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동문학의 기틀을 닦았다고 평가 받는 안데르센은 사실 다방면에 걸쳐 활동한 문학가였다. 『 미운오리새끼 』,『 인어공주 』, 『 성냥팔이소녀 』 등 빛나는 그의 동화들은 그의 수많은 작품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시와 소설, 기행문을 남겼고 작가이기 이전 연기자를 꿈꿨던 자신의 청년시절을 대변하듯 극작가로서도 재능을 드러냈다. 안데르센이 자신이 아동문학가로만 인식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일화는 유명하다. 말년에 자신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동상을 세우려는 사람들에게 안데르센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내가 쓴 이야기들은 어린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단지 내 이야기의 표면만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온전히 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를 단순하게 정의한다면 동심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하여 지은 산문문학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본다면 동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인생의 의미를 전달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이 아동문학가라는 평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이유도 동화의 의미를 좁게 보는 당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른을 위한 동화와 표면적 의미를 넘어선 동화의 재해석을 언급한 것은 비단 안데르센만이 아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는 친구 레옹 베르트를 위한 헌사로 시작된다. 이 유명한 헌사를 통해 작가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치는 것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그 나름의 헌정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것은 그가 작가에게 있어 최고의 친구라는 것, 이해심이 깊어 아이들을 위한 책도 이해한다는 것, 또한 현재 그가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런 모든 이유들로도 부족함이 있다면, 한때는 어린 아이였을 자신의 친구에게 이 책을 헌정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있다. 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어린이였기 때문에 작은 소년이었을 때의 자신의 친구 레옹 베르트에게 자신의 책 『 어린 왕자 』를 헌정한 것이다.
"평범한 동화책이 아니다. 어느새 해가 져서 캄캄해진 내 방의 서늘한 벽에 기대앉아 오래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는 노르웨이 오슬로 문학의 집 행사 강연 당시 한강 작가가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대해 언급한 서평이라고 한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가슴이 뛰는 모험, 형제애와 인류애, 자유롭고 용감한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린드그렌의 대표작이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잘 알려진 린드그렌의 작품들은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어지고 있고,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스웨덴 아카데미 대상 등 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 방영되었다. 린드그렌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서 두려움과 용기, 상처와 치유라는 삶과 문학의 영원한 화두를 다루고 있다. <소년이 온다>, <흰> 등의 작품을 쓴 한강 작가가 평범한 동화책이 아니라고 언급을 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동화에서 쉽게 다루기 힘든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상처와 치유 등을 다루고 있고 이를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자유를 위해 악에 맞서는 용감한 형 '요나탄'과 착하고 유약한 동생 '칼'이라는 맑고 선한 심성을 가진 형제가 현실세계의 죽음을 넘어 판타지 세계에서 이어지는 긴장김 넘치는 모험이 아름답고 절절하게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린드그렌 작가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매혹적인 삶의 시작임을 말하고 있다. 린드그렌 작가가 작품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두려움과 용기, 억압과 자유, 상처와 치유 등은 현실의 삶과 문학 모두에 있어 영원한 화두로 언급되고 있는 것들이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빛을 향해 나아가야한다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용기를 가지고 세상에 맞서야 한다는 것. 이는 자라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숙한 어른들에게도 의미가 있는 메시지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시대를 거슬러 우리 곁에 있는 동화처럼 동심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든 “어른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