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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죽었다
자화상 - 初産이라 걱정입니다 - 유 준 -


혹시 날 알고 있는 

詩人님들 놀라실까 봐 노파심에 미리 알려드리니

그러려니 하지 마시고 한 번쯤 신명나게 놀라 보세요

오랜만에 지질이가 폭탄선언이라는 거 한번 해 볼라요


나 새끼 배어 하루가 다르게 배가 앞산 등성이처럼 불러 와요

오매불망 바라던 한가위 보름달 닮은 쌍둥이 낳으려구요

뜨거운 여름 무 오이 호박 자라듯 무럭무럭 키우다 

늦가을 대추나무 가지 끝에 연 걸리듯 흔들며 낳을 거 예요


이란성 쌍둥이라네요

딸 이름은 종이책 詩集 `내 잔이 넘치나이다`

아들 이름은 전자책 `詩는 죽었다`


詩人들 모르게 내 새끼들 살금살금 낳으려다

흔한 말대로 그건 詩人의 道가 아니지 하여

내 깐엔 내 새끼 씨 좋고 밭 좋아 나무랄 데 없으리라며

이메일 태워 고국 출판사 시인님께 맡겨 보기로 했네요


젊지 않은 나이에 초산일 뿐더러 

거기다 이란성 쌍둥이라 

걱정 근심이 많을 지어다 

흔히들 그러데요


#유준 #창작 #글 #e詩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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