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기억이다
김군 2023/02/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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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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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대화하듯이 쓰여진 이 책은 기억에 관한 뇌과학의 상식을 문외한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책 말미에서 저자도 지적하듯이 독서를 하는 동안 이미 책의 많은 내용들이 나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버렸고 남아있는 불완전한 기억에 의존하여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좋은 책이 그렇듯이 이 책 역시 중요한 주제에 대해 내 머리 속에서 생각의 스파크를 만들어주었고 나는 기억에 관해 몇 가지 테제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독서의 즐거움은 책의 내용에 대한 기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갖게 해준다는 데에도 있다.
기억에 관해 떠오른 세 가지 단상들
1. 기억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만들어준다.
내가 나인 이유는 무엇인가? 오직 기억을 통해 나는 자신의 과거와 인간관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그것들에 의미 부여를 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병이 비극적인 점은 기억을 지움으로써 나 자신의 정체성을 지운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도 인간의 모든 감정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떠한 정체성일까?
2. 게다가 기억은 세계 자체를 만든다.
과거는 오직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기억 작용이 없다면 과거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과거가 존재하고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는게 아니라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에 과거라는 환상이 구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 작용이 없는 유기체에게 세계란 과연 어떠한 것일까?
3. 결국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
알츠하이머든, 죽음이든 모든 인간의 기억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언젠간 필연적으로 도래할 인류의 멸종과 인류가 간직했던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어쩌면 기억과 망각은 인간이 짧은 순간 대여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 책은 실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의 기억을 풍성하게 가꿀 수 있는 많은 실용적인 팁까지 제공한다. 그 중 인상깊었으며 실천하고 싶은 몇 가지를 내 나름의 언어로 정리해본다.
삶에 관해 떠오른 세 가지 교훈들
1. 집중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자.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응시하는 시인이나 작가들은 특히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의미 작용이 뇌에 얼마나 많은 신경 회로를 새로 만들어줄까. 이것은 일종의 재능이기도 하고 학습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2. 이벤트들을 자주 만들자
평범한 것을 비범하게 바라보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호기심과 주의집중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삶 속에서 특별한 이벤트들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이미 이것을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념일들이 있고 창작물이든 종교든 스포츠든 나름의 서사에 몰두하며 살고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어제는 기억에 거의 남지 않는다. 저자는 안 가본 도시로 휴가를 떠나보고, 가구 배치를 바꿔보고, 반년 일찍 생일을 축하하고, 안 가본 식당에서 식사를 해보라고 제안한다.
3. 글을 쓰자
글은 우리의 불완전한 기억에 대한 강력한 보완도구일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앞에서 얘기한 집중이며 이벤트이다.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좋다. 먹고 살기 바빠도 일상에 지지 말고 글 쓰는 습관은 유지하자.
인생은 짧은데, 그 이유는 살아온 시간들이 대부분 기억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내게 얼마의 시간이 주어지든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 아닐까?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얻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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