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경영학은 아주 생소한 분야이다. 대학시절 내가 다니던 단과 대학은 교정의 좌측에 있었고 경영 대학은 우측에 있었는데 그 떨어진 거리만큼 경영학은 멀리 있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의 이름은 낯설지가 않았다. '경영학의 귀재', '인간적 경영학의 창시자' 등 드러커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그래도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을 읽는 것은 용기를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책을 펴든 순간 나는 롤러코스터처럼 드러커의 사람과 그들이 겪어낸 20세기의 격류로 어느새 휩쓸려 들어갔다.
피터 드러커의 자서전은 흔히 알고 있는 자서전과는 다른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자서전이지만 자신의 얘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에 영향을 준 지인의 삶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지인은 자서전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서 드러커에게 영향을 주었고 그래서 저자는 이 글의 원제처럼 자신을 Bystander, (방관자, 하지만 옆에 서있는 사람이 더 어울릴 듯하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영향을 주었던 할머니로부터 그가 연구와 분석의 틀로 이용했던 GM사의 슬론 회장에 이르기까지 20명 이상의 사람과 만남, 그들과 함께 한 에피소드 그리고 그들에 대한 드러커의 소회가 글을 이루고 있다. 결국 드러커는 자신의 학문 세계가 바로 이러한 사람과 교류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고백한다. 지루할 수 있는 자서전이 이렇게 타인과의 대화와 에피소드로 채워져있다. 제목처럼 흥미진진한 'Adventure'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드러커의 자서전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20세기에 대한 이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드러커는 20세기를 형성했던 서구 문화와 역사에 대해 거시적인 이해를 나누어 주고 있다. 제 1차 세계 대전, 히틀러의 제3제국, 미국의 고립주의, 대공황 등 서구 현대사를 거쳐 간 드러커의 삶과 실질적인 경험은 이 시기에 대한 통찰력있는 분석을 제시해 준다.
한 사람의 참된 면모는 그의 친구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드러커는 그를 스쳐간 사람 옆에 서서 그의 인생을 드러내 보였으며 그를 통해 서구의 지성사를 독자에게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내겐 양서를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었고 재학 지설 경영관 건물처럼 멀고 멀었던 한 세계가 부쩍 가깝게 다가온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간이 나면 다시 한 번 드러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