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디 낡은 책이다.(사진으로는 그리 낡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지만!)
보수동 책방 주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중고책을 굉장히 싫어한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의 부스러기들이 너무 싫다.
그다지 깔끔 떠는 성격이 아닌데도, 책을 읽다보면 툭툭 떨어지는 정체 불명의 DNA들은 상상만 해도 별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 선물 받았을때부터 만지기 꺼림칙해서 책장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는데,
최근에 이동진 기자의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이 아이를 방송의 첫 책으로 선정했다.
무려 2000년대 가장 재미있는 소설로...!(정유정의 7년의 밤과 함께)
믿고 쓰는? 이동진 기자이기에, 첫 페이지를 딱! 펼쳤더니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쩜 이렇게도 찰지게, 맛깔나게, 그러면서도 저속하고 경박하게 글을 잘 쓰는지.
또, 어쩌면 이렇게도 이상 야릇한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천명관 작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줄거리 요약이고 나발이고를 할 수 없다. 그냥 읽어야 한다.
이 소설은 정말이지 낯설면서도 매혹적이고, 거대한 고래같은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천명관의 법칙이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다가 조금 지루해져서(이름 기억하는거 너무 힘들다;)
쉬어가는 의미로 고래를 펼쳐든거였는데, 놀랍게도 심사평에 백년동안의 고독이 거론이 되기에 굉장히 놀라면서도,
재빠르게 다시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사실, 여러가지 의미로 우리 문학에 대해서는 그리 호의적인 편은 아니기도하고,
몇몇 한국 문학을 대표한다는 작가들의 실망스런 행보에 대해서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바가 있어 점점 한국 소설을 기피하게 되었는데,
간만에 시원스런 이야기 꺼리에다가, 걸쭉한 음담패설에 푹~ 빠졌다 나온 기분이다.
음담패설 알러뷰-
리뷰를 너무 오랜만에 쓰다보니 글이 안나간다.
두서 없기도 하고...
차차 다시 리뷰쓰기를 시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