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 노래가 한창 유행인 요즘, 분명 아는 내용 같은데 그게 무슨 판소리였더라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판 출판사에서 나온 「범 내려온다」를 읽어보기로 했다. ‘아름다운 우리 노래 판소리 그림동화’라는 시리즈답게 판소리 내용을 그림으로 시원하게 표현한 이 책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판소리 내용을 삽화를 통해 아이들이 재밌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 그 매력이 있다.

병든 용왕을 위해 뭍으로 토끼를 찾으러 온 자라가 먼 길을 오르라 턱을 무리해 쓴 바람에 “토 선생”을 부른다는 게 그만 요샛말로 삑사리를 내고 말았다. “토, 토, 토, 호선생!!”
아뿔사, 심심했던 호랑이가 그 소리가 반가워 이리저리 날뛰며 요란하게 산에서 내려오고, 이때 온 동물들이 “범 내려온다”라며 노래를 부른다.
호랑이를 자라를 만나 잡아먹으려는데 자라가 기지를 발휘해 호랑이의 다리를 콱 물고 간신히 도망쳐 다시 토끼를 만나러 간다.

자라가 간을 두고 왔다는 토끼의 말에 속는 내용만 『수궁가』로 기억하고 그 자라가 호랑이까지 만나 고생했다는 건 잊고 있었다. 이렇게 김진 작가의 글과 김우현 작가의 그림으로 「범 내려온다」를 다시 읽으며 잠시 멀리했던 우리 노래극 판소리가 얼마나 재밌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아이들에게 디즈니나 안데르센 동화만 들려줄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판소리나 전래동화도 많이 읽게 해주면 정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삽화가 멋있어서 탐나지만, 그래도 처음 생각했던 대로 조카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