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서를 읽으며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복음서야 각각의 교회 공동체의 요구에 따라 후에 편집되었다고 할지언정, 내러티브 안의 예수는 사람들과 '만나고' 계시다. 하지만 서신서는 본질적으로 어떤 거리감을 전제하고 있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 없음에서 발생한다. 부재와 이 부재로부터 발생하는 그리움은 서신서, 특히 바울 서신서의 기본 정조이다.
성경 속 서신서가 보여주듯이, 바울은 자신의 전도 여행 중 자신이 세웠던 적잖은 교회 공동체의 소식을 전해들으며 편지를 쓴다. 어떤 교회는 바울의 바람대로 건강하게 성장하기도 하지만, 어떤 교회는 우려한대로 시험과 난관에 봉착해 있다. 가르침을 실천하는 교회에게 그는 기쁨과 영광의 문안을 전하지만, 가르침에 부응하지 못하는 교회에게 그는 엄중한 경고와 안타까움을 전한다.
바울 서신서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감독'적 기능은 그의 그리움과 결합하여 일종의 종말론적 색채를 띠게 된다. 그것은 쉽게 말해 질책하는 그리움이고, 더 잘되기를 바라는 부성적 그리움이다. 전도 여행이 가져온 바울과 교회 사이의 이 부득이한 '헤어짐'은 자연스레 그리스도의 부재와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