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 페미니즘, 퀴어, 지대, 장애에 대한 지금-여기의 문제의식이 총망라되어 있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이다. 전하영은 연수와 나 두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남성중심적 예술성을 구성해온 아우라의 인식론적 파괴를 보여준다(「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멜라는 장애인이자 퀴어 여성인 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조형해냄으로써 관계의 잔잔한 어긋남과 그 잔향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생동감있게 전달한다(「나뭇잎이 마르고」). 김지연은 레즈비언 커플이 한국의 보수적인 가정에 수용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냄으로써 퀴어 서사에 드리워져 있었던 우울과 무게를 유쾌하게 덜어내고 있다(「사랑하는 일」) 김혜진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지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어나가 손미와 만옥이라는 두 여성 간의 묘한 연대와 갈등 속에서 풀어나간다(「목화맨션」). 박서련은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아들 대신 게임을 연습하여 플레이하지만 결국 여성혐오의 벽에 부딪히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보여줌으로써 누군가를 이긴다는 룰 자체에 내재한 폭력성과 젠더적 차별을 낱낱이 폭로한다(「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서이제는 독립영화계의 어려운 현실과 함께 영화를 사랑한다는 행위가 남기는 발자취의 생생한 물질성을 실제 존재하는 영화관, 영화제 등의 풍경을 비추며 보여준다(「0%를 향하여」). 한정현은 제국의 과학으로부터 배제되었던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 연대하며 자신의 이름을 명명하고 계보를 이어나갔는지를 몹시 지적인 방식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우리의 소원은 과학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