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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를로트 페리앙
  • 샤를로트 페리앙
  • 34,200원 (10%1,900)
  • 2025-08-25
  • : 690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을유문화사의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가 점점 풍성해진다.

20세기 전후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들의 진솔한 기록과 평가들 중 이번 신간은 프랑스 1세대 여성 건축가이자 실내디자인의 선구자 샤를로트 페리앙 남성 중심의 디자인 세계에서 유리 천장을 뚫고 당시 가장 사랑받았던 디자이너 중 한명, 디자인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녀는 작고하기 1년 전 이 자서전을 출간했다.




유연성이 돋보이는 '주거 예술'로 인간과 주변 환경이 조화로운 작업을 추구했고, 여성의 권리와 불우한 계층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며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유용하며 기능적인 공간을 접하도록 애썼던 그녀가 진솔하게 기록으로 남긴 700여 페이지가 넘는 대장정을 동행해 보며 거장의 삶과 철학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샤를로트 페리앙을 수식하는 말이기도 한 삶에 깃든다는 말이 참 좋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삶을 소중하게 다독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도 또한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며 그런 이들의 이야기와 경험들에서 배우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샤를로트 페리앙은 디자인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은 더 효율적이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도구이자 시스템이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오가며 도시설계자이자 건축, 가구 디자이너, 사진가, 사회운동가, 전시기획자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나아갔던 그녀는 르코르뷔지에의 책을 읽으며 그의 철학에 감탄하게 되고, 그에게 직접 찾아가 함께 협업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장르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관한 큰 그림과 페리앙의 가구 디자인과 재료에 관한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공간과 가구의 유기적 결함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녀는 농부들은 사색하는 시간을 갖곤 하며 그들이 철학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열 살 때 맹장 제거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그녀가 병원에서 느낀 여백에 대한 강렬함에 집으로 귀가한 후 울음을 터뜨린 일화도 인상적이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 혹은 자는 시간마저도 빼곡한 삶을 사는 현대인인 나도 그런 여백의 텅 빈 시간과 여유로움이 주었던 순간의 묘한 충만함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무無와 공허 사이에서 삶의 특정한 함정 앞에서 우리의 완전한 무력함을 마주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고 그녀는 말한다.

삶의 숭고한 아름다움이 고려되고 인간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은 치밀하게 준비하고 완전히 몰입 상태에 들어가는 위업을 말한다. 신기술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주는 성능이 매우 좋은 도구일 뿐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와 같은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을 이어가는 그녀의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창조는 위험을 동반하고, 기술진보의 혁신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과제와 직면하게 되는 모순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즐거움은 많은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삶은 스스로 두발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녀가 말한다.


장장 700여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많은 이야기와 행보 속에서 결국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내게 남겨진 메시지는 그녀의 업적이 아니라, 그녀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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