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다닐 때, 사람이 죽은 뒤 집 청소를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여러 이유로 미완 상태로 끝맺었지만.
김영사에서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쓰다만 소설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표현하기가 좀 그렇지만 이유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다.
당시 생소한 그 직업을 조사하는 일이 쉽지 않아 애먹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어쨌든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흥미를 느꼈는데, 운 좋게 서평단이 되어 읽어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말한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끊임없이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은 자의 흔적을 지우며, 자신은 왜 살고 있고 우리는 왜 살고 싶고 죽고 싶어 하는지 자문한다.
물론 답은 나오지 않는다. 길다면 길고 짧은 생을 살아가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답은 많지 않으니.
답은 얻을 수 없어도, 스스로 자문하는 저자를 보며 나 역시 삶과 죽음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볼 수는 있었다.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바로 등 뒤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당장 10분 뒤에 나는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그 사실을 잊고 달리다 보면 내 삶의 가치도 잊게 된다. 나는 왜 살고, 무엇을 위해 살며, 어떻게 살고자 했는지.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잊고 있던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에세이를 읽을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읽고 남는 것이 있는가? 인데 이 책은 읽고 남는 게 많았다. 타인의 죽음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이 참 몹쓸 짓 같기도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것 아닌가.
읽고 배우는 것이 있는 책은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많은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