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빡세게 해보고 싶어서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를 주문했다. 경험상 이런 류의 책은 링제본을 해야 확실히 보기 편하다. 두께 때문에 두 권으로 나눠서 제본한다길래 얼마나 두껍나 했는데...진짜 두껍기는 하다. 제본 안 했으면 무거워서 들고다니지도 못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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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너무 두껍고 어려워 보이는 책이라 한동안 거리두기를 하다가 어제 처음으로 책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도저히 집에서는 공부 못할 것 같아서 카페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스타벅스 가서 톨 사이즈 따뜻한 아메리카노랑 잉글리시 스콘을 주문했다.
커피랑 빵을 때려넣었는데도 너무 집중이 안 되어서 챕터1을 간신히 끝마쳤다. 처음에는 간단(?)해보이는 단어 10개 정도로 시작하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단어로 가지치기 해나간다. 머언 옛날에 수능 영어 공부 열심히 했었는데ㅋㅋㅋ세상에 이렇게 듣도 보도 못한 단어들이 튀어나오니까 새삼 충격 받았다. 세상은 넓고 외워야할 영어 단어는 무지하게 많다. 그래도 어원을 중심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챕터1에서 그나마 익숙했던 단어는 A misogynist(여성 혐오자) 하나였다. 페미니즘 관련되어 아주 많이 등장하는 단어여서 나도 모르게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추측할 수 있듯이, 'mis-'는 그리스어 misein(=미워하다)에서 파생되었고 gyne은 여성을 뜻하며 '-ist'는 보통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접미어이므로, A misogynist가 여성을 싫어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걸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A philanthropist도 보자. 'Phil-'은 뭔가를 좋아한다는 뜻, anthropos는 인간을 뜻한다. 그러니까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들, 박애주의자라는 뜻이 완성된다. 독지가, 자선가라는 뜻도 있다. 의미는 참 좋은데 이거 발음하기 무지 어렵다. F 발음이 L 발음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TH 발음으로 연결된 후 P 발음을 내뱉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나는 영어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저 눈으로 보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뿐이라서 굳이 발음까지 공부해야 하나...? 싶었지만 열심히 연습했다. 안 되는 발음도 연습 하다보면 은근히 쾌감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독지가'라는 단어의 정확한 한자어 뜻이 뭘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네이버 한자사전 들어가서 검색했다. '篤 도타울 독/志 뜻 지/家 집 가'를 써서 [1. 마음이 독실(篤實)한 사람, 2. 사업(事業)이나 공공(公共)의 일에 특(特)히 마음을 쓰고 협력(協力)ㆍ원조(援助)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1번보다는 2번 뜻을 주로 사용하는 듯 하다. 연말연시가 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의 후원' 이런 류의 기사 제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너무나 익숙한 단어였는데, 독지가의 '독'이 '도타울 독'이라는 걸 어제 처음 알았다. '도타울 독'은 또 언제 사용할까. 종교에 대한 믿음이 강할 때 '독실하다'라는 표현을 쓰는 데 '독실'의 '독'이 바로 '도타울 독'이라고 한다.
언젠가 '나는 한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심지어 신문이나 책에서 중요한 단어는 한자로 표기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가 '너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했다가는 꼰대 소리 듣는다'는 답변을 들었다.(심각한 분위기가 아니라 둘 다 농담처럼 던진 소리였다) 어쨌든 나는 한자를 좀더 많이 알고 싶다. 책을 보다가, 뉴스를 보다가, 저거는 무슨 한자를 쓰는 단어지? 이런 생각이 들면 네이버 사전을 찾아본다.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 어원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한국어 실력을 늘리려면 어느 순간 한자가 필요해진다.
오늘은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 챕터2를 공부해야 하는데,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좋은 책인 건 알겠는데 솔직히 나한테는 좀 어렵다ㅋㅋㅋㅋ. 이 책 앞에 보면 "매일 적어도 하나의 레슨을 공부하세요.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하루라도 건너뛰면 안 됩니다."라고 쓰여 있는데...건너뛰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공부해야지. 책을 구매했고, 링제본을 했다는 것은 재판매가 안 된다는 뜻.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품에서 이 책을 끝장내야 한다. 당분간 커피와 달달한 빵의 힘을 많이 빌려야겠다...!
* 이 책에 등장하는 발음기호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사전에 등장하는 일반적인 발음기호는 아무리 봐도 제대로 못 읽겠는데(그래서 꼭 발음듣기를 눌러서 소리로 들어봐야 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발음기호를 보면 읽힌다! 이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발음기호를 눈으로만 봐도 어떻게 읽는지 대충 짐작이 가니까 좀더 자신감 있게 단어를 공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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