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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행, 공간
  • 북유럽 학교 노르웨이
  • 안애경
  • 16,650원 (10%920)
  • 2021-12-15
  • : 92

온몸으로 소통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었다.
안네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익숙하지 않았던 몇 장면을 떠올린다.
그가 가장 어색했던 경험은 아이들과 부모의 태도였다고 한다. 안네는자신이 전직 교사로서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 그리고 청소년들의 태도에 관심을 가졌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인 장면은 어른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나무라는 장면이었다. 아이들 실수를 용납하지않는 한국 부모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실수한 아이들 앞에서곧바로 흥분하며 반응하는 어른들과 당황한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한것이다. 한편, 아이들이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모습에도 의문을 갖게되었다. 아이들이 ‘왜?‘라는 의문을 갖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는 그가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었다.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자신을 표현하고 의문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이야기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실수를 통해 배워가는 과정에서 어른들은 너그러워야 한다. 아이의 실수를 용서하고 새로운 기회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네는 노르웨이 교육에서 기본적으로 아이를대하는 어른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안네는 언젠가 영어 공부를 하는 한국 청소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자신과 만난 자리에서 아이들은 서로 눈치만 보며 굳게 입을 닫고 있었다. 처음엔 청소년들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청소년들은 잘못된 발음이나 틀린 단어를 이야기하는2013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나의 프로젝트 NORDIC PASSION의 니팅 워크숍에 함께하고 있는 안한국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그의 손기술을 기꺼이 나누어 주고 있다. 그는 겸손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프로그램이 잘 돌아가도록 조용히 그가 약속한 역할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P33
것이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믿고 있었다. 안네는 왜 그렇게 청소년들이학습에 방해가 될 정도로 두려워하는지 궁금해 했다. 그 이유를 안네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에서 파악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당하는 것이 두려워 입을 닫고 있던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안네는 함께 만난 청소년들이 용기를 갖고 소리 내어 발음하고 질문하도록 친절히 다가가며 격려했다. 하지만 모두들 얼음같이 앉아 있더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후에도 청소년들을 만난 자리에서공통적인 태도를 보았다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외국어 발음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발성을가지고 있어 누구나 일치하지 않은 발음을 하게 된다. 외국어는 입에서저절로 튀어나오도록 연습해야 한다. 외국어는 반복하여 소리를 내면서 점점 원단어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안네는 실수에 대한 어른의 너그러운 태도가 필요하다며 아이는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되니 실수만큼 큰 스승은 없다고 했다.
안네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재한 외국인 부녀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 봉사를 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문화를 알리는 일은 물론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모임과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석했다. 그녀의 봉사활동은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자신이 어릴 때 경험한 사회봉사에 대한 가치는 언제 어디서든 같은 기준으로 적용된다.- P35
어릴 때 배우고 실천해 온 이웃에 대한 배려와 나눔에 대한 철학은한국에 살면서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며 활동했다. 그녀에겐 1회가 또 하나의 따뜻한 이웃이었다.
한국사안네는 일반적인 다른 북유럽 사람들처럼 뜨개질을 좋아한다. 짱이날 때마다 뜨개질한다. 안네의 가방 안에는 뜨개질을 위한 실과 바늘이 늘 준비되어 있다. 기차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페에 앉아서도 뜨개질을 한다. 그가 만든 작은 니트 소품들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대부분 연말 이웃돕기 자선금 마련을 위해 사용된다.
한동안 내게 정리되지 않던 세월호의 아픈 기억은 안네와 대화를 하면서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왜?‘라는 물음 없이 어찌 살아갈 것인가?
그의 짧고 분명한 소리였다. 안네의 가슴엔 노란 리본은 없지만 세월호를 겪는 아이들 편에서 마음 아파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처럼 슬퍼하고 괴로워했다. 그리고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는 국경을 초월하고 인종을 초월하여 모두가 살펴야 할 미래라는 것이다. 그에게 세월호의 아픈 기억은 이미 한 나라의 벽을 넘어 공감의 세상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아이들 앞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반문한다. 이유 불문하고 아이들 편에서 친구 같은 따뜻함을 표현하는 그에게큰 위안을 받았다. 겉으로 요란한 사람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가온 그의진심은 사랑과 격려로 다가왔다. 아이들 마음을 품고 사는 지속가능한일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는 시간이었다.
‘왜?‘에서 출발하는 노르웨이 교육노르웨이 교육은 아이들이 ‘왜?‘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이학교교육에서 끊임없이 의문을 갖도록 하는 노르웨이 교육 환경은 일찌감치 내게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왜?‘에 대한 의문은 각자의 자유로운 발상과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답을 갖지 않고 각자의 호기심으로 의문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각자 품는 의문들은 교육과정속에서 사회를 향해 나가는 에너지가 되고 동기부여를 갖는다. 노르웨이 학교 과정을 돌아보는 동안 무한한 질문 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발상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았다. 취재하는 동안 그 활발한 아이들과 만나며 난 마치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것처럼 신나고 유쾌했다.
노르웨이 친구들과 만나며 늘 인상 깊게 느꼈던 부분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며 친절하고 유머가 넘쳤다. 그렇게 배려하고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태도는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 호기심은내가 북유럽 교육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중요한 책임을 가진 사람이거나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교사 등 전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 협력하는 동안 그들은 한결같이 겸손- P41
했고 어떤 문제 앞에서도 관대한 모습으로 대화하려고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피하지 않고 객관적인 사항들을 먼저 살피는 차분함 속에서 닥친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서로 이견이 있을 때도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를 먼저 취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며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간다.
일하면서 그들에게 바다 같은 평온함을 느끼곤 했다. 그 덕분에 난그동안 북유럽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만난 노르웨이 친구들과더욱 친분을 쌓아가면서 교류하고 있다. 북유럽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경험한 후 사회를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교육을 통한 인간 내면의진지함과 관대함이 어떻게 사회를 직시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지탐험하게 되었다.
안나와 할아버지의 여름 프로젝트6살 안나는 정원의 고목을 바라보며 상상한다. 나무 꼭대기에 작은나무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꾼다. 마음속으로 상상하던 나무집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안나의 그림을 본 할아버지는 6살 손녀가 최초로 구상한 건축 디자인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한 여름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할아버지 스바네 프로데는 건축가다. 스바네는 6살짜리 손녀의 그림을 기초- P43
겉으로 어둡게 보이는 짙은 타르 색 건물 벽면과는 달리 내부는 밝은 자연색 나무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아이들이 추운 날 밖에서 돌아와 생활하는 실내환경은 따뜻한 난방 시설과 품질 좋은 나무를 마감재로 사용한 쾌적한 공간이다. 아이들 의자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디자인 트립트랩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르웨이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사용하는 디자인이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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