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를 읽다가 문득 이런 구절에 매혹당한다.
캘리밴: 무서울 것 없어요. 이 섬은 별별 소리와 노래와 달콤한 공기에 싸여 있으며, 이것들은 오직 기쁨을 줄 뿐 해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각종 악기의 소리가 귀를 울리며, 또 때로는 자장가가 있어 긴 잠에서 깨어나도 또 잠들게 됩니다. 꿈속에서는 구름이 걷혀서 금시라도 각종 보물이 내게 쏟아질 듯하답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꿈나라로 들어가고 싶어서 몸부림친답니다.
<템페스트>는 튀니스에서 밀라노로 돌아오는 어디쯤의 섬이 배경이다.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이 주는 신비감 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국(물론 템페스트에서 섬이 그런 분위기는 아니지만, 캘리밴의 말에서 천국 같은 곳임이 환기 될 뿐)같은 이미지 속에 등장하는 식물 '가시 금작화'가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인터넷에 검색되는 자료로는 주로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교포분들이 올려 놓은 사진이 많고, 뉴질랜드에서는 골치 아픈 외래종으로 취급 받고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어린 시절 가슴 아프게 읽었던 안데르센의 <백조왕자>에 나오는 가시덤불이 바로 가시금작화였고, 역시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비밀의 화원>, 올 해는 완독해야지 하는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가시 금작화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영국, 아일랜드등의 사진을 보면, 우리나라의 진달래가 능선을 덮은 사진을 연상하면 될 정도로 노란 가시금작화가 들판을 덮고 있다.
사진으로 보니, 우리나라 도시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골담초와 꽃이 유사하다. 콩과 식물이라 가을에는 꼬투리모양의 열매가 달리고, 새가 지저귀는 모양을 연상 시키는 꽃 모양 때문에 참새 작을 써서 금작화 인 듯하다. 가시금작화는 유럽에서는 gorse(고:스) 또는 furze(퍼ㄹ스)정도로 불리는데, broom, genista으로 불리는 것은 골담초이지 가시 금작화는 아니다. 골담초는 잎이 아카시아잎처럼 생겼는데, 가시금작화는 어릴 때는 잎이 로즈마리처럼 바늘잎이다가 그것이 성장하고 마르면서 가시가 되는 것 같다. 만져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사진 상으론 처음 날 때는 부드러운 초록잎인 듯 보인다.
(드넓은 영지?를 소유하고 살 수 있다면) 울타리나무로 심으면 4!~5월엔 담장이 노랗게 뒤덮히는 광경을 연출하겠다. 오래 전에 본 <P.S 아이 러브 유>의 주인공 홀리와 제리가 처음 만나는 장소가 아일랜드의 윌로우 국립공원이었다. 드넓은 풀밭에 흐드러졌던 보라빛 꽃들이 궁금해서 저 꽃들이 필 때 아일랜드에 가볼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계절 상으론 초가을쯤 되어 보였는데, 검색을 하다보니, 아마도 그 국립공원엔 봄엔 가시금작화가 들판을 덮나 보다. 제임스 조이스의 나라이기도 하거니와 U2와 기네스의 나라, 아일랜드에 가고 싶은 이유가 추가되는 순간이다. 그나저나 봄에 가시금작화를 보고 가을에 그 보랏빛 꽃을 보려면, 한 일 년쯤 살아야 한다는 이야긴데...흠...실현 가능할까? 라며 꿈꾸어 보는 것만으로도 입은 벙글어진다. 일단, 제임스 조이스와 U2를 가까이하며 꿈이라도 꾸어보자. <템페스트>의 가시금작화가 유발한 아일랜드의 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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