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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지나 벌써 봄이 된 용PD의 서재
  • 리시 이야기 1
  • 스티븐 킹
  • 7,650원 (10%420)
  • 2007-07-23
  • : 376

스티븐 킹의 연대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아내 타비타와 관계된 것이다. 스티븐 킹이 무명이던 시절인 1972년, 그는 '캐리'라는 10대 소녀에 관한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몇 페이지를 못 채우고 그는 쓰레기통에 원고지를 구겨 버렸다. 타비타는 그 버려진 이야기를 꺼내 읽어보았고 남편에게 이 소재를 더 써보라고 격려했다. 이것이 오늘날 스티븐 킹이라는 대작가의 시작이었다. 스티븐 킹에게 아내의 역할은 일종의 구원자였음이 틀림 없다. 그의 원고를 가장 먼저 읽고 평해주는 아내는 단순한 내조를 뛰어넘어 킹의 작품에 산파 역할이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킹이 자신의 죽은 뒤에 남아있을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는 과정은 필연적일 것이라 본다. 특히 1999년 6월 엄청난 교통사고를 당해 삶과 죽음을 오가던 스티븐 킹은, 혼자 남은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고 어쩌면 그의 신작 [리시 이야기]는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잉태되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을 좋아하지만 난 그의 모든 소설을 좋아하진 않는다. [총알차 타기]는 거의 무시해도 좋을 단편이라 보이며 [드림 캐처]와 이번 [리시 이야기]에서 보인 '관념적 세계의 현실화'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이 머리 속으로 상상한 어느 황당한 세계를 서로 공유하며, 그 세계에서 발생한 일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관념 세계의 현실화'는 킹의 상상이 도에 지나친 면이 있다고 본다.이런 스토리의 흐름을 볼 때 '최초의 사랑 이야기'라는 식으로 이 소설을 정의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유명 소설가인 남편의 유작을 노리고 접근하는 '괴물'을 남편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액션물이다. 독자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야문'이라는 해방구를 설정해 그곳을 오가며 역경을 극복하는 미망인 '리시'의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가슴 저민 사랑 얘기를 기대한 독자들은 실망할 것이다.개인적으로 [미저리], [그린마일], [쇼생크 탈출] 등 현실에 기반을 둔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킹의 백미는 다섯 개의 연작 소설이 묶인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 중 영화화해서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기도 한데 영화로 추구할 수 없는 문학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 본다. 하지만 리시의 운명과 생사에 공감하며 그녀의 BMW에 함께 올라탄 독자들은 호러의 왕 스티븐 킹이 차려  놓은 정찬에 흠뻑 빠질 것이다. 여하튼 킹이 말한 것처럼 '데이트 약속을 깜박 잊게 만드는 것, 불 위에 올려놓은 저녁밥을 홀랑 태우게 만드는 것, 런던 발 뉴욕행 비행기 안에서 뉴욕이 가까워질수록 아쉬워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는 리시이야기를 그의 서가 위에 새워 놓았다. 킹에게 중독되어있는 독자에게는 달콤하지만 새로운 손님에게는 어지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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