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수히 많은 악어 중 하나였다.
내가 생각과 고민 없이 했던 말과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되는 것이었고,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과거의 내가 철이 없어서, 어려서, 사회 경험이 없어서 라는 말은 모두 가해자였던 나를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 그 때는 몰랐었다, 책에 나온 악어들만큼 심하지는 않았다, 순수하게 장난이거나 좋은 의도였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여성과 약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악어 중 하나일 것이다.
설령 내가 과거의 의식적, 무의식적인 차별과 폭력을 깨달았다 하더라도 거리의 많은 여성들에게 나는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악어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가정의 좋은 남편, 어떤 가족의 좋은 오빠가 지나가는 타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하루를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존엄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나와 불특정 다수의 많은 남성들은 당연하게도 한마리의 악어이며 잠재적인 가해자일수밖에 없다. 모든 남성을 일반화하지 말라는 말은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이야기다.
그렇다면 악어에 불과한 내가, 그리고 다른 악어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내가 많은 여성과 약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협을 줄 수 있는, 그리고 특권을 지니고 있는 악어 중 하나임을 깨닫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무해한 악어가 되어야 한다. 여성을 포함한 모든 약자에게 신체적인 위협은 물론, 언어적 폭력, 차별을 가하지 않도록 항상 의식하고 노력해야 하며, 또한 내 주변의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그러지 못하도록 용기를 내어 이야기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