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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me's 독후감일기
  • 대화를 한다는 것
  • 피에르 쌍소
  • 16,920원 (10%940)
  • 2025-03-10
  • : 1,285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 <대화>를 주제로 다른 책 《대화를 한다는 것》을 담아봤습니다. 기질적으로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원만한 소통을 위한 대화법, 대화방식과 태도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화가 단순히 입만 열면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 연구와 통찰력이 필요한, 마음과 감정이상으로 심오한 주제이기에, 이를 세심하게 다룬 책을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 《대화를 한다는 것》 은 댄스 수업이 끝난 뒤 여전히 우아한 발걸음으로 교실을 나가는 학생들처럼 대화를 마친 후에도 좋은 태도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설령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해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며 떠나는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무례함과 신랄함, 자연스러움과 어느 정도의 순진함이 어우러진 대화가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중략) -동물행동학자 최재천의 추천사 中


최재천 교수의 말에 매료된 1인으로, 그가 추천하는 책을 고민도 없이 선택하게 되었죠. 그의 추천사를 보면서 책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가늠해보았습니다. '설령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해도 화합의 행복을 느끼며'라는 표현이 찰떡이라는 걸,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 피에르 쌍소 철학자에 대하여



'느림의 철학자'로 알려진 피에르 쌍소. 그는 삶과 환경에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다룬 여러 에세이를 통해서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발췌 : 책날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입니다. <느림>에 관한 주제 중 하나로 <대화>를 선택했고, 대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 구성 및 내용



<대화>를 주제로, 성공적인 대화, 침묵, 수다, 투쟁, 신과의 대화, 문학작품과의 대화, 재담, 협상, 토론, 음식과 대화 등 말과 관련한 사교와 사회 그리고 영적 사유와 문학작품 속에서 소통하고 교류하며 대화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감상평


나는 성공적인 대화라면 유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우 엄숙한 상황에서 격조 높은 어투로 주고받는 대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으리라. 이런 대화에서 내뱉어진 단어들은 각각 정확하게 정해진 자리가 있다. 대화는 필요에 따라 흘러간다. p. 23

한때 대화를 잘 하려면 대화 속 기세를 제대로 잡아야 된다며 허세를 부렸습니다. 이를테면 미사어구를 쓰면서 많이 아는 사람인척하며, 강한 면모를 보이며 목소리를 크게 내야만 대화를 잘 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허나, 안하무인 대화방식은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도록 했으며 심지어 갈등 상화에 이르게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잘못 알고 있는 대화방식은 독재자들이나 하는 강압적인 방식이였습니다. 대화가 아녔지요. 그냥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찍어 누르는 대화법이였습니다. 지금 그때 힘들어간 대화방식을 생각하니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싶습니다.

허세 가득하고 쎈척하는 대화방식은 타인과 소통을 오히려 단절시켰다는 걸, 스스로 체감도 했지만 피에르 쌍소의 《대화를 한다는 것》을 통해서 세밀하게 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잘못된 대화방식은 유쾌함도 결여된, 대화도 아닌 일방통보식이였던 겁니다.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내용도 의미도 없이 그냥 멋져보이기만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컷던 거죠. 거기에 공감능력도 완전 제로! 말하는 제 자신에게 푹 빠져 있어서 저의 이야기를 듣는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요즘에서야 혼잣말이 지속되면 멈추는 완급조절력이 생겼으나 소싯적엔 무조건 마이웨이. 그때를 상기할수록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피에르 쌍소는 대화는 그저 타인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소통의 과정이나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대화가 나를 놀라게 하기를, 내가 길을 잃게 되더라도 나를 낯선 땅으로 데리고 가기를, 감히 아무것도 털어놓을 수 없는 집단치료와는 다른 형태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도와주기를 바란다. 대화가 이런 '특별함'이 없다면, 이러한 위험 신호가 없다면, 낯선 곳으로 향하는 궤도에 나를 올려놓지 못한다면, 내 일상이 가장 먼 경계를 탐험하는 경험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만족하지 못한다. p. 40

대화는 타인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대화는 자신과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합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미지의 여정이나 다름없지요. 그 여정 속에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대화는 자신과 가까워지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존재'라는 단어다. 이미지나 역설, 또는 경쾌한 문장을 한순간 터뜨려 발산하려면 우리들 사이에, 우리가 주고받는 말들 사이에 우리를 놀라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해야 한다. 가끔은 우리가 서로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마저도 부재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금 겸손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주용히 경청하지 않는다면 그 무언가의 '존재'는 그 자체 넘어 전달되지 못할 것이다. p. 41

자신과의 대화에서 가만히 경청하며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또한 타인의 말에 경청하며 그 속의 의미를 찾아가며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것, 이는 대화를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대화는 소통의 수단이 아닌, 존재의 본질과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여, 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이 깃든, 엄연히 정신수양과도 같은 고차원적인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화에 대한 공부도 마음공부 못지 않게 몰입해야 합니다.

저자는 일상 대화만 두고 심오하게 분석하지 않습니다. 일상 대화를 비롯한 투쟁, 협상, 토론, 신 혹은 음식과의 대화가 깃든 모든 관점에서 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혜안을 제시합니다. 어떻게 <대화>라는 두 음절의 단어를 두고 이렇게 세부적으로 분석해서 글로 풀어낼 수 있는 걸까요? 느림의 철학을 지향하는 그이기에, 사소한 것에서부터 면밀히 관찰하여 그는 고민하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쾌함과 진지함, 그리고 경청의 조화와 균형이 잘 이루어진 대화는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 사회, 세상, 인류 그리고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원천이 될 수 있겠다는 교훈까지 더해져서, 이 책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번역서이기도 하고, 철학자 특유의 사색 방식과 묘사 방식이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이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차원이 혜석과 혜안을 대중적인 필력으로 쓰여졌다기보단, 저자만의 독특함이 더 가미되어, 가보지 못한 세상에 들어간 기분이 들긴합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계속 들여가보게 되요!!



>> 문장수집


p. 24-25 엄중함이나 유쾌함 외에도 대화를 분류하는 기준이 존재한다. 바로 정신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대화는 영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본질 철학에서 정신이라는 단어는 대문자로 시작한다. 정신은 세상을 지배한다. 정신은 정신을 원동력으로 삼아 진행되는 역사적 과정을 통해 실현되며, 그 겨로가로 세상 속에서 온전히 구현되다. 우리에게 있어 정신은 오히려 생기 넘치는 존재이며, 결코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사건이나 타이의 말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대화할 때 정신은 활기를 되찾고 놀라운 개방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온전한 자의식이 형성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p. 71-72 말은 어떻게 보면 도시나 바다, 또는 예술품처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수다쟁이가 대화 중에 말을 가로챈다고 원망한다. 말을 독점하는 수다쟁이는 모두에게 속한 재화를 되돌려줄 줄 모르는 도둑이자 무뢰배다.

p. 74 대화도 모든 진실하 교류와 마찬가지로 상호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다는 불균형을 이룬다. 진실한 대화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감정을 용솟음치게 하지만 수다는 지겨운 되풀이마 계속될 뿐이다. 수다쟁이가 같은 말로 되풀이 하지 않는다면 철학자 디드로처럼 천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공연과 재주를 즐길 것이다.


p. 121 우리는 개성이 있는 사람,인생의 굴곡을 경험한 사람, 자부심이 뿜어져 나오는 사람우 이야기를 듣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는 평범한 화자가 하는 빛바랜 말, 차마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말,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대체가능한 말을 꾹꾹 참아가며 듣는다.

p. 134-135 언어도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효율성과 힘을 취하고, 대화에 고결함과 가치를 부여하는 언어 말이다. 앞으로 나는 정서적 삶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적 교류에 대해서는 덜 너그러워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잠재적 대화 형태와 같은 경멸적인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p. 137-138 대화가 잃지 말아야 하는 기본적인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화가 특정한 어조를 유지하며 하는 언어 훈련이라는 점이다. 이때 언어누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언어 훈련을 하더라도 감정은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감정은 우리의 정신을 고취시키고, 내뱉는 문장에 색을 입히고 열정을 붙어넣는다. 그러나 감정이 우리를 떨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울음과 비정거림, 추임새에 특혜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p. 179 나의 스승들은 문학은 수세기에 걸쳐 펼쳐지는 끊이지 않는 대화라고 말했다. 몽테뉴는 스토아학파 철학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파스칼은 몽테뉴와,볼테르는 파스칼과 대화한다. 나는 그들의 대화에 특별히 초대된 영광을 누리며 그들을 지켜보고 탄복한다. 그들 대부분은 세상에서 사라졌으니 이제 마음껏 대화를 나눌 수 있으리라. (중략) 그들은 이제 실질적인 경쟁자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발톱을 드러낼 필요도 없었고 유명인으로서의 허세도 부리지 않으리다.


p. 187 매력적인 재담가는 본능적으로 우리의 공감을 자극한다. 그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모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서로에게 상냥하게 대하도록 만든다. 재담가는 우리의 감탄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는다. 마지막 말이 끝나면 그는 자기가 만든 유쾌한 분위기에서 물러날 것이다. 이런 화자의 말을 들을 때는 지루함을 느껴 본 적이 없다.


p. 261-262 대화를 끝내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관계를 끊어내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우리는 끝내고 싶은 마음을 비칠 수 있도록 침묵의 순간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그 순간은 우리가 입을 떼기도 전에 다른 말로 채워지고 만다. 우리는 연극이나 연설을 완벽하게 끝맺는 것처럼 아름다운 결말을 꿈꾼다.

p. 304-305 인간이 비록 본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는 했지만 영적 훈련과 반대로 대화와 사교적인 삶은 천성과 재능의 발현을 예찬한다. 그러니까 '삶의 기술'이라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다.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조화로운 모습을 본떠서 조각 작품을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은 고대인들이 기독교 정통을 뛰어넘어 물려준 정신적 유산이기도 하다. 완벽의 추구에는 자아도취와 혼동하지만 않는다면 정당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심미적 완벽은 보이는 것에 전적으로 달렸으며 행동, 외모뿐만 아니라 우아한 언행을 통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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