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의 다정함이 한층 돋보이는 이야기]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3권 [수도사의 두건] 에는 캐드펠의 오래된 사랑이 등장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리힐디스. 서로 미래를 약속했지만 젊은 시절 캐드펠이 십자군 원정에 참여하면서 헤어지게 되었어요. 그녀를 생각하면 바로 고향에 돌아갔어야 했지만, 젊은 혈기로 모험과 전쟁이 주는 자극에 흠뻑 취한 캐드펠은 결국 오랜 시간 리힐디스를 기다리게 합니다. 리힐디스는 캐드펠을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게 되었죠. 그런 그녀가 40년만에 캐드펠 앞에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수도원에 땅을 기부하고 수도원이 소유한 몇 개의 집 중 하나에 들어온, 남편이 독살당한 누군가의 아내로요.
살해당한 남자는 리힐디스의 두 번째 남편이자 장원의 소유자였습니다. 장원을 수도원에 기부하고 수도원의 관리 하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죠. 그런 남편이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독풀이 든 독약을 먹고 사망합니다. 그런데 하필 그 약물을 만든 사람이 캐드펠이었어요! 한때 사랑했던 리힐디스를 다시 만난 반가움도 잠시. 리힐디스가 첫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에드윈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고, 캐드펠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앞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리힐디스와 그녀의 아들, 딸, 집안 관리를 도와주는 알디스와 앨프릭, 리힐디스의 남편과 관계가 있는 메이리그 등이요. 각자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슈루즈베리 수도원에 닥친 위기(?)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2권에서 스티븐 왕에게 전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해리버트 수도원장이 수도원장의 자리에서 내려올지도 모르게 된 거예요. 이 일로 인해 자리를 비운 수도원장 대신 자신이 장차 수도원장이 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게 된 로버트 부수도원장. 그리고 그런 그의 요리를 만들면서 온갖 성을 내는 패트러스 수사의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사건의 결말보다도 과연 이 수도원장의 자리에 누가 앉게 될 것인가가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따뜻하고 다정한 캐드펠 수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캐드펠이 누구입니까. 마침내 범인을 밝혀내는데요, 이 범인의 판결과 관련하여 보여주는 캐드펠 수사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누구나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아니니까요. 여기에 어느 새 같은 편이 된, 든든한 휴 베링어가 다시 한 번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도 어느 새 두 권 밖에 남지 않았어요. 빨리 읽고 싶은 마음 반, 그래도 아껴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반입니다. 이 다정하고 민첩하며 재치 있는 캐드펠 수사님, 나머지 두 권에서도 깊이깊이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판사 <북하우스>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