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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지나 벌써 봄이 된 용PD의 서재
  •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김경
  • 8,820원 (10%490)
  • 2005-08-04
  • : 621

좋은 말로 여피, 히피인 한 독자의 인터뷰이고, 나쁜 의도로 정리한다면 청담동스러운 시각으로 잔득 무장한 작가가 22명을 만났다. 시인 함민복은 예외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그의 가난과 독신조차 아름답게 포장한 것을 보면 작가 김 경의 청담동스러움은 어쩔 수 없나보다. 신동엽의 동 페리뇽으로 상징되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쿨한 기름기와 작가의 세련된 글발을 견디기 힘든 사람은 이 책을 보지 않으면 되겠다.


반대로, 사실은 코미디언이지만 고급 취향의 신동엽이나, 배우 주제에 심각한 책을 읽고 있는 장동건의 이면을 보고싶다면 이 책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작가 김 경을 만나 그 동안 매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자신들의 매력을 깔끔하게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경은 훌륭한 인터뷰어인 것 같다. 패션 잡지를 위해 인터뷰 기사를 쓴다면 그것은 100% 인터뷰이를 칭송하는 글이 되어야 한다. 잡지의 중요 지면에 멋지게 폼잡고 사진까지 찍은 이들을 함부로 까댈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그런데 다 같은 수준으로 상대를 빨아준다든지 올려세우면 그것은 아양이 되고 선전이 되버릴 것이다.


김 경의 인터뷰는 기획의도에 적합하게 인터뷰이들을 찬양했으나 작가로서의 위엄도 버리지 않았고 독자들의 자존심도 챙겨주었다. 즉 인터뷰 대상자들을 칭송하되 아양을 떨지 않았고 그들과의 만남을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전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글에 등장한 22명도 작가의 글에 대해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


상업적인 인터뷰나 리뷰, 비평의 가장 중요한 점은 '위엄있게 칭찬하기'이다. 비록 그 대상이 와인에 숙성시킨 삼겹살 같을지라도 분명 작가에 의해 삼겹살은 전혀 다른 상품이 되었다. (물론 애초의 인터뷰 대상들이 삼겹살 같은 존재라는 뜻은 아니다.)


김 경이 요리한 와인 삼겹살은 맛있다. 그래서 재밌다. 이렇게 글을 잘 쓰기도, 기분 좋게 남을 띄우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김 경은 한 동안 그녀의 글로 먹고 살 것이다.


나는 와인 삼겹살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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