조직의 두목 잭 니컬슨에게서 홍콩영화에서의 파더 피규어(아버지상)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절대 무리다. 한 사람은 상사로서의 카리스마를 잃고 우유부단하게 굴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이 수십년간 자식처럼 키운 인물을 스스럼없이 FBI에 넘기려고 할 정도다. ‘디파티드’에선 아버지와 아들 간, 혹은 적이지만 가장 가까운 남자 두 사람 간의 기묘한 우정 따위란, 그래서 더욱 비장하고 비정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비열하고 남루한, 3류인생의 끝자락들만이 펼쳐질 뿐이다.



비장한 매력이 철철 넘치던 ‘무간도’에 비해 새로 만들어진 ‘디파티드’는 그 매력이 다소 반감됐을지언정 보다 현실의 삶에 가까워진 느낌을 준다. 실제로 우리들 삶의 방식은 비장함보다는 비겁함 쪽에 더 가까운 법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역시 그 점을 가장 많이 의식한 것처럼 보인다.

‘디파티드’를 보고 있으면 그래서, 우리들 삶의 치졸함이 느껴진다. 새삼 이 세상이 비열한 거리로 가득 차 있음이 느껴진다. 그 더럽고 스산한 풍경이 오히려 옆에 앉은 사람에게 몸을 더 가깝게 붙이도록 만든다. 진정한 리메이크는 이런 것이다. ‘디파티드’를 ‘무간도’와 같으면서도 다른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200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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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hardy clothin 2010-07-0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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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htiffany and 2010-07-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I beli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