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체보기

알라딘

서재
장바구니
유진
  • [전자책]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 애니 라이언스
  • 11,070원 (10%610)
  • 2023-05-03
  • : 80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장편소설
안은주 옮김

유도라 허니셋은 우리의 이웃이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죽음에 대한 집착은 없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하루하루를 무심한 듯 살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따듯한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쳐다보느라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둘러보지 않는 그 순간에도 실은 유도라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웃에 대한 관심도 있다. 이사로 올 이웃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어떠한 이웃이 새로 이사오길 바란다고 한다. 그것 또한 유도라의 사람에 대한 관심을 읽어내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한 사람씩 잃어버리면서 유도라는 사람을 향한 마음의 문을 서서히 닫은 것 같다.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가장 사랑하던 아버지를 잃은 일은 책임감으로 가득했던 삶을 살게 해주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지켜주고 싶었던 동생을 지킬 수 없었던 사건은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책하며 사는 삶으로 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 엄마의 죽음까지.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것을 어느 하나 지키지 못한 삶이었다. 삶은 녹녹치 않다. 생각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삶이다. 희망도 없고 이제 더이상 책임질 사람도 없다.
그런 그녀의 삶에 불쑥 들어온 10살 꼬마 친구 로즈는 유도라의 따뜻한 감성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쓰러진 유도라를 도와준 스탠리까지. 유도라씨에게는 사실 누구보다도 사람의 관심이 필요했어요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여러 장면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에 대한 상처는 역시 사람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죽음만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안락사.
희망이 없고 언제죽어도 아무도 모를 삶을 살고 있을 때에 유도라의 선택은 당연한 듯 보였다. 엄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딸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자신에게는 남은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해줄 사람들이 없다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안락사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나마 마지막의 나의 존엄한 결정이었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이자 명장면으로 꼽는다면 유도라의 마지막일 것이다.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죽음을 맞이하려던 유도라는 스탠리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들의 따뜻함 속에서 편안하게 잠들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그리 거창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장면이다. 죽는 순간 화려한 장례와 많은 인파를 바라는 게 아니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눈을 감는 것을 누구나 소망할 것이다. 그것은 큰 꿈이 아니다.
유도라는 분명 마지막 순간 행복했을 것이다. 낯선 의료진 사이에서 선택한 존엄한 죽음 대신 사랑하는 이웃들과 보낸 마지막이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
로즈의 깜찍하고 돌발적인 행동과 센스넘치는 패션감각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유도라의 감정과 삶이 조금씩 변해가는 장면들도 재밌었다.
노년의 삶과 죽음을 한꺼번에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다시금 소설의 재미를 일깨워준 애니 라이언스 작가와 도서제공 한스미디어출판사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