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하려고 하니 자동입력방지번호가 뜬다. <0927> 숫자의 조합이 낯익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묵었던 오피스텔 숙소의 비번의 배합이다. 출입구 비번도 외우기는 어렵지 않다. 여수-순천-경주를 경유해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천재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비범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일상의 기법에 대한 이야기다. 늘 시작하는 가운데 하나는 자폐인데, 아니 신경다양성에 대한 얘기다. 그들은 왜 천재인가. 그레고리역의 요일을 맞추는 음악인에게 묻는다. 이건 설명하기가 어렵다 한다. 대부분 설명을 하면 듣다가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몇년 몇월 며칠은 무슨 요일? 묻자마자 이십여초도 되지 않아 답이 나온다. 끝끝내 설명을 들으려는 친구의 인내 곁에 머무르다가, 아, 이 친구는 외우기위해 엄청난 방법의 수련이 있는 거구나 했다.
여러 기억술과 암기술이 있다. 정말 그럴까.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 그러지 않을까. 천재임이 틀림없어.
내가 경험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얼굴 드로잉에 관한 것이다. 척 보면 알 수 있다고 아니다. 드로잉 책을 보면 그 기법이 요란하다. 사진의 필름처럼 역으로 테두리를 음각과 양각으로 본다던가 선의 모양에 갖가지 문양으로 기억해두는 것이다.
9027을 이렇게 기억해본다. 묵은 숙소가 205호다. 902^ 거꾸로 ^209호로 암기한다. 1334란 비번은 13세에서 34세까지 134세라니 이런 잇기를 순간적으로 가감해두는 것이다. 계좌번호를 잘못 외우긴 하지만 못외우는 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다. 시 한편 소개하려고 이 서설을 하다니
후면번호판단속중
서진배
지났다고 끝이 아닙니다
지난 뒤를 단속합니다
사람에 다가갈 때 주의했죠
침을 삼키고,
웃어도 보고,
속도를 참았죠
사람을 지난 뒤 더 주의해야 합니다
뒤를 안심합니다
뒤를 방심합니다
뒤와 너무 빠르게 멀어지지 말아요
뒤와 너무 빠르게 헤어지지 말아요
뒤가 나를 따라오게,
뒤가 나를 느리 잊게,
다가와 다치는 것보다 멀어져
다치는 게 더 아프니까요
다치지 않게는 헤어질 수 없습니다
천천히 다치게
느리게 다치게
헤어지세요
당신의 뒤에서
혼자
헤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더디 오더니 빨리
멀어집니다.
볕뉘
마라톤을 빌미로 하루 일찍 여수 돌산대교를 건너 향일암으로 향한다. 관음전 아래 원효좌대에 한참을 머무른다. 마라톤을 마치고 여수서시장 로타리식당에서 여수막걸리와 백반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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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 58'21" 얼마만의 기록인가!!
장도전시관에서 일년 반전 다녀간 한강의 자취도 만나다.
다녀와 뚝딱 시 한편을 건네는 시인의 시집도 기대된다. 남탕시리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