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것이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그 종지부를 찍게 마련이다. 삶은 열 달이라는 산모의 진통을 통해 그 시작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마침표를 찍는 죽음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사람들은 사신(死神)혹은 저승 사자를 두어 그 누군가가 준비한 죽음이라는 개념을 만든지도 모른다.
사람이 죽기 일주일 전에 파견되어 데려갈까 말까를 판단한는 사신 치바. 늘상 비를 몰고 다니는 그는 일주일 후 죽을 운명인 사람을 만나 그의 죽음에 대한 가부를 판정한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들여왔지만 단문에 가까운 짧은 문장들과 담백한 캐릭터들을 통해 삷과 죽음의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간결한 문체로 이루어졌으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연작과 같은 구조로 소개되어 있다. 교묘하게 쓴 시간의 트릭으로 결국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난 만족감을 독자에게 준다. 날이 궂고 의욕이 저하될 때 본 이 소설은 의욕 상실의 밑바닥까지 사람을 끌어내려 고요하게 만든다. 그 끝에 사신 치바가 햇살을 본 것처럼 독자들도 꿈틀하고 느껴지는 의욕이 있다. 최소한 글을 쓰고 싶은 의욕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