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책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편하실 때 들러주세요.' 란 알림이 왔다. 주말과 책방쉼날이 있어 몹시 기다린 셈이다. 얼굴보기도 쉽지 않던 말O샘이 있어 녹차라떼와 쥔장이 준비한 사과 몇쪽을 나누면서 두런두런 수다다. 몇 년째 씽크대도 들여놓지 않고 집을 꾸미다니?!, 아이를 차게 키우고 있는 그는 태평하다. 비상계엄날도 무던하게 넘기다니 세상에나.
하지만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는 것이 맞다. 주변에 휩쓸려 살아가거나 살아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고, 불쑥 계기가 되어 또 다른 삶을 꾸려가기도 하고 그것이 맞다. 아니 그것이 좋다. 다 똑똑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습관과 모습들이 서로 자극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그러다가 지독하게 곪은 모습도 보고, 깨닫고 그러는게 삶이다.
<깊은 협동을 위한 작은 안내서> 글쓴이의 말을 새겨본다. '생각의 협동'이라니. 우리는 살면서 방점이 모두 다르다. 비슷할 것이라고, 유사할 것이라고, 수긍과 인정의 과정에서 서로는 합이 맞는구나 싶은 경험들을 한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강도와 밀도, 농도의 호흡은 조금씩 달랐을 수 있다. 어쩌면 달리 자라는 길이였는지도 모른다. 출발점만 비슷한 그루여서 그 다음은 다른 가지로 자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누가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되뇌이어야 한다. 다르다라는 처지를 인정하고 과정의 질문은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 어쩌면 질문을 만들고 있지 않아서 문제였던 것은 아닐까. 같다라는 착각은 늘 뒤 늦는 것이어서 안심과 무질문과 무사유를 덥썩 물어 삼켜버리는 것은 아닐까.
드디어 막스 슈트리너의 책을 손에 넣다. 결핵으로 37살에 생을 마감한다. 그 뜨거움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목차를 가늠하니 무언가 질문을 한번 더 스스로 던지는 것 같다.
어젠 날씨도 포근하여 퇴근 무렵 미니벨로로 이동하여 형산강변을 달려준다. 14k 달림 합이다. 편안한 심박수로 또 다시 추워지면 움직이기 어렵나니, 미리미리 달려본다. 하지만 운동이 과한 듯 막걸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러면 안된다고 했잖아. 안되는 건 없잖아. 오늘만 날은 아니잖아. 벌써 이만보야. 그러길래 무리하면 되지 않는다고 했지. 내일도 있잖아. 며칠 템포는 염두에 두었어야지. 주섬주섬 손길이 간다. 건빵과 양갱까지.... ...
여전히 밤사이에도 내란에 동조하는 반국가세력들은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새벽 5시래. 드디어 묵혔던 체증들이 내려가는 날인거야. 잠을 청하고 실시간 중계를 보아야지 했는데, 새벽 그 시간이거니 하고 깨어보니 두시밖에 되지 않는다. 어쩐다. 잠을 청하고 일어나니 다섯시가 넘어 방송은 요란하나 진척은 없다. 도대체.
오늘부터, 세상은 달라진다고 본다. 분기점은 늘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질문이 공유되는 세상, 질문을 만들고 나누어지는 세상은 분명 나아지고 품어질 수 있다고 여긴다. 다만 가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자 주춧돌이다.
좀비, 무속, 공룡의 멸종이 눈앞이다. 무속의 예측은 그리 허망하단다. 너희들이 먹고 자란 가짜의 후과다. 그렇게 사라지고 새살이 돋는다. 봐라. 똑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