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서평단 참여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성취를 좋아하는 성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뭔가 하려고 일을 벌려요. 심하게는 오지랖도 부려서 이도저도 뭐도 안되게 하기도 해요. 그중에 뭐라도 얻어 걸리면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인데요. 하지만 지나치게 '성취'에만 몰입하다보면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면도 있어요. 솔직히 그러면 안되는거잖아요. 세상엔 당연하게 존재하는 건 없거든요. 지루하고 무료해도 무탈하게 하루를 넘기고 그런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 감사한 요즘! 그래서 지금에 마음을 더 머무르게 하는 에세이를 만났습니다! 제목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입니다.

책표지는 생명력이 넘치는 푸르른 여름의 색감을 띄고 있습니다. 모든 계절을 살아가는 생명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지만 개인적으론 여름날엔 최선의 게이지를 높이게 됩니다. 덥긴 하지만 활력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살아 숨쉬는, 살아있는, 생명력이 전해지는 표지는 시원함까지 선사합니다. 매순간 받아들이기 힘들고 인정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상황, 순간 그리고 사람들이 있지만 이또한 다른 관점으로 보면 살아있기에, 존재하기에 마주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불평과 불만, 불안 그로 인한 고통도 많긴 하지만 이 또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때가 있거든요.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 관점이 아닌 조화로움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영주 작가의 에세이에 삶의 조와와 다채로움이 예쁘고 편안한 낱말과 표현으로 담겨져있습니다.
>> 작가 이영주에 대하여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속 낱말 하나하나에 몰입해서 읽다보며 순간과 찰나에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때 짐작합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가본 사람인걸까, 하고요. 글을 읽다보면 알게되지만,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에서도 명확하게 알게됩니다. 작가가 암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걸요. 물론 암은 깔끔하게 제거되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안정된 텐션을 유지하면서 지금을 살아내고 지금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귀하다는 걸 알게됩니다. 당연한 것들이 존재한다고 우리가 인지하까지 견뎌낸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표현이 얼마나 고귀한지 깨닫게 됩니다.
>> 구성 및 내용

에세이는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라는 제목으로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금더 디테일하게 해당부에 소제목에 맞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목드 하나하나 보면 일기의 제목 같아요. 내 자신과 전혀 다른 개인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편안한 쾌감을 주는 것이 에세이의 장점이지요!
>> 감상평
평소에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이론서나 자기계발서를 읽기만 해서 가족과 지인, 아이들과 마주할 때 결론에 도달하고 해결책만 제시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감성적인 낱말과 표현이 가득한 문학이나 에세이를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에세이를 접할때마다 이질감이 들긴 했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 것도, 내가 직접 깨닫고 느낀바가 아닌, 타인의 경험, 느낌, 생각 그리고 감정이라서 내 것이 아닌듯하거든요. 우겨서 겨우겨우 공감대와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 같아서 예전엔 에세이를 참 힘들게 접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에세이가 주는 편안한 감성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마음이 어름장처럼 딱딱할 땐 에세이를 찾습니다. 차가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걸 알겠거든요.
이영주 작가의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에세이가 그러합니다. 암에 걸려보진 않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삶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성장했거든요. 첫번째로 아버지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고 아버지 이후로 가족과 친척들이 하나둘 아프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픈 분들을 자주 간호했습니다. 아픈 순간 마음을 내려놓고 생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분들도 많았죠. 거기서 배운건 절망이였어요. 일단 아프면 나아지려는 노력보단 포기였고 포기는 생의 마감을 이어졌거든요. 병으로 인한 무기력과 우울감, 알죠. 몸이 건강해도 마음의 병만 앓아도 생을 마감하고픈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간접 경험은 저를 정신차리게 했습니다. 그래도 살아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된다고 말이죠. 나에게 주어진 삶과 시간이 귀하다고 여기는 순간부터 숨결하나하나가 소중해집니다. 나를 둘러싼 일들도 귀하게 여겨지며 지금에 최대한 몰입하게 되죠. 이영주 작가는 그보더 더 섬세하게 지금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고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혜안도 에세이에 담았습니다.
죽음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겐 무섭고 남아 있는 가족들에겐 불행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이대로 느꼈거든요. 허나 발상을 전환해보면 죽음이 있다는 건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이고, 삶이 유한하다는 건 매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귀한 시간이라 최대한 지금에 몰입하게 하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그러니 안고 어루만지렴. 무엇이 소중한지 생각하렴. 서로를 안고 만질 수 있는 마지막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이나 더 제가 그리 할 수 있을까요. 문드러져 나를 잃어 간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p. 96-97
하지만 우린 착각하며 삽니다. 삶은 무한다고 여기며 말이죠. 이 책의 프롤로그 제목 "모든 것이 그대로라 오해"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는 오해 속에서 살아갑니다. 영원히 그대로이고 무한히 존재할 것이라는 착각과 오해 속에서 우린 하루하루를 너무 허투로 쓰거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원망과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불안정하게 살아갑니다.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가지면서 말이죠. 절망보단 기대감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현재와 지금에 내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그리고 어떤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유한한 삶의 순간을 소중하고 의미있게 채워갈 수 있습니다. 거기에 건강하게!
죽는 것이 별일이지만 실은 사는 것이 참 별일이다. 온몸이 뼈와 살로 이루어져 그 사이를 피가 흐르고, 손을 움직여 글을 쓰고, 입을 열어 먹고 마시고, 어깨를 으쓱여 기분을 표하고, 엉덩이를 붙여 앉아 기다리다가도 발로 뛰어 다가가고, 마음이라는 것이 온몸을 훑고 다니며 요동치는 것이 별일 아니라 할 수 있나. p. 115
살아가는 것, 돈을 기반으로 하는 성공과 성취에만 초점이 맞춰서는 안되는 겁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살로 이루어진 몸 속에 피가 흐르고 몸을 움직이며 입으로 표현하며 몸 속에서 요동치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뭔가요? 이런 건강한 몸의 매커니즘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살다가 건강이 조금만 나빠지면 위기의식을 느끼잖아요. 게다가 주변 사람은 한결같이 평생 존재할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그들에게 함부러하거나 돈들지 않는 마음내어주기 조차도 망설이잖아요.
삶은 유한합니다. 시간도 한정적입니다. 한번 흘러간 시간을 다시 오지 않습니다. 보충되지도 않습니다. 흘러간대로 허비하게 됩니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절망하고 있나요. 절망해도 됩니다. 다만 시간이 무한할 것처럼 자신을 방치하며 안됩니다. 그 절망마저도 충분히 버텨내는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세요. 그리고 다시 삶을 살아가면 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소중히 들여다봐야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자신을 돌보고 주변도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이영주 작가를 통해서 또 배웁니다. 지금에 머물다보면 하찮은 것 같은 내 자신도 참 귀하게 보이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이 감사하게 느껴지거든요!
>> 문장수집
p. 33 시간이 더 흐르면 그리워하는 시간이 달라지겠지. 아빠와 엄마와 오빠가 있는, 연인과 친구들이 있는 또 다른 시간인 지금을 그리워하겠지. 그리워할 시간이 과거에 있지 않고 실은 현재에 있다. 과거는 모두 현재였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오늘을 사랑해야지. 후회나 미련 때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p. 63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깨지고 부서진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부축해 일으키고 앉히고 옮겨 낫게 한다. 부축해 일으키고 앉히고 옮기고 낫게 한 사람이 깨지고 부서지기도 하며, 깨지고 부서진 사람이 부축해 일으키고 앉히고 옮기고 낫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모양은 늘 그런가 보다.
p. 69 죽음을 태연히 겪어 내는 마음이 생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그 아름다움이 어떠할지 궁금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나도 그것을 체득하여 알 텐데. 조금 이르게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의 내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부러움이나 시기 없이, 후회도 없이. "예쁘다, 참."
p. 75 나 대신 나를 기억해 나를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너는 그렇지 않다,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변호해 줄 사람. 내가 나를 변호해 내지 못할 때 나를 위해 증언대 위에 올라 나를 증명해줄 사람. 나를 보고 들어 기억하는 사람. 나를 나로부터 지켜줄 사람. 내가 엉뚱한 곳을 향해 무릎 꿇지 않도록, 그 전에 내 팔을 세게 쥐고 나를 돌려 세울 그런 사람 말이다.
p. 91 상실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던 누군가의 말은 틀렸다. 대체 거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무엇을 배워야 한단 말인가. 상실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그저 상실할 뿐이다.
p. 104-105 기척없이 갑작스럽다.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순식간에 삶을 뒤흔든다. 모든 것이 그대로일 것이라 은연히 믿지만, 어제의 생활이 오늘 뒤집어지기도 한다. 삶이 영원히 내 것이라 당연시했던 믿음, 아니 그 오해와 착각이 무너지고서야 깨닫는다. 삶이 어쩌면 내것이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잠시만의 흔들림에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p. 127 '나를 혼자이게 하면서 혼자이게 하지 않는 사람' 곁에 있고 싶다. 손끝 정도 닿아 있기만 해도 되는데. 아니, 그랬으면 좋겠는데. 생각나는 이들이 모두 멀리 있어서 슬프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이 생각나지 않아 더 슬프다.
p. 130-131 각자의 표정은 각자의 언어다. 조그마한 얼굴에 지나온 모든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신 얼굴 근육의 움직임과 내 얼굴 그것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내가 당신을 위해 나의 언어를 포기하고 당신의 언어를 쓸 수 없듯이, 당신에게 당신의 표정을 지워 버리고 내 표정을 얹으라 할 수 없다. 그러니 품을 열어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당신을 아는 일에 성실히 공을 들일 수 밖에.
p. 149 이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중략) 삶의 부피를 늘리지 않으려고 주의한다고 하지만 한자리에 붙박여 있는 동안 생활은 고스란히 쌓인다. 필요한 것들, 필요하지 않지만 있어야 하는(?) 것들, 필요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쩌다 보니 있는 것들, 거기에다 있는지도 몰랐다는데 있었던 것들까지. 나와 함께 새로운 집으로 가야 하는 것들을 추려 내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처분해야 한다.
p. 164 완벽한 계획과 영원히 지속되는 통제는 불가하다. 변화 무쌍한 아이의 지금을 사랑하는 방법은 내가 더 유연해지는 것. '그건 너무 어려워요',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같은 말은 내가 하기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엄마인 내가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아이가 유연한 사랑을 나에게 요구하니 나는 책임을 가지고 응해야겠지. 그것이 아이에 대한 내 사랑이니까.
p. 199 몸으로 삶을 겪어 낸 사람들의 다정함 속에는 아픔을 지나며 얻어 낸 지혜가 있다. 그거시 절대적인 지식이 될 수는 없겠으나 경우에 맞게 적용해 볼 만하다. 무엇보다 보이지 않은 곳의 몸을 이롭게 하려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으며, 몸은 생각보다 더 정성스럽게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그들에게서 배운다.
p. 211 불안을 느끼는 마음만큼 불안하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가 있을까. 불안한 주체는 불안하지 않으려는 주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안은 땅을 뒤흔드는 지진처럼 힘이 세고 어지간해서는 그것을 버텨 내기가 어렵다.
p. 213-214 짙어지는 불안의 농도를 옅게 하는 방법은 역시 적당한 일상을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불안이 치밀어 오르면 팔꿈치로 슬쩍 밀어 둔다. 자기를 보라며 몸부림치면 곁눈질로 살핀 후 모르는 척 한다. 대개는 있지도 않을 일, 거의가 지나간 일들이 불러일으키는 거짓 불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