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납득하기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면 이해가 될 때까지 꼬리를 물거나 불평불만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좋게보면 신중하고 탐구력이 있다고 할 순 있지만, 나쁘게 보면 아주 고리타분하기도 합니다. 주로 나쁘게 작용해서, 때론 우울하거나 무기력에 빠져서 허위적대고 어떨 땐 비관하거나 허무함에 허덕대기도 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거나 전환하고 싶어서 철학서와 친해지려고 노력중인데요. 이번엔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만났습니다. 그들의 철학이 담긴 인생관을 필사책으로 접하고 나니, 철학이 한층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쇼펜하우어X니체 필사책》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의 저자 강용수 교수가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인생관을 엮은 책이기도 합니다. 시대와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두 철학자의 명문장이 담긴 책이라는 걸 책 앞뒤 표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니체의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쇼펜하우어에게 고독의 지혜를 니체에게 긍정의 힘을 배우다.
앞 표지의 위 글귀를 보면 같은 듯 다른 두 철학자의 철학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됩니다.
두 철학자의 저작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는 이유는 두 사람의 문장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각자가 새로운 인생관을 확고하게 제시하기 때문이다.p. 10
>>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대하여
✒️ 쇼펜하우어는 독일의 철학자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가 아닌 충동과 욕망에 끌려다니는 '맹목적인 의지의 존재'로 봤으며 욕망은 결코 채워지지 않으므로 삶은 본래부터 고통으로 봤다(p. 7)고 합니다. 그는 40대까지 철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비판을 받다가 고독하게 여생을 보내다가 사후에 그의 철학이 재평가를 받게 되어, 후대 철학자들을 비롯하여 문학, 심리학, 음악, 예술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 니체도 독일의 철학자로, 젊은 시절 쇼펜하우어의 저서를 읽고 철학자의 길에 들어섰다(p. 8-9)고 합니다. 즉 쇼펜하우어의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인간을 "힘에의 의지"를 지닌 존재로 파악했으며 삶의 고통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신 그 고통까지 긍정하는 '운명애(Amor fati)'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의 철학은 20세기와 21세기에 지대한 파급력을 남겼다(p.8)고 합니다.
>> 구성 및 내용

이 책에는 강용수 교수가 편역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의 명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모양도 우리나라 전통 책자의 느낌으로 엮여져 있어요. 책장을 넘길 때 편해요. 이 책이 이렇게 엮여진 이유는 필사를 하면서 더 알게 되었어요.
필사를 해야 되는 이유

필사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철학자의 사유를 직접 체험하는 방법이다. 한 자 한 자 새기는 독서는 책장을 흘려 넘기는 독서와는 전혀 다른 깊은 감동을 준다. (중략) 필사를 할 때 중요한 점은 '생각 없는 반복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베껴 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러므로 필사를 할 때는 저자가 말하고 한 뜻을 먼저 곱씹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어 있는 의미를 음미해야 한다. p.5
한동안 책을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글귀에 밑줄만 그었지 필사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지성인들의 명문장을 그냥 마음에 담기만 바빳거든요. 음미해보고 저의 생각을 접목해보는 시간을 안가졌어요. 그러다보니, 읽었던 책들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 흐려지고, 마음에 담고자 밑줄 그었던 명문장도 마음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필사하는 시간을 매일 가져봤습니다. 뾰족뾰족하게 솟구친 예민 레이더가 접히고 글을 따라쓰는 펜 끝에 마음을 집중하는 제 자신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카페에 갈 때도 필사책을 챙겼습니다.
엮임 형식의 책은 필사하기 좋게 양쪽으로 잘 펼쳐졌습니다. 독자들이 필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책을 엮은 출판사 관계자들의 센스도 최고.

그리고 철학자들의 명문장 사이사이 강용수 교수의 생각을 담은 철학 에세이도 담겨져 있습니다. 그의 에세이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졌던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이 친숙하게 편안하게 전달됩니다.
>> 감상평
40대 중반에 들어서야, 철학의 메시지가 조금씩 와닿습니다. 불과 10여년 전 30대 초반만 해도 철학의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졌거든요. 허나 40대가 되서 이해된 철학의 메시지를 보고선, 후회의 날이 서기 시작했습니다.
20대에 이 철학을 이해했더라면, 40대 나의 지금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후회스러움 때문에 속에서 화가 났는지 갑자기 호흡이 과해졌습니다.
후회되서 속에서 화가 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며 호흡을 천천히 들이 쉬고 내쉬었습니다.
그 당시 나의 무지에 화가 났었구나. 지금 나에게 와닿은 철학자의 메시지만 일찍 이해했더라면 고통과 사투를 벌이던 시간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지금보단 조금더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뭔가 더디고 늦은감 때문에,지난 시간 나의 무지에 회가 났구나.
이런 깨달음 뒤로 위안의 목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안 게 어디야, 라고 말이죠. 동시에 저의 욕심이기도 하니, 진정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훌륭한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한다는 것은, 곧 내가 이미 그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신적 높이를 지녔음을 뜻한다. p. 175
동시에 위의 글귀를 읽고선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저의 정신력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말이죠. 그만큼 내면적으로 성숙해지고 단단해졌기에, 앞으로 삶을 살아갈 땐 조금더 유연한 사고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습니다.
여러 철학자들을 만나고 있을 때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을 피해다니기도 했습니다. 범접할 수 없다고 여겼거든요. 허나, 지적 수준과 정신력이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어서, 그들과 마주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과 조금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들의 저서를 한 두권씩 차근히 읽는 시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렵게 느낀 두 철학자들의 명언을 필사한 것이 한 몫했습니다. 펜 끝에 집중하며 철학 명언을 마음에 담고 음미할 수 있었거든요. 왜 다들 필사, 필사하는지 이유도 알 게 되었습니다.
>> 문장수집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p. 54 생각과 말을 가까이 두지 말라. 비밀을 말하지 말라. 사적인 모든 문제는 비밀로 간주하고, 친한 친구도 모르는 것이 좋다. 지금은 무해해 보이는 사실이 훗날 예상치 못한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은 지혜에서 나오고 말은 허영에서 나온다. 우리는 종종 침묵이 주는 영원한 이익보다 말이 주는 순간의 만족을 택하고는 한다. 큰 소리로 한마디하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버릇이 될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생각과 말을 너무 가깝게 두지 말라. 생각이 말과 친숙해지면 대화 중에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새어 나온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말 사이에 커다란 간격을 유지한다.
p. 58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나 자신을 인정하라. 인간 본성의 어리석음은 명예욕, 허영심, 자긍심이라는 세 가지 싹에서 나온다. 이 중 허영심과 자긍심은 차이가 있다. 자긍심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지만, 허영심은 타인에게서 그 확신을 얻으려는 욕망이다.즉 자긍심은 내면에서 비롯된 직접적인 자기 평가이며, 허영심은 외부에서 간접적으로 그것을 얻으려는 노력이다. (중략) 허영심이 큰 사람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 침묵하는 편이 타인의 인정을 얻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 62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사랑, 연민, 공감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불이 따뜻하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화상을 입듯 사랑했던 사람과 다투고 헤어진 뒤 앙숙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략) 쇼펜하우어는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니체 역시 균형 감각을 강조하며 이웃 사랑보다 먼 사랑을 권했다. 양떼처럼 가까이 모여 사는 것도 장점은 있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알면 다툼이나 무시, 무관심이 쉽게 생겨난다.
p. 63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남의 마음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반드시 상처가 따른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객관화할 때, 비로소 자신을 사랑할 용기가 생겨난다.
p. 82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라. (중략) 결국 '어떤 사람인가'가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훨씬 중요하므로 부를 쫓기보다 건강을 지키고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물론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삶에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부는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수많은 부자가 오히려 행복을 느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p. 102 지금 이 순간을 명랑하게 받아들여라. 멀리 있는 것은 육안에는 작아 보이지만, 마음의 눈에는 오히려 크게 보인다. 그러나 현재만 진실이고 현실이다. 우리의 삶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를 항시 명랑한 기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직접적인 불쾌나 고통이 없다면 그 자유로운 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 지혜다.
p. 110 가장 행복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은 내면이 풍요로운 사람이다. 세상은 고통과 궁핍으로 가득하며, 운 좋게 그것을 피한 사람에게 무료함이 호시탐탐 다가온다. (중략)이런 세상에서 내면이 풍요로운 사람은 마치 눈보라 치는 한겨울 밤에 따뜻하고 아늑한 방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풍부한 개성, 특히 탁월한 정신을 지닌 사람은 비록 세상이 말하는 행운아는 아닐지라도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 니체의 인생론
p. 156 확신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라. 앞으로 나아가라. 확실한 믿음을 갖고 지혜의 길을 걸어가라. 네가 어떤 존재든 스스로 경험의 원천이 되서 너 자신을 구원하라. 너의 본질에 대한 불만을 던져 버리고 너 자신을 용서하라.
p. 164 고귀한 사람은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으로 느낀다. 고귀한 사람은 굳이 적과 비교하며 자신의 행복을 꾸며 내거나 억지로 행복하다고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다. (중략) 고귀한 인간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살아간다.그러나 원한을 품은 인간은 정직하지도, 솔직하지도 않다. 그의 영혼은 언제나 곁눈질을 할 뿐이다.
p. 168 신념이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라. (중략) 나는 창조하고 수확하고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무지개와 초인에 이르는 모든 계단을 보여 줄 것이다. 나는 나의 목표를 향해 나의 길을 가련다. 머뭇거리고 게으른 자들은 뛰어넘을 것이다. 이런 나의 전진이 그들에게는 몰락으로 보이리라.
p. 175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훌륭한 철학자의 사상에 공감한다는 것은, 곧 내가 이미 그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정신적 높이를 지녔음을 뜻한다. 그래서 나는 철학자로서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중략) 철학자의 지혜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자기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 190 훌륭한 인간에게 훌륭한 문체가 나온다. (중략) 즉 좋은 문체란 열정을 극복한 인간, 진심으로 감동하며 정신적으로 즐겁고 솔직한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좋은 문체는 좋은 인간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p. 194 읽는 이를 선택하라. (중략) 고귀한 정신을 지닌 글쓴이는 자신의 독자를 직접 선택한다. 독자를 선택함으로써 동시에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문을 닫아 버린다. 문체의 정교한 법칙들은 모두 여기서 비롯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거리를 두어 이해를 막고, 우리와 닮은 이에게는 기꺼시 문을 열어 주는 장치다.
p. 197 (강용수의 철학 에세이)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비와 바람을 견뎌야 나무가 자라듯, 고독을 감내해야 영혼이 자란다. 지금 깊은 고독을 느낀다면 그만큼 내 영혼의 나무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고독은 곧 영혼의 높이를 드러낸다.
p. 214 목적을 이루려면 건강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목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인하고 대담하며 유쾌한 위대한 건강이 필요하다. 예술가처럼, 성자처럼, 현자처럼 살아가려는 영혼은 온갖 가치와 이상을 발견하고 정뵈하려는 모험에 기꺼이 자신을 던진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한번 얻으면 끝나는 단순한 건강이 아니라 끊임없이 잃고 또다시 되찾아야 하는 역동적인 건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