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현대경영학은 미국이 주류다. 경영학 뿐 아니라 경제학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돈의 흐름에 관련된 학문이 대게 그러하다. 이 책은 중국식 표현으로 '관리학'인 경영에 관한 내용이다. 중국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실존 인물과 소설의 인물을 모두 포괄한다)의 삶과 행동을 통해 중국식으로 해석한 경영학(또는 修身學일듯)에 관한 책이다.
사마의에게서 가장 우선 떠올리는 모습은? 제갈량의 라이벌이었지만 왠지 좀 쫓기고 밀리던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결국에 삼국을 통일한 것은 조조도 유비도 손권도, 또는 그들의 자손도 아닌 사마씨의 진 왕조였다. 비록 스스로 왕이나 황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사마씨의 진 왕조가 존재하게 했던 사람이 바로 사마의라는 사실은 과소 평가되는 경향이있다. 사마의는 어떻게 난세의 최종 승자가 되었을까?
사마의라는 사람을 한 줄로 요약하면, 참고 참고 또 참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 위의 막강한 국력과 비교하면 제갈량이 있다고 한들 촉의 국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마의는 절대 촉에 침공하지 않고 막기만 했다. 이게 대단하고 무서운 이유는, 정면대결 했을 때 이길확률이 높더라도, 대결 자체를 회피하면 결국에(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이길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점을 계산했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 부하로부터 겁쟁이라는 조롱까지 당하면서도 끝내 참아냈다는 것이다. 눈앞에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더 확실한 방법을 알기에 참는 것. 만화 '타짜'에는 이런말이 나온다. "100% 확실할 때만 승부를 걸어라." 사마의가 참은 것은 눈앞의 실재하는 적만이 아니었다. 아군 또한 사마의에게는 위협이었고, 어떻게 보면 주인인 조씨 왕가가 제갈량보다도 더 큰 적이었다. 소위 '반골의 상이었다."라고 표현되는 사마의의 관상은, 사실은 그가 한 국가를 충분히 경영할 만큼 다방면에서 뛰어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었다는 방증이 될 것 같다. 천하를 통일하고 한신이 버림받은 것 처럼, 사마의도 아마 삼국이 평온한 때에는 자신이 죽을 것임을 알았을 수도 있다. 또한 애써 숨기려 해도 드러나는 리더십과 능력 때문에, 끊임없이 조씨 일가로부터 의심받고, 견제받기도 했다. 그 긴 세월을 발톱을 숨기고 참고 또 참으면서, 결국에는 말년에서야 일거에 천하를 뒤집는 거사를 일으켰다. 대단한 인내와 Long-term view가 아닌가 싶다. 위대한 어떤 투자자가 "결국엔 부자가 될텐데 뭐하러 조급하게 하루하루 시세를 확인하냐"고 했는데, 사마의도 어쩌면 "솔직히 지금도 내가 대장이고, 언젠가 진짜로 top of top이 될텐데 조급하게 거사를 일으킬 필요가 있냐?"라는 마인드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적이 파놓은 전장에는 뛰어들지 않고, 변덕스럽고 위험한 주군(조조) 밑에서는 반병신같은척 능력을 숨기기도 하고, 주인의 뜻을 너무 미리 알아서(양수처럼) 화를 당하는 일을 피하고... 철저히 오직 100% 확실한 기회만을 수십년간 참은 것이 사마의에게서 배울 점이다. 그런데, 사실 100% 확실한 기회는 말이 그렇지 어쩌면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사마의가 조상을 칠 때에도 100% 확실한 것은 아니었고, 조상이 조금만 더 과감했더라면, 수십년간 참고 인내 한 사마의의 권력 찬탈 시도를 무위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수십년 기다린 기회 중에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을 때에는, 약간의 실패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과감히 뛰어들 줄 알아야 한다. 죽을 날이 얼마 안남은 노년의 사마의가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점(그냥 말년을 좀 은거하고 쉬다 가도 될텐데...)은 더 대단하고 조금 섬뜩할 정도다.
1. 능력있는 자 일수록 참을 줄 알아야 한다.
2. 변덕스럽고 의심이 많은 리더 밑에서는 숙이고 들어가고, 너무 똑똑한체 하지마라
3. 100% 확실한 기회를 기다려라.
4. 적이 준비 해 놓은 전장에는 결코 들어가지 않는다.
2017.06.03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