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이런 걸까? 아이들을 재우고 우리도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면서 남편에게
묻는다.
"이렇다니, 뭐가?"
모두 나 같아? 기분이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하는
거야?
"그렇지 않을까? 누구나 자제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 뿐이야. 숨어 있는
괴물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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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제목부터 '불륜'이라서 무슨 책인데...이랬다가...파울로 코엘료의 책이라 한 번
더 놀랐다.
그간 아름다운 글로 독자를 사로잡았는데...이번엔 무슨 파격적인 변신일까?
책소개를 읽고 나서는 더욱 궁금해졌다.
이건 결혼한 여성이라면 한번쯤 느껴봤을 그런 권태로움이잖어...
주인공은 서른살의 여기자.
직업적으로도 안정적이고, 나름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며 좋은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공허해진다. 그 즈음에 고등학교 때 잠깐 만났던 과거의 남자친구도
만난다.
그 남자친구와 일로 만났지만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으면....'뭐야, 늘상 있던 이야기잖아. 시시해' 라고
말했을텐데...
역시 노련한 작가라서일까...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거기엔 아내를 몰아세우지 않는 착한 남편이 있기에 가능하긴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착한 남편이 있는건 아니니까...
처음 읽기 시작했을땐 적나라한 정사 장면이나, 부도덕적인 주인공의 모습에 좀 읽기 싫기도
했고...
소설 초반엔 너무나도 평범한? (흔히 있을법한) 내용에 조금 실망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고
책을 다 읽었을 땐 파울로 코엘료에게 감동하고 있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 '아, 내 인생이 기대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구나.' 하지만 인생이, 너는 날 위해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할까?"
나한테 묻는거야?
"아니, 나 자신한테 묻는 거야.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믿음을 가져야 돼. 그러려면 편견이라는 장애물을 무너뜨려야 해. 또 그럴 용기를 내려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지는
거지. 우리, 주어진 날들에 만족하며 살아가자. 삶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삶은 언제나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가려고 하잖아. 우리가
거기에 힘을 합해야지."
ebook -
p.243/296 -
결혼을 하고 아이가 없을 때까지는 자유로웠고 스트레스도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나니 나로서의 삶은 별로 없었다.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었다.
모든 엄마가 된 여자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여자의 마음을 파울로 코엘료는 어떻게 알았을까?
남자도 그런 생각들을 하는 걸까?
젊은 여자의 저런 마음을 어떻게 남자 작가가 쓸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역시 할아버지 작가라 가능한 것인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을 때만큼 참으로 놀랍다.
나도 주인공처럼 직장에서 일을 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아이와 남편이 있다.
주인공의 남편처럼 저렇게 다정스런 말은 하진 않지만 그 이면의 사랑은 알 수
있다.
주인공의 삶처럼 모든게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니 모든게 달라졌는데, 나는 그대로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떼내 버리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나는 내 스스로가 매우 융통성이 있는 사람인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콱 막힌 사람이었다.
그때 그때 처한 상황에 맞게 나 스스로를 맞춰 나가야는데...
모든 상황은 바뀌었는데 나는 그대로이고 싶어하다니...
"때로 잠시 멈춰서 전체를,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 무엇을 배웠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난 항상 그런 순간을 두려워했어. 물론 대충 속여넘길 순 있지. 난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몇 가지 소소한 희생은 불가피했다고,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고 변명하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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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그리고...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으려는 억지 노력 따위도 하지
말아야지...
(이미 그것에 대해 크게 한번 당해 더이상 그런 노력 따위는 하지 않고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버리자.
엄마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나로서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자나깨나 아이걱정, 남편걱정, 집안일 걱정....모두 버리자...
아...이렇게 걱정하지 말자고 하는 도중에도 불쑥불쑥 아가들이 오늘 아침 왜 밥을 잘 안
먹었나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병이다...
그래..걱정을 하나도 안할 수는 없다.
그냥 가볍게 넘겨야지...
걱정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잠도 못자는 성격 탓에 아이가 태어난 뒤 발 뻗고 자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최근 내가 하고 있는 이런 고민들이라던지...
어떻게 그 터널에서 빠져나와야하는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파울로 코엘료에게 감사해야지...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그것이 이 세상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삶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배움의 기회를 베푼다. 모든 남자, 모든 여자가
날마다 사랑에 자신을 내맡길 좋은 기회를 만난다. 인생은 긴 휴가가 아니라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방법이다.
더 사랑하고, 또 더욱더 사랑하는 것. 언어, 국가, 견실한 스위스연방,
제네바, 내가 사는 거리, 가로등, 지금 내가 사는 집, 거실의 가구들......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진다. 내 몸 역시
사라진다.
내가 저지른 실수들, 다른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결정들,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해도, 오직 한 가지, 나의 사랑만은 우주의 영혼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다.
ebook -
p.293/2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