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의 자아와, 딸로서의 자아, 그리고 나 그 자체로서의 자아, 혹은 한 연인으로서의 자아가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는 델마의 성장소설이다. 담담한 문체로 가끔씩은 혼수상태의 루이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도 나오며 서사를 진행한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읽어서인지, 한 장면을 읽어나갈때마다 어떻게 표현이 될지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동시에 이 따뜻한 소설을 영화를 접하기 전에 읽게되어 다행이었다.
나는 아직은 직장을 가지지 않은 학생 신분이지만, 델마가 직장에서 아주 통쾌하게 복수하고 과감하게 루이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계획하는 모습을 볼때면 희열과 따뜻함을 느끼곤 했다. 델마는 계속해서 자신이 부족한 엄마였다고 생각했지만, 루이가 나중에 말했듯이 정말 멋진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황당하고 익살스럽기도 했던 기적 노트의 미션을 해내는 용기와 루이를 향한 마음이 정말 애틋했고, 그토록 싫어하던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버스에서 만난 중학생들과 스스럼없이 나누는 것을 보면 참 아이같은 순수함을 되찾은 느낌에 내가 괜시리 뿌듯했다. 델마와 루이스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모두 각자의 매력을 갖고 있어, 그 사랑스러움에 책장을 금방 넘기며 읽었다.
마지막은 루이의 마지막 기적노트 미션을 수행했던 델마의 편지를 담으며 끝낸다. 현실의 혼수상태에서 깬 루이의 모습을 담은 후, 지금까지의 심경변화를 겪은 델마의 이상적인 미래를 그린 편지의 내용은 참 아름다웠고, 그들이 앞으로 헤쳐나갈 또다른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어린 새잎이 돋아나는 따뜻한 계절에, 아직 얼어붙어 있는 내 마음도 사르르 녹여줄 소설을 읽게되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