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소개 글을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사회적인 불평등에 대한 것들이 이슈가 되고
종종 다루어지지만 이 책에서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를 벼농사의 생산방식에서 비롯된 협업 네트워크의
분석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시리즈 3부작을 출간하고 있는데
첫 번째 <불평등의 세대>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한민족은 벼농사에 대한 집착을 생태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부적절한 기후와 지형
에서 이앙법에 도전하고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서양의 밀 농사와 동양의 벼농사
의 환경에서 동양인과 서양인의 성향이 개인주의와 공동체 조직과 위계구조를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밀과 벼는 영양적인 측면과 농사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의 사회구조와 문화권에 비해 쌀 문화권인 동아시아 농촌 사회에서 한 개인의
수확량의 결정요인은 본인의 노력과 협업 네트워크 내의 복잡한 요소들로 결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농사 문화권의 사회조직은 생산과 결부된 공동체의 목적을 달성하는 동아시아의 생산조직에 개인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규율에 따라 작동하는 마을 공동체 조직의 부속품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품앗이로 이루어지는 벼농사의 과정에서 민중이라는 거대한 물은 복잡한 요소들을 포함하여
그들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협업의 과정에서 불신과 신뢰의 구조가 미묘하게 존재하고, 표준화와 평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서양의 개인 중심의 밀 농사와 협업과 조율이 필요한 동양의 벼농사는 동서양
인의 성향의 차이를 이끌어 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 중 하나는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중인데 평소에 선진국이라고
인식했던 서양보다 동양의 코로나 방역이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협업과 조율의
디엔에이가 재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구 개인주의 성향의 국가들에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온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평소에 동양의 권위주의적 집단주의 성향을
열등한 것으로 깎아내리곤 했던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에서 주로 재배하는 벼농사는
마을단위 공동생산, 공동 노동을 유지시키는 구성원들 간의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
서 홍수와 가뭄, 역병을 비롯한 조직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제도화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
는 대목이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생활방식이 사회 구성원에 미치는
고정관념과 습성이 오래도록 이어져내려오며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 등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 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반면에 고정관념들로 인해 관습적인
부조리와 차별 등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음을 알게 된다. 비록 많은 분야에서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실제로 변화를 추구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시험보다 직무평가의 중요성을 활성화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와닿았던 문장중 여성은 오늘의 수행성으로 평가를 받고, 남성은
미래의 장래성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대목이었다. 여전히 사회구조상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 부분에서
많은 제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재를 가장 기본적인 벼농사로부터 시작해서 재난, 그리고 국가
의 세세한 면을 연결하여 분석한 구성이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책이라니~ 전쟁과 식량부족은 둘다 위협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전쟁은 간헐적 위협이라면 식량은 일상을 채우는 위협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결국 전쟁보다 더 무서운 식량부족. 왜 쌀을 가장 먼저 꼽았는지 충분히 와 닿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