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이 끝날 무렵, 책방에 오랜만에 들러 세 권을 헤아려 에코백에 넣고 다닌지 오래다. 읽으려고 해도 읽히지 않는다. 아니 겁이 난다는 말이 맞다싶다. 그 아픔이나 생채기에 걸려, 작은 앎들이 마음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 권의 책을 골랐지만 어는 것 하나 마음 놓고 펼칠 수가 없다. 대체 왜 일까?
지난 폭염과 전시와 지인들과 만남들. 그 무게가 청년을 깨웠고, 친구들이 보는 모습들과 함께 천둥벌거숭이의 민낯들이 함께 솟아오르고 있다는 사실. 같이 생생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함께 지금의 지축을 조금 흔들고 밀어내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변하는 존재이자 변하지 않는 존재이다. 긴 여름의 끝. 나는 하루하루 뭔가를 꼼지락하고 있지만, 하루하루를 의도한 적은 없다. 그리고 그 작업들이 경계를 지우고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닫는다. 비정형을 의도하고 싶다는 비의식을 어렴풋이 알게된 것이다.
그러다가 지인의 책 얘기와 삶이야기를 듣다가 아래 책을 빌려읽다. 책이야기를 듣다가 고타마 싯다르타가 아니라 별 개의 인물로 말하는 것이 의아했는데 읽고나니 헤세의 의도는 명확했다.
내가 얻은 생각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 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204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204
이 세상을 설법하실 때에, 이 세상을 윤회와 열반, 미혹과 진리, 번뇌와 해탈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던 거야. 달리 어떤 방법이 없지.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 205
볕뉘
1. 성서를 선과 악의 깊이로 읽을 것을 요구하는 <팡세>도 생각났고, 데이비드 봄과 보어도 겹친다. 그리고 평생을 거친 작품에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 또한 걸려 유리알 유희를 주문한다. 싯다르타를 너머서는 안목에 아찔하기도 하다.
2. 친구의 책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얻은 생각 중의 하나는 바로, 지혜라는 것은 남에게 전달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네. 지혜란 아무리 현인이 전달하더라도 일단 전달되면 언제나 바보같은 소리로 들리는 법이야.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 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P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