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끝나지 않을 선대스의 삶
기억은 어떤 사람을 거쳐 내게 다가왔고, 잠시 나의 기억이었다가 나를 통해
또 누군가의 기억이 되었다.
기억은 오랜 시간 동안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기억을 스무 명쯤 거슬러 오르다 보면 아주 먼 옛날, 기억이 실재였던 때,
이제는 흔적뿐인 물줄기에 고기잡이 배들이 모여들고,
지금은 전깃불 밝힌 창들만이 서로를 마주보는 아파트 단지에
새들이 모여들고 너구리떼가 먹이를 찾아 나서던 밤에 이를지 모른다.
 
"마치 시간이 떨어지는 것 같군요. 그 속에 우리와 나무들이 서 있구요."
"아니에요. 보세요, 우리와 숲과 이 세상이 모두 눈송이 사이로 둥둥 떠나니는 것 같아요."
 
포트 윌리엄의 이발사는 살아가면서 어쩔수 없이 잃어버려야만 했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마치 내가,
서랍을 열면 피어오르던 조각난 크레파스의 향과
군데군데 비어 있는 컴파스세트 상자,
겨울 하늘을 날던 연을 어슴프레 기억하는 얼레와
수업시간 내내 지우개를 뭉개 만든 고무찰흙이 너저분하게 헝크러진 서랍을 열고
그것들과 함께 하던 시간동안 그려보았던 내 서른 살의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워 하듯이.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