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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따라 이리 저리
  • 휴양림 49일
  • 조정희
  • 13,320원 (10%740)
  • 2024-05-17
  • : 75

세상에 이런 일이, 라고 분노하고 싶은 사건들.

보고 있자니 세상 전부가 무력하게 보인다.

그런 사건의 결과를 기다려보면

정말 주먹 쓰고 싶다.

법이 너무 멀리 있어서.

사회 정의는 과연 살아 있는가?

뉴스는 오늘도

힘없는 자가 겪고 있는 사건을 보도한다.

 

무엇인가 위로가 필요하다.

그럴 때 나는 책을 읽는다.

 

그런 위로를 주는 사람을 책 속에서 만났다.

 

<책 속에서>

“추모 공원을 벗어난 남자가 봄길을 걸어간다.

 

길을 걸어가는 남자의 옷은 그믐밤처럼 어둡다. 검은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었다. 이제 배낭도, 손에 든 것도 없는, 남자는 검은 점이 되어 도로를 떠다닌다. 봄빛이 너무 화사해 검은색이 빛 속에 흩어질 듯 아른거린다. 그래서 남자가 사라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아니 착각이 아니다. 직선으로 뻗은 길에 아무도 없다. 남자가 정말 사라졌다. 도로엔 그저 햇살만 가득하다.

그날은 4월이 시작되는 첫날이었다.”

 

주인공은 젊은 남성, 우리 주변에서 그냥 보는 보통의 청년이다.

금수저도 아니니, 성실하고 분수에 맞게 그리고

노력해서 차근차근 갖추어 안정되게 살아가겠다는 희망을 품은 청년.

그 청년과 청년 가족은 지독하게 운이 없다.

그저 돈이 되면 인정도 사정도 보지 않는, 이런 성품을 갖추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덫에 걸렸다.

인간의 덫은 늪만큼 무섭다.

그렇게 늪 속으로 함몰하고야 말 것인가?

 

<휴양림 49일>을 읽으면서 장르물 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주인공 청년은 탐정도, 형사도, 재판관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 사람.

그런 평범한 사람.

그런 평범한 사람이 보여주는 사회를 향한 외침.

주인공 청년 ‘지왕’은 세상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사람은 사회를 떠나서 살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다.

당연히 우리는 사회에서 관계를 맺고 살면서 안정감과 행복함을 느낀다.

이런 영향력은 사회구성원을 믿게 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더욱 믿고 그들에게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학교폭력, 가정 폭력, 데이트 폭력앞에 무력하다.

안전한 사회라 믿기에 사기, 각종 관계에서 갑질 피해도 본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행하는 다양한 폭력

법보다 주먹이 가까웠던 피해자들.

그런 피해자들은 정말로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두고 이해도 받고 싶을 것이다.

 

이때 '지왕'이 나타났다.

가해자와 똑 같은 방식 법보다 주먹으로

소설의 주인공 ‘지왕’이 보여주는 행동은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지키고 싶어 우리가 만들어낸 마음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피해자의 간교함을 처벌하는 ‘지왕’의 모습은 우리의 분노다.

 

<휴양림 49일>은 이런 우리의 답답함에 시원함을 채워주는 공감 소설이다.

<휴양림 49일>은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아니 누구도 몰랐던, 힘없는 피해자가 간절히 원했던 세상을 만들어 준다.

현실에선 그런 일이 없을지도 혹은 더디 일어날지도 모르겠지만,

<휴양림 49일> 속에서는 주인공 ‘지왕’이 있어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피해자를 대리하여 가해자들에게 속죄할 기회를 만든다.

 

저자가 ‘지왕’을 통해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더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 같다.

독특한 방법으로 약자인 피해자의 마음을 들추고 가해자의 의식에 무엇이 잘못인지를 인식하게 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를 주는 소설이다.

 

<책 속에서>

“기이한 사건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경찰은, 농담처럼 이런 말을 했다.

‘귀신이 사람을 폭행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이건 귀신이 사람을 폭행한 증거라 할 수밖에 없어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귀신이 사람 일에 간섭을 좀 했으면 싶을 때도 있거든요.’”

 

우리에게도 위로가 될 만한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며

아니 시작은 나부터

마음이라도 피해자들이 받는 고통을 마음으로 공감하고 가해자에게 마음의 화살이라도 날려야겠지!

 

주인공 '지왕'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의 묘사는 아름답고 찬란하다 느꼈다.

 

해야할 일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아니, 모든 관심과 분노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자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는 걸 느낀다. 생각대로 움직이는 자, 현재에 집중하는 자,
이것이 왕의 정체성이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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