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기한이 며칠 남지 않은 책. <희망의 원리>. 마라톤 읽기를 하고 있다. 제4부 1000쪽 가까이에 다가서는 새벽이다. 지난 주말엔 동네도서관에 들러 '유토피아'란 주제로 책들을 빌려 번갈아 보고 있다. 신간도서도 보고 이리저리 책들이 같이 향하는 곳이 <유토피아>이기도 하다.
이리저리 회자될 수 밖에 없는 책. 토머스 모어를 읽기 시작한다. 물론 500년도 지난 이야기다. 그는 제주도 세 배 크기의 이상적이 나라 유토포스가 세운 유토피아를 경험한 선원 라파엘 히틀로다이오의 입을 빌어 말한다. 그곳에서는 오전 3시간 오후3시가 점심과 휴식 2시간, 6시간 노동만이 아니라 300년 뒤에나 말한 푸리에 생시몽의 꿈들이 여기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볼 수 있다. 54개 도시로 이루어진 연방성격의 나라는 많은 모티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김없이 유토피아의 병원은 넓고 준비가 탄탄하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전쟁과 빈부격차로 여전하고 혁명이라는 것도 손가락으로 셀 정도밖에 일어나지 못했다. 공화국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한 그는 왕에게 참수당한다.
세상은 왜 이리 요지부동인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완독한 뒤, <공공어린이재활병원건립운동사>가 눈에 들어와 한 자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민주화운동사, 무슨무슨 운동. 이런 말들은 전부 예전의 일이나 사건, 결론이 난 것으로만 알았는데, 이 책 제목을 보고 이 단어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고 생활인은 전한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스토리를 꿰고 있는 데도 읽는 내내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1004배를 한 두번이 아니라 열번 이상 자신을 접었던 일. 무릎이 시큰거리고 온 몸이 떨려온다. 시장에게 항의하거나 왕따시키는 모습들에선 스스로 격해지기도 한다. 운동이 대체 무얼까. 왕년에 운동했다는 것이 현실에서 가지는 무게는 얼마일까. 답답함은 제도권에서 더 간극이 크다는 현실이 닥쳤을 때 더 극명해진다. 될 때까지 된 것이 아니야. 지난 10년이 고스란히 읽히고 있다. 세상은 나선형이 아니야. 절망을 제대로 경험하거나 안고 있을 때, 겨우 틈을 보여주는 존재인거야. 참담하고 참혹하다.
그렇게 읽거나 읽어내며 마지막 대담 편을 접한다. 나누고 싶고 귀 기울이고 싶은 이야기들이 언급되어 있다. 아 그렇구나 희망을 주는 사람들, 그 틈을 비집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구나. 만들어내고 하는doing 사람들과 가만있는being 사람들의 무게를 신은 재고있구나 한다. 아주 가느다란 실낱같은 희망은 존재한다. 불을 붙이는 것은 우리의 몫인지도 모른다. 유토피아는 저기가 아니라 늘 여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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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한 20년 30년후, 더 빠르면 좋겠지만, 응답하라 2024라는 드라마가 나온다면,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가 세상에 부모의 몫이었데, 그게 말이 돼?’ 이런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급식비를 안 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부모들이 급식비를 냈습니다. ‘예전에 급식비를 냈어’ 라고 얘기를 하면 아이들은 ‘그걸 왜 내?’하고 이해를 못합니다. 당연히 공공의 영역이라고 이해를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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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요구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것은 그들의 요구와 주장이 정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한 요구와 주장이라 하더라도 모두 사회적 공감을 얻고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공감과 지지를 넘어 ‘그들’의 절박함이 ‘우리’의 절박함으로 이어져 가능했을 겁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시민운동, 사회운동의 좋은 선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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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어린이재활병원 얘기 나오면 유독 적자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국민이 생명, 아이들의 생명 문제보다는 우선적으로 적자 얘기가 나옵니다.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운영 비용이라고 봐야 하는데 왜 이렇게 까지 얘기를 하지? 그런데 경찰서나 소방서와 관련해서 적자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도 그렇게 많이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적자 얘기 뒤에는 시혜적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무상의료가 아닙니다. 민간병원과 똑 같은 비용을 다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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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아니라 그 7년동안에 그 가족들과 아이들의 고통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늦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들, 언론에서 이야기했을 때 비치는 책임감이나 말과 달리, 굉장히 게을렀고 책임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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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여러 단체나 당사자 운동은 사실 정부를 향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가장 기본값으로 갖고 있습니다.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입니다. 그런데 토닥토닥은 그간 끊임없이 비판에만 머물렀던 것이 아니라 비판과 대안을 생산해 냈습니다. 이처럼 건입운동이 단순히 병원을 건립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단체로서 성격을 갖습니다. ....그동안 장애운동은 당사자 운동에 머무르다 보니 당사자와 타 단체 간 연대가 부족합니다. 그런데 토닥토닥은 운동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연대를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더구나 아이를 두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이고 전 국민적 공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로 이어졌다는 점이 운동사적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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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계에서 시민들이 반드시 참여하는 것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겠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음 정권 때, 또 다음 시장 때, 다음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바꿀지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이 하나의 제도적 틀로 반드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게 다음 숙제 일 것 같습니다. 또한 보편적인 아동의 권리로서 건강권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낼 필요가 있고 좀더 다양한 논의들이 확장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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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항상 이야기하고 있지만 놓치는 것이 장애아동의 권리입니다. UN아동권리협약 23조에 장애아동 부분도 명확히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체적,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아무런 차별 없이 장애아동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져야된다는 명확한 규정이 있고, 우리나라는 거기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걸 근거로 해서 장애아동이 우리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족들과 함께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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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뉘
1. 완성도가 높은 책이다. 협동조합 <함께하는 연구> 집필진 세 분의 차이를 살필 수 없다. 경쾌한 독서를 해주게 해서 감사하다.
2. 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언급이 있어 고맙다. 명멸하는 단체들이 많다. 하지만 지평을 넓히는 일은 관조로 되지 않는다. 천방지축 같아 보이지만 수많은 벡터들과 열정을 담아내는 그릇들의 존재를 필요로 한다. 운동은 활동을 담지할 때만 생기가 돈다. 정체하고 있는 시민단체나 활동단체들은 많은 것을 참조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3. 축시는 놀랍다. 삶을 나누는 궤적이 함께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시를 쓸 수 있겠는가. 참여하고 나눈 이들의 따뜻하고 절절한 마음이 이 시인에게로 흘러들었다고 볼 수 밖에. 감사하다.
4. 원더풀하다. 감사. 편찬위원회에게도.
5. 부녀산악단 동석-선우, 마라토너 동석, 관리소장 은미, 건우. 건우네가족의 명랑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