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는 자신의 영감과 집중력이 점점 기력이 쇠하는 건강과의 경주에서 이기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절반쯤 쓰인, 다시 고쳐 쓰인 난해한 책과 그녀를 동일시하는 것을 통해서만 마침내 표현해볼 희망을 품을 수 있을 뿐
그녀는 미래에 얽매이기를 원치 않아, 다음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거절했다
망명 장소를 잘못 택했다는 사실을 곱씹지는 말자
그녀는 보기 좋은 무희였지만, 뭔가 좀 연약하고 어설픈 연미 있어 호의적인 평가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극찬하는 평론 사이의 좁은 턱에 아슬아슬하게 계속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중이었다고, 지레짐작을 하고 싶어진다
예술에 대해, 사랑에 대해, 몽상과 각성의 차이점에 대해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만약 당신이 [꿈꾸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녀를 추궁하면, 그녀는 마치 납작머리 푸른 뱀처럼 당신에게 덤벼들 것이다
두시카 마야: 러시아어로 ‘내 사랑‘이라는 뜻
극락조화: 남아프리카산 파초과에 속한 식물로, 바나나를 닮은 잎 끝에 왕관을 씌운 듯한 꽃 모양이 극락조를 닮았다. 꽃말은 ‘사랑을 위해 멋을 부린 남자‘ ‘영원함‘이다. 참고로 나보코프가 초기에 사용한 필명인 시린은 러시아어로 ‘극락조‘라는 뜻이다
파이커: ‘구두쇠‘ ‘인색한 도박꾼‘이라는 뜻
단테 시대에는 두려움 등의 감정이 깃들어 있는 ‘호수‘가 가슴속에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이 호수 개념은 곧 피가 한데 모이는 ‘심실‘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위스 로잔 병원에 입원해 있던 1976년 여름 동안 내가 읽은 책들은... 찰스 싱글턴이 번역한 단테의 "신곡 ‘지옥편‘ " .... 겉만 번지르르한 주해의 시대가 가고, 문학성의 정직한 빛이 다시 위용을 되찾는 걸 보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장난이... 너무나 그럴듯했던 탓에 사태는 에드먼즈도 미처 생각지 못한 파문을 몰고 왔다. 거짓말이나 우롱에 대한 비난이 아닌 저작권 위반에 대한 나보코프 연구자들과 애호가들의 비난 메일이 쇄도했을 뿐 아니라, 드미트리의 연락을 받은 보이드가 격앙된 어조로, 미발표 작품을 허가 없이 게재한 것에 대해 나보코프 재단 차원에서 소송을 고려할 수도 있음을 알려왔다.
1999년 국제 나보코프 학회지인 ‘더 나보코비언‘은 나보코프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로 ‘나보코프 위작 경연‘을 열었다. 심사위원회는 ‘나보코프의 미발표 원고를 가장 진짜 같이 재현한 작품‘이라는 조건에 맞는 응모작 세 편을 선정해, 이 세 편을 실제 "오리지널 오브 로라" 원고에서 발췌한 다른 두 부분과 함께 ‘너 나보코비언‘ 42호(1999년 봄호)에 싣고, 독자들에게 (위작이 아닌) 나보코프 본인이 썼을 것 같은 작품을 골라보도록 했다. 경연 결과는... 놀랍게도...
조각을 너무 많이 잃어버리긴 했지만 하나의 그림에서 떨어져나온 게 분명한 퍼즐
플로라가 파티에서 대화하고 있는 상대는 명백히 육체적으로 실재하지만, 자신에 대한 언급을 피하며 플로라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대사를 신중히 소거하는 화자 자신이다
플로라와 성교를 하는 중에 흥분한 화자는 "내 사랑"이라는 말을 한번은 영어로, 한번은 러시아어로 두번 연속해서 말하는데, 이 말을 듣고 놀란 듯 감았던 눈을 뜨는 플로라에 대해 "그녀가 러시아인을 그렇게 자주 만나온 것은 아님을 참작해야 한다"고 부연하는 대목... ‘보이지 않는 화자‘는 ‘러시아계 이민 작가‘
와일드의 실험은 자기 의지력에 의한 자살, 즉 정신을 통해 육체의 생명을 끊는 자기 말살의 사고실험으로, 머릿속에 칠판을 그리고 거기에 ‘나를 표시하는 종선을 한 개 그려넣은 다음 그것을 밑에서부터 (머릿속에서) 지워나가면, 육체도 따라서 죽을 거라는 다소 황당무계한 가설
물론 와일드의 실험은 결국 실패해 그는 심장마비로 죽고
제1장부터 5장까지는 텍스트에서 일인칭 화자 ‘나‘를 소거하는 서사학적 실험이, 제6장부터 제7장까지는 육체로서의 ‘나‘를 소거하는 철학적이고 정신병리학적인 실험이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