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욤이

물론 혁명은 순수하지 않았다. 혁명의 과정은 매 순간 자신의 행위가 옳은지 질문해야 할 만큼 혼란스럽게 진행되었다. 그의 내면은 고뇌와 허무감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그는 동시대의 다른 지식인과 달랐다. 상처 입은 영혼을 견고한 육체 속에 가두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냈다. 백군과 연합할 때조차, 외국 세력과 손잡을 때조차, 그의 영혼에선 음모와 타협의 더러운 악취가 나지 않았다.-183쪽
지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혁명을 향해 나아가는 전사로서의 삶, 이것이야말로 싸빈코프라는 이름이 짊어지고 가야 할 공식적인 삶이었다. 대신 그의 입으로 직접 말할 수 없는 혼돈과 모호함과 좌절과 냉소는 롭쉰이라는 이름으로 비공식적으로 공존했다. -183쪽
나는 승리를 믿고 있는가? 후방에서는 무지와 뇌물과 도둑질이 판을 친다. 날 때부터 눈이 먼 쥐새끼들. 전선에서는 무지와 용맹과 약탈이 위세를 떨친다. 적들을 그대로 닮은 분신. 나는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렵다. 우리가 반대방향으로 날뛸까 두렵다. 우리는 그렇게 날뛰게 될 것이다. 탐욕에 눈이 먼 어두운 마음으로 모스끄바를 사랑하고 있기에.-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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