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마력이 있었다. 원래 주초까지만 해도 지킬앤하이드에 목숨 걸고 있었는데, 며칠 바람의 나라 노래를 끼고 있었더니 도저히 못 참겠더라. 게다가 지킬은 광복절까지 하지만, 바람의 나라는 7월 21일로 끝나니...
어떻게 다시 갈 방법 없을까? 고민하는데, 내 눈앞에 떡 펼쳐진 이벤트 공지! 한 번 본 공연 표를 들고 오면 40% 할인! 오우, 이거야!!
문제는 내가 도착할 때까지 표가 남아있느냐다. 사실 일이 끝날 시간을 맞추는 게 더 어려웠다. 하여간 죽자고 달렸고, 2분 전 도착했는데... 매진이란다. 헉!

이채경 가희
안돼! 막공도 아니란 말이닷(>_<)
-정말 없나요?
-예, 없어요.
-진짜 진짜 없나요?
-없다니까요.
-전 서서 봐도 되거든요.
-입석은 안 팔아요. 초대권 자리도 부족해요.
-전 돈 내고 볼 건데요. 입장만 시켜주세요.
-안돼요.
공연 이미 시작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맙소사!!!
거짓말 조금 보탠다.
-저 진짜진짜 멀리서 왔거든요.(여차하면 부산에서 왔다고 하려고 했다..;;;)
이젠 쳐다도 안 본다..ㅠ.ㅠ
이럴 땐... 일찍 포기하면 안 된다. 될 때까지 매달려야 한다. 관건은.... 조금 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을 잡는 것! 경험으로 아는 건데, 이런 사람들... 웬만하면 보내준다..ㅎㅎㅎ
앗싸, 한 자리 확보! 굉장히 사이드였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 게 어디!
결국 공연 십분 잘린 채로 봐야했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격의 눈물이....T^T
처음 시작할 때 막을 가려놓은 채 그림자만으로 실루엣을 보여주는 무휼의 검무를 못 본 게 한이지만...;;;;

고영빈 무휼
이번에는 김산호 무휼 역이었다. 고영빈 무휼이 아니었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김법래 해명이 있으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누군가 김산호 무휼은 보다 아버지의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보면서 든 생각은,
김산호씨가 키가 크기 때문에 작은 호동과 있으면 아버지처럼 큰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나도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니...(일단 마스크가 된다! 키도 182)
그런데.. 역시 난 고영빈 무휼이 더 좋았다. 포스가 느껴졌달까. 서 있는 것 만으로도, 걸어가는 모습 만으로도 무휼의 분위기가 흠씬 배어나왔으니 말이다. 게다가 대사 전달력이 더 우수하다. 목소리 자체도 더 낮고 힘있었고. 아마도 그건 경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1973년생과 1981년생이니, 시간의 차이는 무시못할 것 같다.

김산호 무휼
그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무휼왕을 보지 못한 것은 아깝지만, 그래도 이번에도 멋진 노래를 감상했으니 후회없는 선택!
확실히 첫번째 보았을 때보다 더 자세히 눈에 들어온다. 안무의 내용도, 노래의 가사도, 심지어 랩 가사까지도.
배우들의 표정도 더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옷차림의 변화도 눈에 들어온다. TV방송까지 해주면 정말 금상첨화겠다.
제대로 물어보니, 온라인 판매란, 시디가 아니라 디지털 음원을 말하는 거였다. 음... 아쉽지만, 아무 것도 없다는 소리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부디 앵콜 공연을 해주기를...ㅠ.ㅠ
그리고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선 다시 안 했으면. 여기 공연장이 너무 안 좋다. 사이드가 기둥에 막혀 무대가 보이지 않고, 앞뒤 간격이 너무 좁아 다리가 앞 가로막에 닿는다. 좌석 간 공간도 너무 좁고...;;;;
대중문화를 위한 공연장 건립도 삐걱하더만... 내가 로또 당첨되면 하나 지어준다고 큰소리 쳐왔지만, 로또 당첨되어도 그거 못 짓지 아마..;;;; (로또를 사 본 적도 없지만....)

김법래 해명
나오면서 화장실에서 웬 모르는 여자분과 공연 뒷담화를 했다. 2001년 버전과의 비교와, 지난 일요일과의 비교와 등등... 그러다가 밖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린다. 헉! 싸인회 하나?
분명 낮공연 이후에만 한다고 했거늘, 이럴 수가! 벌써 줄이 한참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지.
준비해둔 프로그램을 들고서 오래오래 기다렸다.
맨 처음에 괴유 역을 맡은 김영철씨가 싸인을 해주었는데, 진짜 백호 분위기 나더라. 의상 그대로 나왔던 지라 신비롭게 보였다. 하얀 은빛 머리칼도. ^^
손가락이 이쁘고 길었는데, 마디마디 밴드가 붙어 있었다. 이것도 분장인가? 싶었는데, 밴드 끝이 피로 물든 게 보인다.

김영철 괴유
"다치신 거예요?"
하고 물으니, 아, 예... 한다. 순간 그 손 잡아서 보듬어(?) 주고 싶었다.ㅡ.ㅡ;;;
다음 배극 역을 맡은 배성일씨 차례.
어머나, 여긴 손가락이 더 이쁘네!
손이 참 이쁘세요~! 했더니, 이것두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보여준다. 손톱이 잘려나갔는지 반밖에 없다.

유나영 연
하...하핫...;;;;;;;;
세류역을 맡은 신영숙씨.. 시간 차가 나서 제일 얘기 많이 했다.
제발 지방 투어에 서울 앵콜 부탁해요~!
다음 호동왕자 역의 조정석씨.
음... 정말 동안이었다. 15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제로는 27살.
이름까지 물어보며 예쁘게 사인해 준다. 아이 참... 부끄럽잖아...(^^ )( ^^)
그리고 오늘의 히로인! 무휼 역의 김산호씨 차례.
원 나 참.... 사람 얼굴이 이렇게 작아도 되는겨? 진짜 연예인 삘 나잖아..ㅠ..ㅠ
내 이름 물어보며 역시 사인해 주는데 부끄부끄...
사인 받을 줄 알았다면 선물이라
도정주 이지
도 준비했을 것을...^^;;;(어이, 좀 전까진 고영빈을 외쳤잖아.)
인간적인 무휼이었노라고.. 정말 잘 보았노라고... 극찬을 해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내가 더 고맙지..^^;;;;
김법래씨는 사인회에 안 계셨는데 아쉽다.
서울 예술단의 다음 작품은 왕의 남자로 유명한 "爾"
무려 오만석 연산에 엄기준 공길이다!
세상은 넓고 봐야 할 공연은 많다. 그리고 지갑은 가볍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