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그림과 ‘천장’이 높은 식당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의 배경은 한 기업의 직원식당이다. 이 직원식당을 일터로 하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승연과 한유라. 이 둘의 식당의 영양사 자리를 두고 타의적이면서도 자의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
이 책이 조금 더 일찍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근래 한국사회에서 워낙 떠들썩한 일이 많이 일어난 덕분에 어쩌면 소설이 조금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막장 같은 사회생활 속에서 힘겹게 버둥대는 승연의 이야기를 좀 더 깊게 읽어보고 싶다. 승연과 그의 딸 지호, 승연의 남편 은상과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어쩌면 은상의 가출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남성의 도움이 필요 없는, 여성의 독자적인 사회생활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승연은 나의 미래 같고, 한유라는 나의 현재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현실 반영이 잘되어 여성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거나 들어본, 나 혹은 우리의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영양사라는 직업이나 식당(주방)이라는 공간, ‘경단녀’ ‘워킹맘’이라는 명칭 들이 여성을 향해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경단남’ ‘워킹대디’는 없는 세상. 중년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직업과 공간. 언제쯤 더욱 변화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